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생태주의
미국 개척 회사가 '초월' 승리를 추구한다면 본문
※ 이 게시글에는 <문명: 비욘드 어스>의 치명적인 결말 누설이 있습니다.
비디오 게임 <문명: 비욘드 어스>에는 여러 개척 세력들이 있습니다. <문명: 비욘드 어스>에서 개척 세력들은 지구를 떠나고 외계 행성에 정착하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개척 세력들은 똑같지 않고 다양한 사상들을 드러냅니다. 당연히 개척 세력들에 따라 외계 개척 사회들은 달라질 겁니다. 미국 개척 회사는 자본주의 시장 경제를 지지합니다. 미국 개척 회사는 공공 서비스를 민영화하고, 엄청난 상권에 투자하고, 경제 구조를 휘어잡습니다. 이런 미국 개척 회사가 외계 행성에 정착한다면, 그 사회는 자본주의 시장 경제를 따를 겁니다.
그 사회 역시 민영화와 자유 방임 시장이 최고라고 여길 겁니다. 기업들이 산업 폐기물들을 버리거나 외계 야수들을 자극한다고 해도, 미국 개척 회사는 상관하지 않을 겁니다. 모든 것은 시장의 뜻이고 보이지 않는 손입니다. 지구가 기후 변화에 시달린 것처럼, 외계 행성이 환경 오염에 시달린다고 해도, 미국 개척 회사는 보이지 않는 손이 해결할 거라고 믿을 겁니다. 반면, 다른 개척 세력들은 다른 사회들을 이룩할 겁니다. 아프리카 인민 연합은 사회적인 우모자 연대를 추구합니다. 인민 연합의 외교 특성은 사회적인 안전망입니다.
사회적인 안전망이 중요하다면, 인민 연합은 산업 폐기물을 그냥 놔두지 않을 겁니다. 중앙 정부가 나서든, 시민 단체가 나서든, 환경 부서가 나서든, 인민 연합은 산업 폐기물을 처리하고 사람들을 보호할 겁니다. 인민 연합은 자유 방임 시장이 모든 것을 처리한다고 믿지 않을 겁니다. 아프리카 인민 연합이 무슨 사회 구조를 이루고 어떻게 환경 오염을 막는지 그건 확실하지 않습니다. <문명: 비욘스 어스>는 전략 게임이고 환경 사회학 SF 소설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해도 분명히 아프리카 인민 연합은 미국 개척 회사와 다를 겁니다. 카비탄 보호국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카비탄 보호국은 제정일치 사회 같습니다.
지도자 카비타 타쿠르는 영적인 어머니, 신앙의 수호자입니다. 세력 특성은 통합 교리, 중앙 보건청입니다. 카비타 타쿠르는 신비롭고 긍정적인 종교를 설파하고, 이런 종교 문화 속에서 사람들은 연대하는 것 같습니다. 세력 특성에 중앙 보건청이 있는 것처럼, 카비탄 보호국 역시 환경 오염에 민감하게 반응할 겁니다. 이런 종교 사회는 영리 기업들에게 힘을 싣지 않겠죠. 만약 미국 개척 회사와 카비탄 보호국이 서로 만난다면, 양쪽은 서로를 싫어할지 모릅니다. 미국 개척 회사는 카비탄 보호국이 시장을 개방하지 않는다고 깔 테고, 카비탄 보호국은 미국 개척 회사가 무식하게 시장을 숭배한다고 깔 겁니다.
