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생태주의
<디아블로 2>와 몸빵 소환수, 발키리와 그리즐리 본문
[형식적으로 그리즐리는 몸빵 소환수입니다. 하지만 설정 측면에서 그리즐리는 '자연의 힘'입니다.]
비디오 게임 <디아블로 2>에는 다섯 등장인물들이 있습니다. 아마존, 바바리안, 네크로맨서, 소서리스, 팔라딘. 확장팩 <파괴의 군주>에는 어쌔신과 드루이드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에는 모두 일곱 등장인물이 있습니다. 일곱 등장인물들에게는 고유한 기술들이 있습니다. 어떤 기술들은 소환 기술입니다. 특히, 아마존, 네크로맨서, 어쌔신, 드루이드는 영구적인 소환수를 동원할 수 있습니다. 만약 게임 플레이어가 솔로 플레이를 진행한다면, 용병 이외에 바바리안과 소서리스와 팔라딘은 다른 일행을 얻지 못할 겁니다. 바바리안, 소서리스, 팔라딘은 혼자 모험을 떠나야 합니다.
반면, 아마존, 네크로맨서, 어쌔신, 드루이드에게 소환수들이 있기 때문에, 네 등장인물들은 모험을 혼자 외롭게 떠나지 않습니다. 특히, 초반부부터 네크로맨서와 드루이드에게 소환수들이 있기 때문에, 상당히 많은 네크로맨서들과 드루이드들은 소환수들을 우글우글 동원합니다. 네크로맨서는 해골들과 골렘, 되살아난 시체들을 동원하고, 드루이드는 까마귀들과 늑대들과 곰과 정령들과 덩굴들을 동원합니다. 30레벨에서 아마존은 발키리를 소환할 수 있고, 18레벨과 30레벨에서 어쌔신은 섀도우 워리어와 섀도우 마스터를 소환할 수 있습니다. 덩굴부터 발키리까지, 모두 소환수들입니다.
시체를 파먹고 마나를 채우는 솔라 크리퍼부터 위풍당당하게 금빛 갑주를 자랑하는 발키리까지, 아마존, 네크로맨서, 어쌔신, 드루이드에게는 모두 소환 기술이 있습니다. 게임 플레이어는 솔라 크리퍼, 아이언 골렘, 발키리, 섀도우 워리어가 모두 소환 기술이라고 인식할 수 있습니다. 30레벨에서 아마존은 발키리를 소환할 수 있고, 드루이드는 그리즐리 곰을 소환할 수 있습니다. 발키리와 그리즐리는 이른바 '몸빵'을 맡습니다. 아마존이 화살들을 날리는 동안, 육중한 발리키는 창을 휘두르고 악마들을 막습니다. 육중한 발키리가 근접 전투를 맡기 때문에, 아마존은 사격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드루이드가 화산을 터뜨리거나 회오리를 날리는 동안, 그리즐리는 앞발을 휘두르고 악마들을 막습니다. 그리즐리가 근접 전투를 맡기 때문에, 드루이드는 주문 시전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발키리와 그리즐리는 몸빵 소환수입니다. 게임 플레이어는 발키리와 그리즐리가 몸빵 소환수라고 인식할 수 있습니다. 궁술 아마존은 사격 계열이고, 엘리멘탈 드루이드는 주문 시전 계열이나, 사격과 주문 시전은 원거리/중거리 공격입니다. 비록 엘리멘탈 드루이드가 중거리 마법사에 가깝다고 해도, 엘리멘탈 드루이드는 근접 전투를 직접 맡지 않습니다. 궁술 아마존과 엘리멘탈 드루이드에게는 몸빵이 필요합니다.
