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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뮨베이스>와 생체 연료 발전소 본문

생태/상호 작용으로서 사회와 환경

<뮨베이스>와 생체 연료 발전소

OneTiger 2019. 3. 11. 18:00

[생체 연료 발전소는 시작 장비입니다. 사실 인류 문명에서 생체 연료는 가장 기초적인 연료입니다.]



비디오 게임 <뮨베이스>는 외계 행성에서 게임 주인공이 생존하는 과정을 묘사합니다. 게임 주인공은 우주 고양이 승무원이고, 우주 고양이 승무원은 외계 행성을 탐험하고, 자원들을 채집하고, 우주 기지를 건설해야 합니다. 스팀 플랫폼에는 이런 장르 게임들이 많습니다. 이런 장르 게임들은 탐험과 채집과 제작과 건설과 생존을 중시합니다. <스타바운드>와 <디노시스템>부터 <롱 더 다크>와 <서브노티카>까지, 숱한 게임들은 탐험과 채집과 제작과 건설과 생존을 이야기합니다.


어떤 게임에서 게임 주인공은 온갖 장비들과 함께 시작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게임 주인공은 상대적으로 편하게 탐험하고 건설하고 생존할 수 있겠죠. 어떤 게임에서 게임 주인공은 거의 맨손으로 시작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게임 주인공은 맨땅에 헤딩해야 합니다. <정글의 법칙>에 나오는 병만 부족처럼, 게임 주인공은 원시적인 상황에서 진보적인 상황으로 나가야 합니다. 아니, 적어도 병만 부족은 낫습니다. <정글의 법칙>은 예능 프로그램입니다. 이건 진짜 생존 상황이 아닙니다. 하지만 생존 게임에서 게임 주인공은 목숨을 걸고 최선을 다해 살아남아야 합니다.



게임 <뮨베이스>에서 우주 고양이 승무원에게는 여러 장비들이 있습니다. 먼저 우주 고양이 승무원에게는 든든한 우주복이 있습니다. 제프리 랜디스가 쓴 소설 <태양 아래 걷다>처럼, 든든한 우주복이 있다면, 고양이 승무원은 외계 행성으로 출장 가능할 겁니다. 우주복이 있기 때문에 고양이 승무원은 숨을 쉴 수 있습니다. 외계 행성 공기에는 독기가 있는 것 같습니다. 우주복 산소가 떨어진다면, 고양이 승무원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겠죠. 하지만 우주복 산소는 무한대가 아닙니다. 고양이 승무원은 꾸준히 산소를 보충해야 합니다. 무슨 방법으로?


게임을 시작할 때, 고양이 승무원은 에어록과 공기 청정기를 찾을 수 있습니다. 우주선이 외계 행성에 추락했을 때, 에어록과 공기 청정기 역시 추락했고, 고양이 승무원은 이걸 이용할 수 있습니다. 에어록과 공기 청정기를 연결한다면, 고양이 승무원은 기초적인 우주 기지를 건설할 수 있고 산소를 보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공기 청정기에게는 전력이 필요합니다. 우주복에도 전력이 필요합니다. 특히, 어두운 밤에 헬멧 전등을 밝히기 위해 지속적으로 고양이 승무원은 우주복에 전력을 충전해야 합니다. 전력을 구하고 싶다면, 고양이 승무원은 발전소를 지어야 합니다. 당연히 발전소 역시 시작 장비입니다.



시작 장비로서 고양이 승무원은 생체 연료 발전소를 찾을 수 있습니다. 생체 연료 발전소는 잎사귀, 열매, 구근, 목재를 태우고 전력을 생산합니다. 나중에 고양이 승무원은 태양열 전지판이나 핵 발전소를 지을 수 있으나, 시작 장비는 생체 연료 발전소입니다. 좋든 싫든, 고양이 승무원은 가장 먼저 생체 연료 발전소를 지어야 합니다. 고양이 승무원은 에어록과 공기 청정기에 식물 발전소를 연결하고 지속적으로 잎사귀와 열매와 구근과 목재를 공급해야 합니다. 솔직히 태양열 전지판과 달리, 생체 연료 발전소는 귀찮습니다.


대낮 동안 태양열 전지판은 햇빛을 이용해 스스로 전력을 생산합니다. 고양이 승무원이 연료를 공급하지 않는다고 해도, 태양열 전지판은 햇빛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반면, 고양이 승무원이 연료를 공급하지 않는다면, 생체 연료 발전소는 전력을 생산하지 못할 겁니다. 생체 연료 발전소를 돌리기 위해 고양이 승무원은 계속 주변을 탐험해야 합니다. 식물들이 아주 멀리 있다면, 고양이 승무원은 멀리 탐험해야 합니다. 이건 위험할지 모릅니다. 탐험하는 동안 산소가 떨어지거나 벼락이 고양이를 강타하거나 고양이는 굶주리거나 차량이 망가질지 모릅니다. 식물들이 가까이 있다면, 그건 다행이겠으나, 만약 그렇지 않다면, 우주 고양이는 위험한 탐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물론 태양열 전지판에는 몇몇 단점이 있습니다. 모래 폭풍이 불 때, 모래들은 전지판을 뒤덮습니다. 고양이 승무원은 계속 전지판을 닦아야 합니다. 수리 로봇을 조립하기 전까지, 고양이 승무원은 전지판들을 일일이 닦아야 합니다. 이건 다소 귀찮습니다. 무엇보다 야간에 태양열 전지판은 전력을 생산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충전기는 필수입니다. 충전기가 있다면, 주간에 태양열 전지판은 전력을 생산하고 여분을 충전기에 보충할 겁니다. 야간에 우주 기지는 여분 전력을 이용할 수 있겠죠. 문제는 야간 행성입니다. 야간 행성에서 항성은 존재하지 않고, 태양열 전지판은 전력을 얻지 못합니다.


