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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의 지적 존재들과 사회주의 공동체 본문

SF & 판타지/유토피아

가상의 지적 존재들과 사회주의 공동체

OneTiger 2017. 7. 15. 20:00

종종 SF 소설들은 미래 인류나 외계 종족을 묘사합니다. 당연히 이들의 사회 구조는 현대 인류와 다릅니다. 현대 인류는 자본주의 체계가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합니다. '역사의 종언' 같은 발언에서 알 수 있듯이 심지어 일부 보수 우파는 자본주의의 확대가 역사의 마무리라고 해석하죠. 하지만 (우파와 좌파를 떠나서) SF 작가들은 인류의 미래나 다른 지적 존재의 사회 구조를 보다 파격적이고 자유롭게 상상합니다. 바로 기술이 진보를 이루기 때문입니다.


SF 소설 속에서 어쩌면 미래 인류는 기술적 특이점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인공 지능과 로봇은 모든 노동을 도맡을 수 있고, 따라서 인류는 더 이상 노동하지 않아도 될 수 있습니다. 인공 지능이 모든 것을 생산하고 생산량이 홍수처럼 넘친다면, 인간들은 노동 없이 분배를 누릴 수 있을지 모릅니다. 혹은 인류가 아예 다른 종족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이 종족은 인류의 후손이지만, 인류와 별로 공통점이 없습니다. 이들은 정신적으로 서로 감응할 수 있고, 그래서 정신적 공동체를 이룰 수 있을지 모릅니다.



어쩌면 어떤 외계인들은 '자신'이라는 개념이 없을지 모릅니다. 그래서 이들은 모든 토지를 사회적으로 소유하고, 전쟁을 일으키지 않을지 모릅니다. 이런 미래 인류, 인류의 후손, 외계 종족 등은 그리 드문 소재가 아닙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SF 작가들은 사회주의 체계를 거리낌 없이 표현합니다. 기술적 특이점을 맞이한 인류는 (생산량이 넘치기 때문에) 생산 수단에 더 이상 욕심을 부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만약 인류의 후손이 정신적 공동체를 이룬다면, 이들은 생산 수단을 공적으로 소유할 수 있을 겁니다.


만약 자신이라는 개념이 없는 외계 종족이 모든 토지를 사회적으로 소유한다면, 당연히 이건 사회주의 체계입니다. 게다가 이런 사회주의 체계는 현재 자본주의 체계보다 낫습니다. 여러 SF 소설들은 가상의 사회주의 체계가 현대의 자본주의보다 낫다고 말합니다. 공동체 성향과 공감 능력이 강하기 때문에 이들은 서로를 차별하지 않고 전쟁을 일으키지 않고 자연 환경을 평화롭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착취, 학살, 오염이 없는 세상이죠. 이런 세상은 비단 유토피아 소설에만 나오지 않습니다. 스페이스 오페라나 밀리터리 SF 소설들도 이런 사회주의 체계를 긍정적으로 바라봅니다.



이런 사회 구조는 환상적입니다. 모두가 생산 수단을 소유하고, 덕분에 환경 오염이나 비극적인 전쟁이 없습니다. 이런 사회 구조 속에서 기후 변화와 테러 공격은 그리 문제가 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사회 구조를 볼 때마다 뭔가 아쉽습니다. 왜냐하면 저들은 인류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미래의 인류, 인류의 후손, 외계 종족은 인류가 아닙니다. 따라서 이들은 현재 자본주의의 온갖 억압과 싸울 필요가 없습니다. 그저 기술이 발달하거나 세월이 흐름에 따라 이들은 자연스럽게 사회주의 체계를 구성합니다.


아마 우파들도 이런 소설에서 별로 불쾌감을 느끼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런 소설들은 현재 체계를 비판하지만, 체계를 뒤집자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저 가상의 사회 구조를 묘사할 뿐입니다. 사실 보수 우파가 사회주의를 미워하는 까닭은 사회주의 그 자체가 싫기 때문이 아닙니다. 물론 어떤 보수 우파는 사회주의 자체를 말도 안 되는 헛소리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주의가 보수 우파의 심기를 건드리는 이유 중 하나는 사회주의가 현재의 기득권을 갈아엎어야 한다고 말하기 때문입니다.



비단 사회주의만 아니라 좌파나 진보는 언제나 기득권과 충돌했습니다. 노예 해방 운동은 노예 주인들과 충돌했습니다. 페미니즘 운동은 온갖 남자들과 충돌했습니다. 사회주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사회주의 사상은 기득권 자본의 착취와 오염을 강조하고, 체계를 뒤집지 않는다면 이런 착취와 오염이 절대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 말합니다. 기득권은 자기 지위를 계속 유지하기 원할 테고, 따라서 사회주의가 절대 예뻐 보이지 않겠죠.


만약 어떤 외계 종족이 외계 행성에서 사회주의 체계를 유지하고 지구의 거대 자본이 그 외계 행성에 갈 수 없다면, 거대 자본들은 그 사회주의 체계에 별로 상관하지 않을 겁니다. 설사 그 외계인들이 인류와 아주 똑같다고 해도 거대 자본은 그 사회주의에 상관하지 않을 겁니다. 자신에게 아무 해를 끼치지 않기 때문이죠. 하지만 지구의 노동 조합이 뭐라고 떠든다면, 거대 자본은 난리법석을 일으킬 겁니다. 그건 분명히 거대 자본에게 피해를 끼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만약 지구의 거대 자본이 그 외계 행성에 갈 수 있다면, 즉시 빨갱이 비난이 터지겠죠.)



각종 스페이스 오페라 소설의 사회주의 설정은 좋습니다. 저는 그런 설정들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저는 작가들이 그런 설정을 현대 인류에게 대입하고 인류가 혁명을 일으키도록 응원했으면 더욱 좋겠습니다. 현재의 착취와 오염을 해결하는 자들은 현재의 인간들이어야 합니다. 머나먼 미래나 외계 종족에게 맡기기에 현재의 피해는 너무 극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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