궁술 아마존과 엘리멘탈 드루이드가 근접 전투를 직접 맡지 않기 때문에, 양쪽에게는 몸빵이 필요합니다. 용병은 이른바 몸빵이 될 수 있으나, 궁술 아마존과 엘리멘탈 드루이드가 근접 전투 용병을 고용하지 않는다고 해도, 양쪽은 몸빵을 자체적으로 소환할 수 있습니다. 궁술 아마존은 발키리를 소환하고, 엘리멘탈 드루이드는 그리즐리를 소환합니다. 육중한 발키리는 금빛 갑주를 자랑하고 길다랗고 날카로운 창을 휘두릅니다. 우직한 그리즐리는 떡대를 자랑하고 묵직한 앞발을 휘두릅니다. 묵직한 앞발 휘두르기는 악마를 멀리 밀쳐낼 수 있습니다. 발키리와 그리즐리는 몸빵 소환수입니다.
게임 플레이어는 발키리와 그리즐리가 몸빵 소환수라고 인식할 수 있습니다. 양쪽은 똑같이 몸빵 소환수입니다. 악마들이 우르르 몰려온다고 해도, 발키리와 그리즐리는 몸빵을 맡고 악마들을 막을 겁니다. 형식적으로 발키리와 그리즐리는 비슷한 역할입니다. 형식적으로 발키리와 그리즐리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와, 굉장해. 30레벨 아마존과 30레벨 드루이드에게는 똑같이 몸빵 소환수가 있어. 그래서 아마존과 드루이드는 원거리/중거리 전투에 집중할 수 있어." 비록 발키리와 그리즐리 '성능'이 다르다고 해도, 이렇게 게임 플레이어는 인식할 수 있고, 이런 인식은 크게 틀리지 않습니다.
어떤 게임 플레이어는 그리즐리보다 발키리가 낫다고 생각할 겁니다. 발키리는 마법 갑주를 입습니다. 마법 갑주 덕분에, 발키리는 특별한 능력들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반면, 그리즐리는 야생 동물입니다. 야생 동물은 갑주를 입지 않습니다. 군마가 갑주를 입는 것처럼, 그리즐리는 갑주를 입을 수 있는지 모르나, 드루이드는 갑주를 주지 않습니다. 오직 자체적인 내구력과 털가죽만으로 그리즐리는 악마들을 막아야 합니다. 그래서 어떤 게임 플레이어는 그리즐리보다 발키리가 낫다고 생각할 겁니다. 그렇다고 해도 분명히 형식적으로 발키리와 그리즐리는 똑같이 몸빵 소환수입니다.
발키리와 그리즐리 '성능'이 다르다고 해도, 그리즐리보다 발키리가 훨씬 낫다고 해도, 형식적인 측면에서 발키리와 그리즐리는 비슷한 몸빵 소환수입니다. 발키리와 그리즐리는 비슷한 역할을 맡습니다. 하지만 설정 측면에서 발키리와 그리즐리는 다릅니다. 설정 측면에서 아마존과 드루이드는 다릅니다. 아마존은 전사 부족 소속입니다. 드루이드는 자연의 힘을 연구합니다. 전사로서 아마존이 명예를 추구하기 때문에, 여신은 아마존에게 발키리를 선사합니다. 그래서 아마존은 발키리를 소환할 수 있습니다. 반면, 드루이드가 자연의 힘을 연구하기 때문에, 드루이드는 그리즐리를 소환합니다.
아마존이 전사 부족에 속하기 때문에, 아마존에게 소환은 주력 기술이 아닙니다. 반면, 드루이드가 자연의 힘을 연구하기 때문에, 드루이드에게 '소환'은 주력 기술입니다. 드루이드는 비단 그리즐리만 아니라 다양한 늑대들, 정령들, 덩굴들을 소환합니다. 30레벨 이후, 아마존은 발키리를 소환할 수 있으나, 이미 2레벨부터 드루이드는 포이즌 크리퍼를 동원할 수 있습니다. 비록 포이즌 크리퍼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해도, 초반부부터 드루이드는 자연 계열 동료와 함께 모험을 떠날 수 있습니다. 일반 난이도 블러드 무어에서 포이즌 크리퍼는 땅을 파고, 줄기를 펼치고, 좀비를 중독시킬 수 있습니다.