다른 발전소들을 건설하지 않는다면, 고양이 승무원은 생체 연료 발전소를 이용해 살아남아야 합니다. 하지만 생체 연료 발전소에는 꾸준히 잎사귀와 열매와 구근과 목재가 필요합니다. (만약 나중에 동물들이 나타난다면, 응가나 털가죽이나 고기 역시 연료가 될지 모릅니다.) 따라서 생체 연료 발전소를 위해 고양이 승무원은 지속적으로 탐험을 떠나야 합니다. 우주 고양이가 정원과 온실을 설치한다고 해도, 정원과 온실 식물들에게는 물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얼음을 캐기 위해 우주 고양이는 탐험을 떠나야 합니다. 집수기를 설치한 이후, 우주 고양이는 물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비는 제한적입니다. 전반적으로 외계 행성은 건조합니다.



생체 연료 발전소는 귀찮습니다. 오직 생체 연료 발전소만 이용해야 한다면, 게임 플레이어는 태양열 전지판을 비롯해 다른 발전소들을 그리워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생체 연료 발전소는 시작 장비이고, 그렇기 때문에 불리한 상황에서 게임 플레이어는 계속 생체 발전소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솔직히 야간 행성에서 오랜 동안 게임 플레이어는 오직 생체 발전소만을 이용해 얼마든지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생체 발전소는 귀찮습니다. 생체 발전소가 번거롭기 때문에 이건 시작 장비가 되었을지 모릅니다. 사실 생체 연료는 가장 기초적입니다. 구태여 이런 SF 생존 이야기를 구경하지 않는다고 해도, 우리는 생체 연료를 쉽게 구경할 수 있습니다.


생체 연료를 구경하기 위해 우리는 구태여 존 스칼지가 쓴 <꿀꿀대는 소리 말고는 버릴 것이 없다>를 읽을 필요가 없습니다. 소설 <꿀꿀대는 소리 말고는 버릴 것이 없다>에서 소설 주인공은 첨단(?) 돼지 농장 직원입니다. 소설 주인공은 돼지 응가들을 채집하고, 돼지 응가들은 효율적이고 친환경적인 생체 연료가 됩니다. 하지만 이미 일상에서 우리는 여러 생체 연료들을 이용합니다. 캠핑장에서 사람들은 모닥불을 피웁니다. 캠프 파이어는 생체 연료를 태웁니다. 캠프 파이어는 장작과 숯을 태우고, 장작과 숯은 생체 연료입니다.



잭 런던이 쓴 소설 <불을 지피다>는 동토에서 생존하는 어떤 남자를 묘사합니다. 혹한 속에서 남자가 얼어죽을 때, 남자에게는 따뜻한 불꽃이 정말 필수적이었습니다. 남자는 성냥으로 불꽃을 일으키고 불을 지피기 위해 나뭇가지들을 넣어야 했습니다. 게임 <롱 더 다크>에서 게임 주인공은 꾸준히 나뭇가지들을 모읍니다. <롱 더 다크>는 <불을 지피다>와 비슷합니다. <불을 지피다>처럼, 게임 주인공은 계속 나뭇가지들을 모으고 불을 지펴야 합니다. 절대절명의 가혹한 환경 속에서 생존자에게는 한 줄기의 불꽃이 필요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쉬운 해답은 나뭇가지, 생체 연료입니다.


비단 이런 생존자들만 아니라 화석 연료가 나타나기 전까지, 인류 문명은 계속 생체 연료들을 이용했습니다. 산업 혁명 이후, 석탄과 석유 같은 화석 연료는 생체 연료를 밀어냈으나, 어쩌면 인류 문명은 다시 태양 에너지 및 풍력 에너지, 수력 에너지와 함께 생체 연료들을 이용할지 모릅니다. 산업 자본주의와 화석 연료는 서로 떨어지지 못하는 관계이고, 산업 자본주의가 너무 심각한 억압과 폭력과 착취이기 때문이죠. 유럽의 산업 자본주의가 화석 연료를 이용한 이후, 자본주의는 폭력적으로 자연 환경을 오염시켰습니다. 자본주의가 사라진다면, 미래의 평등한 사회 속에서 인류는 생체 연료 발전소들을 지을지 모릅니다.



생체 연료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고, 어쩌면 미래에도 생체 연료는 사라지지 않을지 모릅니다. 유구한(?) 역사 덕분에 생체 연료에는 고전적이고 진보적인 두 측면이 함께 존재합니다. 영화 <더 그레이>에서 늑대 무리를 피하기 위해 생존자들이 나뭇가지들로 불을 지피는 장면과 소설 <꿀꿀대는 소리>에서 돼지 농장 직원이 친환경 응가들을 수집하는 장면은 모두 생체 연료를 가리킬 수 있죠. <뮨베이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산소가 바닥을 치고 우주 고양이가 숨을 쉬지 못할 때, 게임 플레이어는 다급하게 열매나 구근을 생체 발전소에 넣기 원할 겁니다. 그때 게임 플레이어는 불을 지피기 위해 다급하게 나뭇가지를 찾는 생존자에게 크게 공감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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