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세상이 끝날 때까지 아직 10억 년 (3)
SF 생태주의
이름처럼, 사이언스 픽션은 (자연) 과학을 이용합니다. 사이언스 픽션이 적극적으로 과학 기술들을 활용하기 때문에, 이런 특징은 다른 예술 사조들과 사이언스 픽션을 크게 구분합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사이언스 픽션들과 함께 전형적인 자연 과학자들을 머릿속에 떠올립니다. 하지만 사이언스 픽션에서 '사이언스'는 그저 단순한 (자연) 과학에 불과하지 않습니다. 종종 사이언스 픽션에서 '사이언스'는 과학적인 사고 방식, 과학이 세상에 미치는 영향, 과학이 만드는 오해와 착각과 불신, 과학 그 자체보다 과학이 만드는 여러 부수적인 영향들을 가리킵니다. 만약 사람들이 첨단 과학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과학은 진보가 아니라 다른 무엇이 될 겁니다. 과학은 저주, 공포, 마술이 될 겁니다. 유전자 조작 작물이 가난한 ..
"결론도 없고, 설명도 없고, 해답도 없고…. 누가 그런 소설을 읽나? 왜 그런 갑갑한 소설을 읽지?" SF 세상에는 이런 평가를 받는 소설들이 있을 겁니다. 솔직히 대부분 SF 소설들은 모든 설정에 명쾌한 설명을 붙이지 못해요. (그래서 SF 소설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SF 소설이 황당하다고 비난하죠.) 요란한 사이언스 판타지부터 묵직한 하드 사이언스 픽션까지, SF 소설들에서 설정은 상상의 영역입니다. 사이언스 판타지 소설에서 작가는 온갖 인공 지능, 로봇, 돌연변이 괴물, 개조 생명체, 외계인을 늘어놓을 수 있으나, 어떻게 그런 것들이 작동하거나 살아있는지 말하지 못할 겁니다. 그런 작동 원리가 궁금한 독자는 소설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겠죠. 작가가 어떤 인조인간이나 돌연변이 괴물을 제시하면, 독자는..
머피의 법칙은 상황이 계속 악화되는 현상을 가리킵니다. 한국 사람들은 이런 현상을 엎친 데 덮쳤다고 표현하죠. 갑자기 날씨가 흐려지고, 차가운 바람이 불고, 비가 후두둑 쏟아지고, 옷이 모두 젖고, 도로는 막히고, 아까운 하루가 그렇게 흘러간다면…. 가을 소풍을 바란 사람은 머피의 법칙이나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생각하겠죠. 그런 사람들은 재수가 없다거나 운이 나빴다고 말할 겁니다. 맞아요. 우리는 이런 현상을 그저 우연으로 돌리곤 합니다. 사실 우연이 맞죠. 먹구름들은 가을 소풍을 바라는 사람에게 아무 관심이 없습니다. 먹구름들은 그저 자연적인 현상이죠. 하지만 만약 이것들이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누군가가 꾸민 음모라면? 우리를 곤경에 빠뜨리기 위해 누군가가 치밀하고 거대한 음모를 꾸몄다면? 특정한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