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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 판타지/유토피아

드로이드 공장과 SF 경제

OneTiger 2018. 12. 4. 20:10

"기계가 기계를 만들다니!" 영화 <클론의 습격>에서 C-3PO는 외칩니다. 드로이드 공장에 들어섰을 때, C-3PO는 거대한 자동 로봇들이 드로이드들을 조립하는 광경을 목격합니다. C-3PO에게 그건 꽤나 충격적인 장면인 것 같습니다. 어쩌면 C-3PO는 이런 장면을 본 적이 없을지 모르겠습니다. 이제까지 C-3PO는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일한다고 생각했고 노동자가 없는 공장을 상상한 적이 없을지 모릅니다. 사실 이건 다소 모순적이고 재미있는 장면입니다. C-3PO 역시 드로이드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C-3PO는 인간 형태 드로이드입니다.


비록 인간과 달리 C-3PO는 아주 유연하게 움직이지 못하나, 어느 정도 인간처럼 움직일 수 있습니다. 만약 로봇 공학 기술자들이 C-3PO를 훨씬 개선한다면, 그런 개량 드로이드는 인간 노동자를 대신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이미 <스타 워즈> 시리즈에서 드로이드들은 수많은 업무들과 노동들을 맡았습니다. 기술력은 부족하지 않을 겁니다. 만약 사람들이 드로이드들을 이용하기 원한다면, 사람들은 얼마든지 노동자들 대신 드로이드들을 투입할 수 있겠죠. 인간은 노동에게서 해방되고, 그건 정말 기술적인 유토피아가 될지 모릅니다. 제다이들이 이런 기술적인 유토피아를 좋아할까요? 그건 확실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기술적인 유토피아를 고찰하기 위해 조지 루카스는 저런 대사를 집어넣었을지 모릅니다. 아니면 조지 루카스에게는 아무 생각이 없었을지 모릅니다. 아니면 <THX 1138>을 감독한 적이 있기 때문에 조지 루카스는 희미하게 기술적인 유토피아가 디스토피아가 될지 모른다고 짐작했을지 모릅니다. 기계들이 모든 노동을 도맡는다면, 심지어 기계가 기계를 수리하고 완성하는 역할조차 담당한다면, 사람들은 노동에서 해방될 겁니다. 노동 조합 시위대가 흔드는 '노동 해방' 깃발은 더 이상 깃발로서 끝나지 않을 겁니다. 사람들은 진정한 노동 해방에 다다를 수 있겠죠.


오래 전부터 이른바 공상적인 사회주의자들(유토피아 사회주의자들)은 노동 해방을 꿈꿨습니다. 비단 샤를 푸리에 같은 공상적인 사회주의자들만 아니라 여러 사회주의 사상가들은 노동이 바뀌기 바랐습니다. 노동이 즐겁고 기쁜 것으로 바뀔 때, 인간은 노동 해방에 다다를 수 있을 겁니다. 어떤 사회주의자들은 인간이 생각을 바꾸기 원했고, 어떤 사회주의자들은 작업 환경을 바꾸기 원했고, 어떤 사회주의자들은 아예 사회 구조를 바꾸기 원했습니다. 심지어 비단 사회주의자들만 아니라 고전 자유주의자들 역시 인간이 자신의 노동을 통제할 때 노동이 즐거운 것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고전 자유주의자들이 이런 생각을 머릿속에 떠올렸을 때, 가장 커다란 방해는 국가였습니다.



국가는 개인을 억압합니다. 그래서 고전 자유주의자들은 국가를 공격했죠. 얼마 후, 이런 상황은 바뀝니다. 국가보다 자본가 계급이 훨씬 강력해졌기 때문이죠. 국가 정부와 자본가 계급은 긴밀한 관계가 되고, 국가는 자본가 계급을 뒷받침합니다. 노동자 계급과 자본가 계급이 싸울 때, 더 많은 수익을 얻기 위해 국가는 자본가 계급을 지지합니다. 사회주의자들은 고전 자유주의가 문제라고 생각했고 노동자 계급이 자본가 계급에게서 해방되어야 한다고 간주했습니다. 노동자 계급이 자본가 계급에게서 해방되는 방법들은 다양할 겁니다. 어쩌면 기술적인 유토피아는 그런 방법이 될지 모릅니다.


만약 자동 기계가 모든 노동을 담당한다면, 임금 노동자는 더 이상 노동하지 않을 테고 자본가 계급에게서 벗어날 수 있을지 모릅니다. C-3PO와 달리, 19세기 사회주의자들은 드로이드 공장을 상상한 적이 없을 겁니다. 몇몇 19세기 사회주의자는 스팀펑크와 비슷한 상상력을 발휘했으나, 본격적인 자동 기계를 꿈꾸지 못했습니다. 사실 19세기 SF 작가들 역시 드로이드 공장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어떻게 사회주의자들이 완전 자동화 기계를 상상할 수 있었겠어요. 19세기 SF 작가들과 사회주의자들에게 완전 자동화 공장은 아직 떠올리지 못할 꿈이었습니다.



하지만 몇몇 19세기 SF 작가와 사회주의자는 기계가 엄청난 혁신이라고 감탄했습니다. 아니, 공장 기계가 엄청난 생산량을 보장했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은 기계가 엄청난 혁신이라고 감탄했습니다. 사회주의자들은 이런 혁신에 감탄하는 동시에 이런 혁신을 의심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봤습니다. 정말 이게 혁신인가? 공장 기계와 엄청난 생산량이 혁신인가? 만약 기계 노동이 인간 노동자들을 밀어낸다면? 기계 노동이 인간 노동자들을 밀어낸다면, 인간 노동자들이 무엇을 해야 하나? 인간 노동자들이 정말 노동 해방에 다가설 수 있는가?