반면, 일반 난이도 블러드 무어에서 발키리는 금빛 갑주를 번쩍거리지 못하고 길다란 창을 휘두르지 못합니다. 2레벨 아마존은 발키리를 소환하지 못합니다. 아마존은 전사 부족이고, 전사에게 소환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전사는 직접 창을 휘두르거나 활을 쏴야 합니다. 전사는 몸을 직접 움직여야 합니다. 만약 2레벨 아마존이 다른 특별한 방법을 이용하지 않는다면, 2레벨 아마존은 발키리를 소환하지 못할 겁니다. 2레벨 아마존이 투창을 던지든, 활을 쏘든, 2레벨 아마존은 좀비를 혼자 상대해야 합니다. 2레벨 아마존이 좀비를 혼자 상대하는 동안, 2레벨 드루이드는 포이즌 크리퍼를 동원할 수 있습니다.
일반 난이도 블러드 무어에서 아마존이 좀비에게 투창을 던지는 동안, 드루이드는 포이즌 크리퍼와 함께 좀비를 때려잡습니다. 형식적으로 발키리와 그리즐리가 똑같이 몸빵 소환수 역할이라고 해도, 발키리와 그리즐리에게는 다른 배경 설정이 있습니다. 아마존과 드루이드에게 다른 배경 설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반 난이도 덴 오브 이블에서 아마존은 불타는 시체를 혼자 상대하나, 드루이드는 포이즌 크리퍼와 함께 덴 오브 이블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렇게 형식이 비슷하다고 해도, 배경 설정 때문에, 전반적인 내용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비단 발키리와 그리즐리만 아니라 아이언 골렘과 그리즐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네크로맨서와 드루이드는 소환수들을 우글우글 동원합니다. 양쪽은 똑같이 소환 전문가가 될 수 있습니다. 게임 플레이어는 양쪽이 똑같은 소환 전문가라고 인식할 수 있습니다. 비록 드루이드 소환 기술보다 네크로맨서 소환 기술이 훨씬 뛰어나다고 해도, 형식적으로 양쪽은 소환 전문가가 똑같이 됩니다. 형식적으로 네크로맨서와 드루이드는 소환수들을 우글우글 동원합니다. 게임 플레이어는 양쪽이 똑같은 형식이라고 인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형식이 똑같다고 해도, 배경 설정은 다르고, 이건 전반적인 게임 플레이에 커다란 영향을 미칩니다. 네크로맨서는 죽음 이후를 연구하고, 해골을 일으키고, 시체들, 물질들을 조종합니다.
네크로맨서는 죽은 악마를 일으키고 조종할 수 있습니다. 만약 네크로맨서가 강력한 악마를 처치한다면, 네크로맨서는 강력한 부하로서 되살아난 악마를 부릴 수 있을 겁니다. 네크로맨서는 금속 물질에서 아이언 골렘을 소환할 수 있습니다. 만약 네크로맨서가 뛰어난 마법 갑옷을 이용해 아이언 골렘을 소환한다면, 아이언 골렘 역시 뛰어난 능력을 자랑할 겁니다. 반면, 드루이드에게 이건 불가능합니다. 드루이드는 자연의 힘을 연구합니다. 드루이드에게 되살아난 악마 시체보다 덩굴과 참나무 정령과 그리즐리는 훨씬 어울립니다. 아무리 형식적으로 네크로맨서와 드루이드가 비슷하다고 해도, 전반적인 게임 플레이는 다릅니다.