게임 속에는 이런 직접적인 묘사들이 없습니다. 세력 지도자들은 여러 대화들을 나누나, 대화들은 단편적입니다. 카비타 타쿠르와 사마타르 자마 바르와 수잔 필딩과 아시아 키쉬크가 서로 대화한다고 해도, 그들은 자세한 철학이나 사상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하지만 게임 플레이어가 여러 사상들과 사회 구조들을 고려한다면, 게임 플레이어는 어떤 세력들이 서로 협조적이고 어떤 세력들이 서로 적대적인지 구분할 수 있겠죠. 미국 개척 회사와 아프리카 인민 연합과 카비탄 보호국이 서로 다른 것처럼, 여러 개척 세력들은 서로 다르게 외계 행성에 정착할 겁니다. 문제는 성향, 친화도입니다. <문명: 비욘드 어스>에는 세 가지 성향들이 있습니다. 순수, 조화, 우월 성향을 높일 때마다, 개척 세력들은 특정한 유닛들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멋지게 깃발을 펄럭이는 배틀슈트는 순수 전용 유닛입니다. 막강한 로봇 포대 세비어는 우월 전용 유닛입니다. 생체 인공 위성 록토퍼스는 조화 전용 유닛입니다. 도시 외관 역시 성향을 따릅니다. 순수 성향 도시는 직선적이고 다소 투박합니다. 우월 성향 도시는 미래적인 메트로폴리스가 되고, 조화 성향 도시는 구불거리는 생체 도시 분위기를 풍깁니다. 세 가지 성향들은 개척 세력들에게 특별한 이득들을 제공합니다. 8레벨 우월 세력은 유닛 유지비를 25% 줄일 수 있습니다. 2레벨 순수 세력은 외계 야수들을 훨씬 많이 처치할 수 있습니다. 5레벨 조화 세력은 생체 웅덩이에서 제노매스를 훨씬 많이 추출할 수 있습니다. 성향들은 첩보 임무에도 영향을 미치고, 첩보원들은 방사선 폭탄을 터뜨리거나 거대 괴수를 부르거나 악성 바이러스 프로그램을 퍼뜨릴 수 있습니다.
이렇게 개척 세력 특성들과 성향들은 게임 플레이를 완전히 바꿀 수 있습니다. 우월을 선택한 범아시아 협력체와 순수를 선택한 범아시아 협력체는 완전히 다릅니다. 양쪽이 똑같이 범아시아 협력체라고 해도, 우월 성향과 순수 성향은 양쪽 게임 플레이에 서로 다른 영향을 미치겠죠. 특히, <문명: 비욘드 어스>에는 성향 전용 결말이 있습니다. 순수, 조화, 우월에는 서로 다른 결말들이 있습니다. 순수 성향은 '약속의 땅'을 추구합니다. 순수 성향은 지구와 외계 행성을 이동하기 위한 차원 관문들을 짓고 지구인들을 외계 행성으로 끌어들입니다. 지구인들은 오염된 지구를 버리고 외계 행성으로 이주할 수 있습니다. 외계 행성은 '약속의 땅'이 됩니다.
우월 성향은 '해방'을 추구합니다. 우월 성향은 지구로 돌아가고 지구인들을 기계화합니다. 우월 성향은 인간이 육체에서 해방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모든 인간이 기계화할 때, 인류는 해방을 누릴 수 있을 겁니다. 조화 성향은 '초월'을 추구합니다. 외계 자연 생태계에게는 지성이 있습니다. 자연 생태계가 각성할 때, 인류는 자연 생태계와 통합할 수 있고, 인류와 자연은 진정한 조화를 이룰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인류와 자연은 경계를 초월할 수 있겠죠. 이렇게 개척 세력이 '약속의 땅'과 '해방'과 '초월'에 도달할 때, 그 개척 세력을 운영하는 게임 플레이어는 승리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성향 전용 결말이 개척 세력들을 구분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성향 승리는 개척 세력들을 구분하지 않습니다. 미국 개척 회사는 순수, 우월, 조화 승리를 모두 선택할 수 있습니다. 카비탄 보호국은 지구인들을 외계 행성으로 데려오거나 지구인들을 (강제로) 기계화하거나 자연 생태계를 각성시킬 수 있습니다. 개척 세력들은 특정한 성향을 옹호하거나 혐오하지 않습니다. 아프리카 인민 연합은 특별히 조화 성향을 옹호하지 않고, 미국 개척 회사는 특별히 순수 성향을 옹호하지 않고, 카비탄 보호국은 특별히 우월 성향을 혐오하지 않습니다.
게임 플레이어가 원한다면, 개척 세력들은 어떤 성향이나 선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개척 세력과 성향은 충돌할지 모릅니다. 미국 개척 회사는 자유 시장 경제를 지지합니다. 만약 미국 개척 회사가 조화 승리 '초월'에 도달한다면, 무슨 일이 생길까요? 미국 개척 회사가 자연 생태계와 '통합'한다면, 미국 개척 회사는 더 이상 자유 시장 경제를 지지하지 못할 겁니다. 자유 시장 경제는 개인의 자유주의에 기반합니다. 개인이 생산 수단을 혼자 차지할 수 있을 때, 자유 시장 경제는 작동합니다. 사회가 생산 수단을 공유할 때, 자유 시장 경제는 작동하지 못합니다.
