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생태주의
모스라의 신비주의 컨셉 본문
영화 <고지라: 괴수왕> 1차 예고편은 여러 주연 괴수들, 고지라, 라돈, 모스라, 킹기도라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네 주연 거대 괴수들 중에서 모스라는 제대로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고지라는 완전히 전신을 보여줬습니다. 사실 전작 <고지라>에 고지라가 나오기 때문에 예고편은 구태여 고지라를 감추지 않은 것 같습니다. 라돈 역시 인상적인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사실 라돈의 인지도는 고지라나 모스라, 킹기도라보다 비교적 낮으나, 예상과 달리, 예고편에서 라돈의 비중은 꽤나 컸어요. 설사 라돈이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지 못했다고 해도, 라돈이 프테라노돈과 비슷하기 때문에, 거대 괴수 팬들은 라돈의 외모를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킹기도라는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 않았으나, 얼음 속에서 윤곽선을 드러내거나 구름 속에서 윤곽선을 드러냅니다. 킹기도라는 윤곽선에 치중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미 수많은 SF/판타지 영화들이 드래곤을 묘사했기 때문에 킹기도라의 외모를 상상하기는 어렵지 않을 겁니다. <레인 오브 파이어>부터 <스마우그의 폐허>까지, 온갖 실사 영화들은 드래곤들을 묘사했고, 킹기도라 역시 그런 묘사들을 따라갈지 모르죠.
문제는 모스라입니다. 많은 거대 괴수 팬들은 모스라의 외모를 보기 바랐으나, 예고편은 모스라를 감춥니다. 모스라 애벌레는 그저 머리를 살짝 내밀었을 뿐입니다. 게다가 그건 모스라 애벌레가 아닐지 모릅니다. 그건 다른 거대 괴수인지 모릅니다. 주인공 소녀와 그 괴수가 교감하는 것 같기 때문에 거대 괴수 팬들은 그게 모스라 애벌레라고 짐작합니다. 그런 짐작이 맞는다고 해도, 영화 제작진이 그게 모스라가 맞다고 말했다고 해도, 모스라 애벌레는 그저 아주 작은 비중만을 차지했을 뿐입니다. 게다가 어른 모스라는 아예 모습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예고편은 그저 거대하고 우아한 두 날개를 보여줄 뿐입니다. 모스라의 본체가 무슨 모습일지 짐작한 길은 없습니다.
게다가 예고편 후반부에서 모스라는 신의 광선을 뿌립니다. 신의 광선은 비구름을 날리고 성스러운 광휘를 퍼뜨립니다. 그 장엄하고 신성하고 아름다운 광경은 <고지라: 괴수왕>의 품격을 높이는 것 같습니다. 솔직히 숱한 괴수 영화들은 거대 괴수가 그저 파괴적인 볼거리에 불과하다고 간주합니다. 설사 거대 괴수에게 부드러운 여성 성향을 부여한다고 해도, 숱한 괴수 영화들은 폭력적인 볼거리를 먼저 강조하죠. 반면, <고지라: 괴수왕> 1차 예고편은 모스라가 신성한 여신임을 대놓고 강조합니다.
이런 거대 괴수 영화에서 거대 괴수가 신성한 여신이 될 거라고 누가 상상했을까요. 이런 관점에서 <고지라: 괴수왕>은 <클로버필드>나 <퍼시픽 림> 같은 영화와 아예 다른 궤도를 달립니다. 다른 숱한 여름 블록버스터 영화들 역시 <고지라: 괴수왕>을 따라가지 못합니다. 신성한 거대 괴수 여신은 감히 비교를 불허합니다. 어떻게 이런 신성한 괴수 여신 앞에서 한낱 액션 블록버스터들이 감히 고개들을 들 수 있겠습니까. <콩: 해골섬>과 <고지라: 괴수왕>이 똑같이 몬스터버스 시리즈임에도, 심지어 <콩: 해골섬>조차 이런 경이를 보여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킹콩은 장엄하고 신비로운 왕이 될 수 있었으나, <콩: 해골섬>은 장엄과 신비보다 싸움박질을 보여주느라 바빴어요.