순수한 드루이드 기술은 악마 시체를 되살리지 않고 물질을 조종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디아블로 2>가 신나는 액션 게임이라고 해도, <디아블로 2>는 어느 정도 판타지 설정을 추구해야 합니다. 만약 드루이드가 악마 시체를 되살리고 조종한다면, 게임 플레이어는 드루이드 설정이 이상하다고 지적할지 모릅니다. 다른 많은 중세 유럽 판타지들에서 드루이드들이 자연 친화적이기 때문에, 드루이드가 숲 속 종족들과 친하기 때문에, <디아블로 2>에서 드루이드가 덩굴과 참나무 정령과 그리즐리를 소환한다고 해도, 이건 어울립니다. (<던전스 앤 드래곤스> 3.5판에서도 드루이드 주문은 자연 동료 소환 주문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이렇게 형식이 비슷하다고 해도, 내용은 다를 수 있습니다. 만약 우리가 너무 형식에만 몰두한다면, 우리는 내용을 놓칠지 모릅니다. 이건 형식보다 내용이 반드시 중요하다는 뜻이 아닙니다. 형식이 중요한 것처럼, 내용 역시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형식과 내용 이외에 우리는 다른 많은 기준들을 중시할 수 있습니다. 패트리스 머피가 쓴 <식물 아내>는 SF 소설입니다. 로버트 하인라인이 쓴 <스타십 트루퍼스>는 SF 소설입니다. 반면, <제노블룸>은 생태계 시뮬레이션 게임입니다. <제노블룸>이 외계 식물상을 보여준다고 해도, 어떤 SF 독자들은 <제노블룸>이 전형적인 사이언스 픽션이 아니라고 간주할지 모릅니다.
많은 SF 독자들은 <식물 아내>와 <스타십 트루퍼스>가 비슷하다고 간주할 겁니다. 하지만 <식물 아내>에는 외계 식생이 있습니다. <식물 아내>는 살아있는 외계 식생을 노래합니다. 이 단편 소설에서 생태적인 상상력은 중요한 비중, 핵심 비중을 차지합니다. <제노블룸>이 생태계 시뮬레이션이기 때문에, <제노블룸>에서도 생태적인 상상력은 중요한 비중, 핵심 비중을 차지합니다. 반면, <스타십 트루퍼스>는 생태적인 상상력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습니다. 외계 식생이 싱그럽게 번성한다고 해도, <스타십 트루퍼스>는 상관하지 않습니다. <스타십 트루퍼스>는 든든한 강화복을 차려입고 못된 외계인에게 꿀밤을 먹이기 원합니다.
<식물 아내>와 <제노블룸>은 번성과 풍요로움을 연출하나, <스타십 트루퍼스>는 가부장적인 폭력을 연출합니다. 만약 누군가가 가부장 권력을 위협한다면, 사내 대장부들은 든든한 강화복들을 입고 상대에게 꿀밤을 먹여야 할 겁니다.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가부장 문화는 폭력을 휘둘러야 합니다. 가부장 권력을 위한 폭력은 합당합니다. 가부장 권력이 옳기 때문입니다. 왜 가부장 권력이 옳은가요? 이유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유가 무엇이든, 가부장 권력은 반드시 옳습니다. <스타십 트루퍼스>는 가부장 권력이 반드시 옳다고 주절주절 떠듭니다. 반면, <식물 아내>는 가부장 권력을 몰아냅니다.
<식물 아내>에는 살아있는 외계 식생이 있고, 이 단편 소설에서 가부장 권력보다 모성, 번성, 풍요로움은 훨씬 중요합니다. <제노블룸>에도 외계 식생이 있고, 이 비디오 게임에서 번성과 풍요로움은 훨씬 중요합니다. 비록 <제노블룸>이 가부장 문화를 직접 비판하지 않는다고 해도, SF 팬은 <식물 아내>와 <스타십 트루퍼스>보다 <식물 아내>와 <제노블룸>이 훨씬 가깝다고 묶을 수 있습니다. <식물 아내>와 <스타십 트루퍼스>가 똑같이 SF 글자 매체, 전형적인 사이언스 픽션이라고 해도, <식물 아내>와 <제노블룸>은 훨씬 가까울 수 있습니다. 심지어 드루이드와 <제노블룸>은 가까워질지 모릅니다.
