SF 생태주의
<바다 탐험대 옥토넛>의 신비로운 생태 체험 본문
[이런 애니메이션은 이 지구에서 우리 이외에 수많은 생명체들이 함께 살아간다고 이야기합니다.]
애니메이션 <바다 탐험대 옥토넛>은 과학 학습 애니메이션입니다. 옥토넛 탐험대는 다양한 해양 생태계들을 방문하고, 거기에 어떤 생명체들이 사는지 관찰합니다. 옥토넛 탐험대를 따라 탐험하는 동안 시청자 아이들은 무슨 해양 생명체들이 살아가는지 배울 수 있고요. 과학 학습이 주된 목표이기 때문에 전투나 파괴 장면은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액션이 나온다고 해도, 그건 누군가를 처치하고 파괴하는 액션이 아니죠. 따라서 전투와 파괴를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이런 애니메이션은 시시할지 모릅니다.
<최강 전사 미니 특공대>나 <공룡 메카드> 같은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바다 탐험대 옥토넛>은 꽤나 심심할지 모릅니다. 똑같이 야생 동물을 이야기한다고 해도, <공룡 메카드>와 <바다 탐험대 옥토넛>은 서로 아주 다르죠. <바다 탐험대 옥토넛>은 야생 동물의 생태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공룡 메카드>에게 야생 동물의 생태 따위는 고려 대상이 아닙니다. 사실 <공룡 메카드>에 나오는 야생 동물들은 그저 공룡처럼 생긴 괴수들입니다. 벨로시랩터들에게 깃털들이 있든 말든, <공룡 메카드>는 상관하지 않을 겁니다. 야생 동물의 생태보다 싸움박질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죠.
제목과 달리, <공룡 메카드>에서 공룡은 중요 소재가 아닙니다. <공룡 메카드>에는 람베오사우루스가 나옵니다. 하지만 이게 진짜 람베오사우루스일까요? 람베오사우루스가 볏에서 부메랑 광선을 쏩니까? 설사 어떤 아이가 <공룡 메카드>를 보고 람베오사우루스를 좋아한다고 해도, 그 아이는 진짜 람베오사우루스의 생태에 실망할지 모릅니다. 진짜 람베오사우루스는 볏에서 부메랑 광선을 쏘지 않고, 꼬리로 크로노사우루스를 날려버리지 않아요. 진짜 람베오사우루스는 사람의 말을 따르는 전투 기계가 아닙니다. 이런 폭력적인 애니메이션이 공룡을 좋아하는 심리에 무슨 영향을 끼칠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건 별로 긍정적인 영향이 아닐 것 같습니다.
이는 <공룡 메카드>가 나쁘다는 뜻이 아닙니다. 아이들이 <공룡 메카드>를 재미있게 본다고 해도, 저는 그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하지만 이런 애니메이션에는 야생 동물의 생태가 없어요. <공룡 메카드>는 진짜 공룡을 말하지 않죠. 진짜 야생 생태계를 보고 싶다면, 아이들은 <바다 탐험대 옥토넛> 같은 애니메이션을 봐야 할 겁니다. <바다 탐험대 옥토넛> 역시 의인화를 팍팍 집어넣으나, 주된 내용은 생태 학습이에요.
<바다 탐험대 옥토넛>을 재미있게 보고 싶다면, 시청자 아이들은 신비롭고 웅장한 해양 생태계에 감동할 수 있어야 할 겁니다. <옥토넛>에는 그런 감동을 드러내는 여러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비록 아동 애니메이션이라고 해도, <옥토넛>은 웅장한 해양 생태계를 생생하게 묘사하느라 애쓰는 것 같습니다. 특히, 심해 관련 이야기들은 정말 해양 공포증을 조성할 것 같습니다. 어떤 아이들은 심해 관련 이야기들을 무서워할지 모르겠어요. 깊고 깊은 어두운 바다 밑에서 페이소가 흡혈 오징어를 만나는 장면은 뭔가 공포 영화 같습니다. 이런 게 무섭기 때문에 어떤 아이들은 <옥토넛>의 심해 이야기들을 기피할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몇몇 심해 이야기들은 꽤나 장대합니다. 저는 투명상어 이야기가 그런 종류라고 생각합니다. 투명상어를 조사하기 위해 옥토넛 대원들은 깊은 바다 밑으로 내려갑니다. 문제는 거기에 엄청난 발광 생명체들이 돌아다닌다는 사실입니다. 발광 생명체들 때문에 사방은 우주 같습니다. 콰지는 정말 대원들이 우주에 온 것 같다고 이야기하죠. 이런 상황은 길을 잃기에 딱 좋은 상황입니다. 다들 어디가 어디인지 모르고, 방향을 구분하지 못합니다. 우주에서 누가 상하좌우, 동서남북을 쉽게 구분할 수 있겠어요.
종종 SF 작가들은 우주를 바다에 비유합니다. 여러 SF 소설들, 영화들, 게임들에서 우주는 또 다른 바다가 됩니다. <옥토넛>의 투명상어 이야기에서 바다는 우주가 되었습니다. 옥토넛 대원들은 살아있는 우주를 헤엄치고, 기이한 분위기를 만끽합니다. 이 지구에는 우주 같은 곳이 존재합니다. 거기는 살아있는 우주 같습니다. 발광 생명체들 때문에 '살아있는 우주'라는 표현은 별로 틀리지 않을 겁니다. 이 지구에는 그렇게 신비한 곳들이 있습니다. 우리를 둘러싼 주변 환경은 지구의 전부가 아닙니다. 지구에는 다채로운 생태계들이 있고, 그런 생물 다양성은 우리에게 이질적인 감성을 선사합니다. 그런 이질적인 감성 때문에 우리는 우리가 누구인지 좀 더 확실하게 알 수 있죠.
물론 시청자 아이들은 이런 관념을 쉽게 파악하지 못할 겁니다. 아이들은 그저 신기하게 발광 생명체들을 바라볼 뿐이겠죠. 하지만 아이들이 그런 감성을 계속 간직한다면, 나중에 그건 생태적인 마음으로 자라날지 모릅니다. 그런 생태적인 마음은 생태 사회주의를 훨씬 쉽게 이해할지 모르죠. 자연 생태계에 감동하는 마음 없이 사람들은 생태 사회주의를 쉽게 이해하지 못할지 모릅니다. 그저 환경 오염을 막자고 주장한다고 해도, 이런 마음가짐이 필요할지 몰라요.
어쩌면 저는 <옥토넛>을 너무 과대 평가하는 중일지 모릅니다. <옥토넛>의 투명 상어 이야기는 그저 아동 애니메이션일 뿐이고, 하드 SF 비경 탐험이 아니에요. 제가 이런 애니메이션에게 하드 SF 비경 탐험을 바란다면, 그건 욕심이겠죠. 하지만 분명히 <바다 탐험대 옥토넛>은 장대한 해양 생태계를 보여주느라 애쓰고, 시청자들은 (어른들과 아이들 모두) 거기에서 생태적인 감동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겁니다. 게다가 아기자기한 그림체와 첨단 이동 연구 기지와 각종 탐험선들까지…. 이거 진짜 멋진 비경 탐험이 아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