물론 <콩: 해골섬>에는 킹콩과 스컬크롤러 이외에 다른 주연 괴수들이 없습니다. 반면, <고지라: 괴수왕>에서 고지라와 라돈과 킹기도라가 싸움박질을 담당하기 때문에 모스라는 신성과 모성에 치중할 수 있겠죠. 영화 본편이 뚜껑을 연다면, 이런 평가는 바뀔지 모릅니다. 하지만 1차 예고편은 모스라가 싸움박질보다 치유와 복원에 치중한다고 주장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모스라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많은 거대 괴수 팬들은 아쉽다고 토로하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이건 모스라가 가장 많은 외형적인 변화들을 거쳤기 때문인지 모릅니다. 고지라와 라돈과 킹기도라와 달리, 모스라는 유일한 절지류 괴수이고, 유일하게 알록달록한 괴수이고, 유일하게 엄마 괴수입니다. (암컷 라돈이 나오지 않는다면, 모스라는 유일한 엄마 괴수겠죠.) 따라서 모스라는 외형적인 변화를 거쳐야 했을 테고, 영화 제작진은 그걸 쉽게 공개하지 않을지 모르죠. 어쩌면 몬스터버스 시리즈에서 모스라는 더 이상 나방 괴수가 아닐지 모릅니다. 모스라는 그저 비행 절지류 괴수에 불과할지 모르죠. 수컷 무토가 그랬던 것처럼, 모스라는 나방에서 아주 멀어질지 모릅니다.
여러 벽화들이나 부조는 전형적인 나방을 묘사하나, 솔직히 이런 영화에서 알록달록한 거대 나방이 날아다닌다면, 그건 꽤나 어색하지 않을까요. 수컷 무토 디자인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으나, 어느 정도 안정적인 디자인이었습니다. 적어도 수컷 무토는 어색하거나 유치하거나 어설프지 않았죠. 따라서 영화 제작진은 이걸 변주할지 모릅니다. 수컷 무토가 화려한 나비 날개를 매단다면, 그건 모스라가 될지 모르죠. 어떤 팬 아트는 그런 모습을 상상합니다. (링크 1) 만약 모스라가 정말 이런 모습이 된다면, 글쎄요, 어떤 팬들은 꽤나 실망할지 모릅니다. 흠, 이건 어린 관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디자인이 아닐지 모르죠.
하지만 원작 모스라처럼, 모스라가 여전히 신성하고 우호적인 여신이 된다면, 외모는 비교적 중요하지 않을지 모르죠. 중요한 것은 외모보다 성향이 아니겠습니까. 만약 1998년 갓질라가 압도적이고 웅장한 능력을 선보였다면, 외모가 바다 이구아나를 닮았다고 해도, 괴수 팬들은 좋아했을지 모릅니다. 물론 나방 외모를 유지한다고 해도, 그건 무조건 유치하거나 어색하지 않을지 모릅니다. 그런 팬 아트 역시 있습니다. (링크 2) 이 팬 아트에서 모스라는 나방보다 나방 인간에 가깝습니다. 원작 모스라는 꽤나 커다란 머리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팬 아트의 모스라는 작은 머리를 보여주죠. 게다가 모스라가 두 다리로 서기 때문에 모스라는 나방보다 인간 체형에 가까워요. 원작 모스라는 다소 아기자기한 체형이나, 팬 아트의 모스라는 어른 인간 체형에 가깝고, 훨씬 진중합니다.
머리가 작고 체격이 훤칠하기 때문에 이런 모습은 유치하거나 어설픈 분위기를 많이 몰아낼 수 있죠. 만약 모스라가 이런 모습이 된다면, 거대 괴수 팬들은 좋아할지 모릅니다. 게다가 날개들이 여섯이기 때문에 팬 아트 모스라는 단순한 나방보다 초자연적인 느낌을 많이 풍깁니다. 수컷 무토와 비슷한 팬 아트는 정도를 벗어났으나, 이런 팬 아트는 훨씬 나방 괴수라는 정체성을 지키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런 모습이 마음에 듭니다. 이건 나방보다 나방 인간에 가까우나, 그렇다고 해도 나방 괴수라는 정체성은 신비롭게 살아있습니다.
어쨌든 영화 제작진은 모스라를 (어른벌레와 애벌레 모두) 너무 감추는 것 같습니다. 2차 예고편이나 피규어는 모스라를 제대로 보여줄까요. 영화 속에서 모스라가 얼마나 많은 비중을 차지할까요. 고지라와 라돈은 예고편을 인상적으로 장식한 반면, 모스라와 킹기도라는, 특히, 무엇보다 모스라는 신비주의 컨셉을 미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