만약 사회가 생산 수단을 공유한다면, 자유 시장 경제는 무너질 겁니다. 자본가가 공장을 소유하고, 임금 노동자들이 자본가에게 복종하고, 시장 경제에서 이런 공장들이 상품들을 판매할 때, 자유 시장 경제는 존재할 수 있습니다. 만약 공장 직원들이 공장들을 소유한다면, 그들은 더 이상 상품들을 판매하지 않을 겁니다. 아니면 시장 경제는 자유 시장이 아니라 문자 그대로 매매를 위한 장소가 될 겁니다. 사회가 생산 수단을 공유한다면, 시장은 교환을 위한 장소가 될 겁니다. 쓸데없는 상품을 팔기 위해 회사들은 막대한 광고 비용을 들이거나 사기를 치거나 소비자들을 속이지 않겠죠. 시장이 전쟁터가 아니라 교환을 위한 장소가 될 때, 과잉 생산과 착취는 사라지고 경제 공황은 터지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사회가 생산 수단을 공유한다면, 자본가 계급은 권력을 잃을 겁니다. 공장 사장은 더 이상 직원들에게 떵떵거리지 못하겠죠. 자본가 계급은 이윤을 축적해야 하고, 따라서 자본주의는 공유 사회를 혐오하고 없애기 원합니다. 자본주의는 19세기 파리 코뮌부터 21세기 남아메리카 인디언 운동까지, 수많은 공유 사회들을 난폭하게 짓밟았습니다. 이런 폭력적인 상황 속에서 소비에트 연방이나 북한이나 크메르 루주는 나타났습니다. 그 자체로서 소비에트 연방이나 북한이나 크메르 루주는 잘못하지 않았습니다. 소비에트 연방과 북한과 크메르 루주가 크게 잘못했다고 해도, 선천적인 문제는 폭력적인 자본주의입니다.
제3세계 사람들이 야생 동물들을 대량으로 밀렵할 때, 이른바 문명인들은 제3세계 사람들이 난폭하고 무식하다고 욕합니다. 하지만 왜 제3세계 사람들이 야생 동물들을 대량으로 밀렵할까요? 오직 제3세계 밀렵꾼들만 문제일까요? 제3세계 사람들이 태생적으로 악랄하고 야비하고 무식하기 때문에, 그들이 야생 동물들을 밀렵할까요? 문명인들은 고귀한 핏줄이고, 제3세계 사람들은 열등하고 무식한 핏줄일까요? 그건 아닙니다. 이른바 피의 다이아몬드 사태처럼, 제3세계의 수많은 폭력들은 자본주의 강대국들에서 비롯합니다. 하지만 문명인들은 제3세계 국가들이 내전을 벌인다고 힐난합니다. 식민지 수탈 때문에 문명인들이 잘 먹고 잘 사는데도, 문명인들은 '고귀하고 세련된' 자본주의가 제3세계 식민지를 끔찍하게 수탈했다고 입도 뻥긋하지 않아요.
자본주의는 지배적인 경제 현상이고 물불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벌기 원합니다. 심지어 이윤을 축적하기 위해 자본주의는 기후 변화라는 행성적인 재앙을 일으킵니다. 이런 세계화 자본주의 속에서 돈을 벌기 위해 사람들이 쓰레기를 버리거나 숲을 밀어내거나 야생 동물을 밀렵한다고 해도, 그건 아주 당연한 현상일 겁니다. 만약 사람들이 평등하게 자연 생태계를 공유할 수 있다면, 이윤 축적이 목표가 되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대량 밀렵을 막을 수 있을 겁니다. 제3세계 사람들이 자연 생태계를 공유하고 평등하게 먹고 살 수 있다면, 그들은 범죄의 유혹에 훨씬 많이 저항할 수 있겠죠. 먹고 살기 위한 기반을 얻을 때, 밀렵꾼들은 밀렵에서 손을 뗄 수 있습니다.