<식물 아내>와 <제노블룸>이 번성과 풍요로움을 찬미하는 것처럼, <디아블로 2>에서 드루이드는 번성과 풍요로움을 찬미하는지 모릅니다. <디아블로 2>가 끔찍한 묵시록 판타지이기 때문에, 드루이드는 싱그러운 녹색 삼림을 떠들지 않으나, 일반적인 여러 중세 판타지들에서 드루이드들은 자연, 번성, 풍요로움, 생명력을 찬미합니다. 다른 여러 드루이드들처럼, 어쩌면 <디아블로 2>에서 드루이드 역시 자연, 번성, 풍요로움, 생명력을 찬미하는지 모릅니다. 만약 <디아블로 2>에서 드루이드가 번성, 풍요로움, 생명력을 찬미한다면, <식물 아내>와 <제노블룸>과 드루이드 사이에는 유사성이 있을 겁니다.
<식물 아내>는 'SF 소설'입니다. <스타십 트루퍼스>는 'SF 소설'입니다. <식물 아내>와 <스타십 트루퍼스>는 사이언스 픽션이고, 동시에 <식물 아내>와 <스타십 트루퍼스>는 소설입니다. <디아블로 2>는 사이언스 픽션이 아니고 소설이 아닙니다. <디아블로 2>는 끔찍한 중세 판타지이고 비디오 게임입니다. 하지만 만약 게임 플레이어가 자연, 번성, 풍요로움, 생명력을 중시한다면, <스타십 트루퍼스>보다 <식물 아내>와 <디아블로 2>(의 드루이드)는 훨씬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제노블룸>에서 게임 플레이어는 '자연의 힘'을 느낄 수 있습니다. <디아블로 2>의 드루이드 역시 '자연의 힘'을 연구합니다.
[이런 장면과 <식물 아내>에는 외계 식생, 번성, 풍요로움이 있습니다. 양쪽은 비슷한 위상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언제나 이런 분류들은 유사성의 함정을 경계해야 합니다. 어제 11월 15일 <프로젝트 이글> 게시글에서 저는 '화성에 대기가 없다'고 썼습니다. 화성에는 미약한 대기가 있고, 분명히 너무 미약한 대기 역시 대기이나, 많은 상황들에서 우리는 '없음'과 '미미함'을 거의 구분하지 않습니다. "이런 빌어먹을, 독거 노인 보조금이 그저 이것뿐이야? 이게 보조금이 없는 것과 뭐가 다르지? 인간은 그저 숨만 쉬는 기계에 불과하지 않아!" 이런 분노가 가득한 외침에서 '없음'과 '미미함'은 거의 비슷한 위상입니다. 제 머릿속에는 이런 관념(없음=미미함)이 있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화성에 대기가 없다'고 (저도 모르게) 썼는지 모릅니다.
포털 사이트에서 사람들이 화성 대기를 검색한다면, 자동 완성 기능은 검색 문구 '화성의 희박한 대기'를 보여줄 겁니다. SF 울타리 안에서도 화성의 희박한 대기는 유명한 설정입니다. '희박함'과 '없음'은 거의 비슷한 위상입니다. 그래서 '화성에는 대기가 없다'와 '화성에는 너무 미약한 대기가 있다'는 거의 비슷한 위상이 됩니다. 제 머릿속에 이런 유사성의 함정이 있기 때문에, 저는 '미약함'과 '없음'을 헛갈렸고 오류를 썼는지 모릅니다. 비록 이런 추측이 그저 구차한 변명에 불과하다고 해도, '없음'과 '미미함'이 비슷한 위상이 되는 것처럼, 유사성의 함정은 치명적일 겁니다. 어쩌면 이건 그저 개인적인 실수에 불과하지 않은지 모릅니다.
