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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존 윈덤이 쓴 은 포스트 아포칼립스입니다. 트리피드는 식인 식물이고 사람들을 습격합니다. 그래서 어떤 독자들은 트리피드들 때문에 인류 문명이 무너졌다고 오해합니다. 소설 제목이 '트리피드의 날'이기 때문에, 이 소설은 식인 식물 트리피드들을 강조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사실 트리피드들은 별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지 않습니다. 소설 속에서 어떤 재난 때문에 사람들은 시력들을 잃었습니다. 정말 중요한 사건은 이겁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장님들이 되었고, 이것 때문에 인류 문명은 무너집니다. 인류 문명이 무너졌기 때문에, 식인 식물들은 탈출하고 사람들을 공격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재난이 터지지 않았다면, 인류 문명은 무너지지 않았을 테고, 식인 식물들은 탈출하지 못했을 겁니다. 트리피드들은 그저 열심히 식용..
소설가 브라이언 올디스는 'cosy catastrophe'라는 용어를 만들었습니다. 저는 이걸 안락한 멸망이라고 부릅니다. 왜 안락할까요. 다른 사람들은 고통을 받으나, 소설 주인공은 그렇지 않고 다른 사람들보다 우위에 서기 때문입니다. 존 윈덤이 쓴 에서 대부분 사람들은 장님이 됩니다. 앞을 볼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입니다. 소설 주인공은 무사히 앞을 볼 수 있어요. 그래서 소설 주인공은 초인이 됩니다. 장님들이 사는 나라에서 앞을 볼 수 있는 사람은 초인과 마찬가지입니다. 구원자처럼 주인공은 다른 사람들을 이끌고 보살피고 먹거리를 줍니다. 다른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지옥을 헤매더라도, 주인공은 고통을 피할 수 있고 지옥을 넘어갈 수 있습니다. 오히려 소설 주인공은 느긋하고 안전한 피난처를 찾고, 거기..
소설 에서 재미있는 점은 트리피드들이 재앙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소설 제목과 달리 트리피드는 이 작품에서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은 일종의 장애 아포칼립스입니다. 사람들은 장애를 겪고, 그래서 문명이 붕괴하죠. 따라서 은 옥타비아 버틀러가 쓴 같은 소설과 비슷할 겁니다. 하지만 에는 식물 괴수 따위가 등장하지 않습니다. 식물 괴수가 아니라고 해도 장애는 얼마든지 사람들을 덮칠 수 있습니다. 사실 에서 식물 괴수들은 장애를 일으키지 않았습니다. 장애를 일으키는 원인은 인공 위성 전투입니다. 적어도 소설 주인공은 인공 위성 전투라고 짐작했죠. 인공 위성이든 혜성이든, 어쨌든 트리피드와 딱히 관계가 없습니다. 사람들이 장애를 겪고 문명이 붕괴하기 전까지, 트리피드는 위협이 되지 못했습니다. 그저 ..
흔히 SF 소설은 가상 세계를 이야기합니다. 외계 행성은 가상 세계의 대표적인 상징이죠. 외계 행성 이외에 사이버 공간, 초거대 우주선, 지구 공동, 해저 도시, 극지의 유적, 미래 도시 등은 독자에게 현실에서 비롯했지만 현실과 전혀 다른 세계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현실과 인연이 있지만) 현실과 전혀 다른 법칙이 그 세계를 지배합니다. 그건 과학적 법칙일 수도 있고, 사회적 법칙일 수도 있습니다. 모름지기 좋은 SF 소설은 그 두 가지를 전부 말해야 하겠죠. 만약 우주 승무원들이 초거대 우주선을 타고 다른 행성으로 떠난다고 가정하죠. 그렇다면 창작가는 어떻게 그 우주선이 생겼는지, 어떻게 작동하는지, 어떤 생존 장치를 구비했는지 설명해야 할 겁니다. 또한 창작가는 어떻게 승무원들이 살아가는지, 어떤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