이미 제3세계에서 생태 마을들은 공유지를 설정하고 빈곤과 범죄를 몰아내기 원하죠. 애석하게도 생태 마을들은 그저 아주 작은 마을에 불과합니다. 그들에게는 아무 힘이 없습니다. 몇몇 국가는 생태 마을들을 후원합니다. 만약 생태 마을들이 국가 전체로 확대한다면? 제3세계가 서구 자본주의 문명에서 벗어난다면? 서구 자본주의 문명이 이걸 그냥 놔두겠습니까? 아니, 그 전에 기후 변화와 각종 환경 오염들 속에서 제3세계 생태 마을들은 무너질 겁니다. 서구 자본주의가 직접 공격하지 않는다고 해도, 기후 변화 속에서 제3세계 생태 마을들은 굶어죽겠죠. 그래서 제3세계 밀렵꾼들을 욕하는 '고귀하고 세련된' 문명인들이 이런 생태 마을들을 지지할까요?
자유 시장 경제를 옹호하고 공유 사회를 외면하는 페미니즘 역시 약자들을 짓밟을 겁니다. 페미니즘이 그저 여자의 당당한 정체성만을 외칠 때, 가난한 미혼모는 먹고 살지 못하고 초라한 방에서 아이들과 목숨을 끊겠죠. 가난한 여자들 역시 생산 수단을 공유하고 정당하게 먹고 살 수 있어야 합니다. 러시아 소비에트 정부에서 알렉산드라 콜론타이가 자유 연애를 주장했을 때, 러시아 여자들은 자유 연애에 반대했습니다. 먹고 살기 위해 아내들이 남편들에게 의존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수많은 아내들은 남편들에게 매달립니다.
남편들이 구타하고 가정 폭력을 저지른다고 해도, 먹고 살기 어렵기 때문에, 아내들은 폭력적인 남편들을 떠나지 못합니다. 만약 가난한 여자들이 생산 수단을 공유하고 얼마든지 먹고 살 수 있다면, 아내들은 폭력적인 남편들에게 저항하거나 가정 폭력에서 탈출할 수 있겠죠. 가난한 미혼모는 아이들과 함께 목숨을 끊지 않을 겁니다. 성 소수자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왜 레즈비언이 사장 눈치를 봐야 합니까? 성 소수자들 역시 생산 수단을 공유하고 먹고 살 수 있어야 합니다. 회사 사장이 레즈비언을 차별한다고 해도, 레즈비언 직원은 회사 사장과 맞설 수 있어야 합니다.
회사 직원들이 레즈비언을 차별하고, 레즈비언 직원이 회사에서 쫓겨난다고 해도, 공유 사회에서 그 레즈비언은 먹고 살 수 있어야 합니다. 먹고 살 수 있을 때, 성 소수자는 저항하고 투쟁할 수 있습니다. 굶주리는 성 소수자에게는 투쟁이고 나발이고 없습니다. 빈곤 속에서 사람은 비참하게, 정말 비참하게 몰락합니다. 하지만 자본주의는 공유 사회를 싫어합니다. 페미니즘이 자본주의를 따라간다면, 그건 1차원적이고 얄팍한 페미니즘이 될 겁니다. 이런 얄팍한 페미니즘은 가난한 여자들과 성 소수자들을 짓밟겠죠. 안타깝게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주의가 지배적인 관념이기 때문에 페미니스트들 역시 자본주의를 따릅니다.
현실 속에서 이렇게 자본주의는 공유 사회를 배척합니다. 만약 <문명: 비욘드 어스>에서 미국 개척 회사가 '초월' 승리에 도달한다면, 개척 인류는 자연 생태계와 하나가 되고, 개인의 자유주의는 사라질 겁니다. 아니, 어쩌면 아예 개인이라는 개념은 사라질지 모릅니다. 시어도어 스터전이 쓴 <인간을 넘어서>나 아서 클라크가 쓴 <유년기의 끝>, 아이작 아시모프가 쓴 <최후의 물음>에서 정신 공동체는 개인이라는 개념을 없앱니다. '초월' 승리 역시 개인이라는 개념을 없앨 겁니다. 개인이 없다면, 자유주의는 없을 테고, 자유 시장 경제는 사라질 겁니다. 아프리카 인민 연합이나 카비탄 보호국은 '초월' 승리를 좋아할지 모릅니다.