여전히 이런 물음은 중요합니다. 아니, 우리가 21세기 초반을 살아가기 때문에 우리에게 이런 물음은 훨씬 중요하겠죠. <제2의 기계 시대>에서 앤드류 맥아피와 에릭 브린욜프슨은 이런 화두를 던집니다. 이 책을 읽은 이후, 많은 사람들은 인공 지능과 자동화 기계가 점철한 SF 경제 운운합니다. SF 경제…. 이건 꽤나 재미있는 용어입니다. C-3PO는 사이언스 픽션이 뭔지 모를 겁니다. 자신이 사이언스 픽션 속의 등장인물이기 때문이죠. <스타 워즈> 세계 속에 사이언스 픽션이 있을까요? 글쎄요, 그건 확실하지 않습니다. 설사 <스타 워즈> 세계 속에 사이언스 픽션이 없다고 해도, 우리는 C-3PO를 바라볼 수 있고 SF 경제라는 용어를 말할 수 있죠. 우리에게 C-3PO가 목격한 드로이드 공장은 SF 경제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이건 완전 자동 기계가 당장 나타날 수 있다는 뜻이 아닙니다. 인간을 대신할 수 있는 기계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인간은 수많은 자질구레한 노동들을 맡을 수 있으나, 기계들은 그렇지 못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알파고가 대단하다고 말하나, 알파고는 예외적인 사례입니다. 설사 알파고가 대단하다고 해도, 인공 지능은 인간 노동자를 대신하지 못합니다. 인공 지능은 육체 노동을 맡지 못합니다. 인공 지능에게는 하드웨어, 육체가 없죠. 인공 지능은 그저 소프트웨어에 불과합니다. 인류 문명을 정말 뒷받침하는 노동은 하드웨어 노동, 육체 노동입니다. 기계는 아직 이런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우리 인간은 바지 주머니나 외투 주머니에 아주 쉽게 손을 넣을 수 있습니다. 주머니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겁니다. 교통 카드, 지갑, 휴대폰 아니면 36.5℃의 따뜻하고 살아있는 손난로…. 네, 이제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기 때문에 36.5℃의 따뜻한 생체 손난로는 훨씬 중요해지겠죠. 인간의 손이 정말 정확히 36.5℃인지 저는 잘 모르겠으나, 그건 중요하지 않겠죠. 우리는 주머니에서 교통 카드, 지갑, 휴대폰을 쉽게 꺼내거나 연인의 손을 부드럽고 사랑스럽게 움켜쥘 수 있습니다. 인간형 기계에게 이건 불가능한 행위입니다. 심지어 가장 진보된 인간형 로봇조차 걷는 동안 쉽게 휴대폰을 꺼내거나 사람의 손을 (사랑스럽게) 잡지 못할 겁니다. 심지어 달빠(DARPA)조차 그런 인간형 로봇을 쉽게 대량 생산하지 못하겠죠.



흔히 사람들은 기술적 특이점을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나, 기술적 특이점은 100년이나 200년을 요구할지 모릅니다. 기술적 특이점은 500년이나 1,000년을 요구할지 모릅니다. 심지어 기술적 특이점은 영원히 찾아오지 않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만약 기술적 특이점이 정말 찾아온다면, 기술적 특이점은 자본주의 시장 경제를 무너뜨릴지 모릅니다. 인간 노동자가 잉여 가치를 창출할 때, 자본가는 이윤을 얻을 수 있고, 그건 자본주의 시장 경제를 지탱합니다. 인간 노동자가 잉여 가치를 창출하지 않는다면, 기계가 모든 생산을 담당한다면, 그건 더 이상 자본주의가 아닙니다. 적어도 숱한 공산주의자들은 그런 'SF 경제'를 더 이상 자본주의 시장 경제라고 부르지 않을 겁니다.


자본주의가 정말 사라진다면, 공산주의자들이 좋아할까요? 공산주의자들에게 자본주의 시장 경제는 불구대천의 원수입니다. 자본주의가 사라진다면, 공산주의자들은 쌍수를 들고 환영하겠죠. 문제는 자본주의 이후, 포스트 자본주의입니다. 만약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가 계급이 생산 수단을 독차지한 것처럼, 포스트 자본주의 사회에서 유산 계급이 자동 기계들을 독차지한다면, 다른 수많은 무산 계급 민중들에게는 권력이 없을 겁니다. 그들은 아주 비참한 처지가 될지 모릅니다. 포스트 자본주의 사회는 기술적인 유토피아가 아니라 완전 자동화 노예 시대일지 모릅니다.



이런 완전 자동화 노예 시대에 억압과 착취는 훨씬 가시적일지 모릅니다. 무산자 민중 계급은 유산 계급을 참지 못할 테고 대대적으로 봉기할지 모릅니다. 그건 계급 투쟁이 될 테고, 격렬한 계급 투쟁을 통해 인류는 기술적인 유토피아에 다다를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렇게 인류가 기술적인 유토피아에 다다른다고 해도, 그 과정은 정말 끔찍하고 서글프겠죠. 그러는 동안 수많은 희생들과 비명들과 눈물들은 뒤를 따를지 모릅니다. 그런 비참한 희생들 위에 기술적인 유토피아는 서있을지 모릅니다. 그래서 C-3PO는 놀란 목소리로 외쳤을지 모릅니다. "기계가 기계를 만들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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