심지어 어떤 언어학자는 인간 사고 방식, 적어도 언어 활동이 유사성에 기반한다고 주장합니다. 인간 사고 방식, 적어도 언어 활동이 유사성에 기반하기 때문에, 우리는 유사성의 함정에 너무 쉽게 빠질지 모릅니다. 만약 정말 인간 사고 방식, 적어도 언어 활동이 유사성에 크게 기반한다면, 우리가 SF 장르를 규정하고 분류할 때, 우리는 유사성의 함정을 경계해야 할 겁니다. 어쩌면 이 블로그 <SF 생태주의>에는 없음과 미약함 이외에 다른 많은 유사성의 함정들이 있는지 모릅니다. 다행히 현실 속에는 외계 식생과 드루이드 솔라 크리퍼가 없습니다. 현실 속에서 솔라 크리퍼는 시체를 파먹지 않고 파란 마나를 핑핑~ 채우지 않습니다.
모래벌레가 모래 속을 뚫고 다니는 것처럼, 길다란 솔라 크리퍼는 땅 속을 헤집고 다니고, 그래서 솔라 크리퍼는 식물보다 기이한 땅굴 벌레 같습니다. (이게 식물인지 동물인지….) 그렇다고 해도 현실 속에는 솔라 크리퍼가 없습니다. 게임 플레이어는 자연 환경을 과장하기 위해 스페이스 오페라와 중세 판타지가 외계 식생과 솔라 크리퍼를 이야기한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다행히 현실 속에는 녹색 화성이 없습니다. 제가 화성에 대기가 없다고 말한다고 해도, 이런 실수는 화성 자연 생태계를 무너뜨리지 않습니다. 과학자들은 제가 잘못 말한다고 지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유사성의 함정이 지배적인 관념이 된다면?
만약 제가 바이오스피어 우주선에서 버섯들이 생산자라고 말한다고 해도, 이건 그저 개인적인 망신에 불과합니다. 과학자들은 버섯들이 분해자라고 지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배적인 관념이 유사성의 함정이라면, 누가 이것을 지적할까요? 많은 사람들은 소비에트 연방과 나치 독일이 비슷하다고 간주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자본주의와 독재 국가를 분리합니다. 사실 자본주의 지역에서 2차 세계 대전이 터졌음에도, 소비에트 연방이 일방적으로 침략을 받았음에도, 자본주의가 사람들을 훨씬 억압하고 훨씬 세뇌함에도, 사람들은 자본주의와 독재 국가를 분리하고 소비에트 연방과 나치 독일을 함께 묶습니다.
이런 유사성의 함정 때문에, 자본주의가 행성급 환경 오염을 저지른다고 해도, 사람들은 자본주의를 비판하지 않습니다. 드루이드 솔라 크리퍼와 바이오스피어 우주선의 생산자 버섯들보다 이건 훨씬 심각한, 너무 심각한 착각입니다. 이런 착각은 그저 개인적인 망신에 불과하지 않습니다. 이런 착각은 그저 헛웃음에 불과하지 않습니다. 어제 게시글의 헛소리는 화성 자연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으나, 지배적인 관념은 지구 자연 생태계를 무너뜨립니다. 그래서 근대 인류 문명에서 자본주의 체계는 가장 심각한 유사성의 함정인지 모릅니다.
※ 문학은 비유입니다. 비유는 유사성에 기반합니다. '자연의 여신' 같은 표현처럼, 비유는 이것(자연)과 저것(여자)이 유사하다고 간주합니다. 문학은 이런 비유와 비슷합니다. 만약 인간 사고 방식이 유사성에 기반한다면, 문학과 비유가 비슷하기 때문에, 우리는 문학을 비롯해 여러 창작물들을 좋아하는지 모릅니다. 우리의 사고 방식과 문학이 닮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만약 정말 인간 사고 방식과 문학이 비슷하다면, 흠, 문학 평론가야말로 가장 '인간적인' 역할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