우모자 연대와 통합 교리는 '초월' 승리에 어울릴지 모릅니다. 알 팔라 세력 역시 '초월' 승리를 좋아할지 모릅니다. 알 팔라의 세력 특징은 아사비야이고, 아사비야는 부족 통합을 가리킵니다. 부족 통합과 '초월' 승리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미국 개척 회사의 자유주의는 그렇지 않습니다. '초월' 승리와 자유주의 사이에는 절대 건너지 못하는 깊은 골짜기가 있습니다. 이런 깊은 골짜기가 있음에도, 미국 개척 회사가 '초월' 승리를 추구할 수 있을까요? 심지어 자유주의는 전체주의라는 어설픈 신조어를 떠들어대느라 바쁩니다. 이런 자유주의가 통합을 추구할 수 있을까요? '초월' 승리가 인간성을 아예 버리기 때문에 더 이상 자유주의가 문제가 되지 않을까요?
자유주의자들 역시 인간성이 영원불멸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인간성을 버릴 수 있다면, 자유주의자들은 얼마든지 자본주의 시장 경제를 버릴 수 있을지 모릅니다. 인간이 인간성을 버리지 못하기 때문에 자유주의자들은 자본주의가 중요하다고 외치는 중일 겁니다. 그렇다고 해도 미국 개척 회사가 스스로 권력을 버리고 통합을 추구할 수 있을까요? 자본가 계급이 스스로 권력을 버릴 수 있을까요? 이게 현실적인 이야기일까요? 어쩌면 개척 세력들과 세 가지 성향들 규칙은 모순일지 모릅니다. 어쩌면 <문명: 비욘드 어스>는 <시드 마이어의 알파 센타우리>나 <판도라: 퍼스트 콘택트>의 세력 규칙을 따라야 했을지 모릅니다.
물론 <문명: 비욘드 어스>는 4X 게임이고 자세한 설정을 밝히지 않습니다. 이런 비선형적인 게임에서 사상, 사회 구조, 경제 현상, 철학이 서로 엉뚱하게 뒤섞인다고 해도, 그건 이상하지 않겠죠. 어쩌면 순수 성향 사람들은 고대 로마 제국 군단을 선망할지 모릅니다. 배틀슈트는 고대 로마 전사와 비슷합니다. 어쩌면 우월 성향 사람들은 입으로 말하지 않고 광역 네트워크로 소통하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우월 군사 유닛들이 뭉칠 때, 그것들의 전투력은 상승하는지 모릅니다. 어쩌면 외계 바다를 헤엄치기 위해 조화 성향 기술자들은 외계 해양 동물을 모방하고 생체 잠수정을 건조할지 모릅니다. 팬트로피 기술은 인간 신체 개조를 가리키나, 조화 생체 잠수정은 팬트로피 기술이 될지 모릅니다.
외계 바다에 적응하기 위해 생체 잠수정이 외계 해양 동물을 모방한다면, 그건 정말 근사한 설정일 겁니다. 아, 이건 정말 정말 근~사한 설정일 겁니다. 국내에서 이렇게 생체 잠수정이 탐사하는 소설들이 있을까요? 아니, 생체 잠수정이 탐사하는 소설들은 많지 않을 겁니다. 잠수정이 탐사하는 SF 소설들이 있다고 해도, 그것들은 기계 잠수정을 묘사할 겁니다. 다들 오직 기계들만 이야기합니다. 솔직히 해외 SF 소설들 역시 생체 잠수정보다 기계 잠수정을 훨씬 많이 이야기하겠죠. 생태 수필 <바이오필리아>에서 에드워드 윌슨은 기계 사랑보다 생명 사랑이 훨씬 원대하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생체 잠수정 설정들은 많지 않을 겁니다. 비디오 게임들 역시 생체 잠수정을 별로 이야기하지 않아요. 스팀에서 생체 잠수정을 이야기하는 SF 게임들이 얼마나 많이 있나요? 이런 게임들은 별로 없습니다. <송 오브 딥> 같은 단순한 플랫포머 게임부터 <요나의 길 Jonah's Path> 같은 비경 탐험 게임까지, 다들 기계 잠수함들을 묘사합니다. <문명: 비욘드 어스>는 생체 잠수정을 이야기할 수 있으나, 설정들은 구체적이지 않습니다. 이런 설정들은 그저 분위기를 형성할 뿐입니다. <문명: 비욘드 어스>는 전략 게임이고, 중요한 것은 수치 계산이나 기술 전개도나 건물 생산 비용이겠죠. 그래서 <문명: 비욘드 어스>로 사상과 사회 구조를 이야기하기는 쉽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