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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테라포밍 마스>와 <심라이프> 그리고 <베헤모스> 본문

SF & 판타지/개조 생명체들

<테라포밍 마스>와 <심라이프> 그리고 <베헤모스>

OneTiger 2018. 12. 15. 17:53

[우주에 생명의 씨앗들을 퍼뜨리고 싶다면, 우리는 개조 생명체들과 생태학을 조합할 수 있어야 할 겁니다.]



제목처럼 보드 게임 <테라포밍 마스>는 화성 지구화를 이야기합니다. 게임 플레이어들은 다양한 기업들을 선택하고 화성 지구화에 참가합니다. 지구는 기업들에게 화성 지구화 사업을 위임했고, 기업들은 여러 특징들을 발휘합니다. 어떤 기업은 쉽게 도시들을 늘릴 수 있고, 어떤 기업은 광산들을 점거할 수 있습니다. 어떤 기업은 열 에너지를 모을 수 있고, 어떤 기업은 연줄을 이용합니다. 다양한 기업들 중에서 에코라인은 삼림들을 늘리는 기업입니다. 기업 이름이 가리키는 것처럼, 게임을 시작할 때, 에코라인은 식물 자원들을 받습니다.


에코라인은 식물 자원들을 적게 소모하고 삼림을 늘릴 수 있죠. 삼림을 늘릴 때마다, 삼림을 늘리는 기업은 점수를 받을 수 있습니다. 삼림이 산소를 뿜고 대기를 조성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삼림을 많이 늘리는 에코라인은 많은 점수를 받을 수 있습니다. 에코라인에게는 승리할 잠재력이 많습니다. 삼림들을 제대로 관리한다면, 에코라인은 높은 순위를 노릴 수 있겠죠. 그래서 다른 기업들은 에코라인을 방해합니다. 심지어 게임 플레이어들은 작당하고 에코라인 플레이어를 다굴칠 수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우정 파괴로 이어질지 모릅니다. <카탄의 개척자> 같은 보드 게임들이 얼마나 많은 우정들을 파괴했을까요.



특히, 경쟁 기업들은 에코라인이 조성한 삼림들을 공격할 겁니다. 에코라인의 가장 커다란 특징은 식물 자원들과 삼림 조성입니다. 경쟁 기업들이 (에코라인에게 속한) 삼림들을 없앨 수 있다면, 에코라인은 점수를 얻지 못하겠죠. 그래서 에코라인은 토지 소유 권리를 주장해야 하고, 야생 보호 구역을 지정해야 하고, 최대한 삼림들을 보호해야 합니다. 만약 에코라인이 삼림들을 제대로 보호하고, 새로운 자연 생태계가 번성한다면, 에코라인은 많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지 모릅니다. 화성은 붉은 행성에서 녹색 행성이 되겠죠. 하지만 <테라포밍 마스>는 발달된 생태계를 조성하기가 어렵다고 말합니다. 에코라인이 힘들게 삼림을 조성한다고 해도, 그런 삼림이 아름드리 나무와 최고 포식자(알파 프레데터)를 품을 수 있을까요?


아무르 호랑이 같은 최고 포식자에게는 방대한 영토와 커다란 초식동물들이 필요합니다. 삼림 생태계가 활발하게 순환하지 않는다면, 아무르 호랑이 같은 최고 포식자는 나타나지 못할 겁니다. 만약 화성 삼림에서 아무르 호랑이들이 번성한다면, 그건 테라포밍이 성공했다는 상징이 될 겁니다. 에코라인은 아무르 호랑이를 테라포밍의 상징으로 삼을지 모릅니다. 사실 <테라포밍 마스>에서 식물 자원과 연계된 카드들 중에는 포식자 카드(불곰)가 있습니다. 포식자 카드는 다른 동물 자원을 소비할 수 있습니다. 이건 포식자가 다른 동물들을 잡아먹는다는 뜻이겠죠.



어떤 게임 플레이어들은 <테라포밍 마스>의 게임 제작자들이 포식자 카드를 잘못 설정했다고 지적합니다. 그런 게임 플레이어들은 포식자 카드가 다른 동물 자원을 '무조건' 소비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포식동물이 다른 동물을 잡아먹어야 하기 때문이죠. 다른 동물을 잡아먹지 않는다면, 포식동물은 포식동물이 아닙니다. 다른 동물을 잡아먹기 때문에 포식동물은 자연 생태계의 균형을 조절할 수 있죠. 하지만 <테라포밍 마스>에서 포식자 카드는 그런 생태학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포식자 카드가 다른 동물 자원을 무조건 소비하지 않기 때문이죠. 포식자 카드는 다른 동물 자원을 '선택적으로' 소비합니다.


그래서 여러 게임 플레이어들은 게임 제작자들이 포식동물을 잘못 설정했다고 지적합니다. 이건 생태학에 어긋납니다. 제가 직접 게임을 플레이한 적이 없기 때문에 저는 정말 포식자 카드에 오류가 있는지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런 논의들은 꽤나 흥미롭습니다. 만약 미래 인류가 화성 지구화를 진행한다면, 미래 인류는 이런 물음에 부딪힐 겁니다. 화성 삼림에서 미래 인류가 아무르 호랑이들을 풀어놓을 수 있을까요? 언제? 어떻게? 화성 삼림이 건강하게 아무르 호랑이들을 키울 수 있을까요? 아무르 호랑이들이 취약한 초식동물 집단을 무너뜨리고 화성 삼림을 망치지 않을까요?



이건 보드 게임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미 현실에서 생태학자들은 이런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합니다. 그리고 미래 인류 역시 이런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겁니다. 만약 그들이 인공 생태계를 조성한다면, 그들은 이런 문제를 피하지 못하겠죠. 누군가는 물을지 모릅니다. "아니, 왜 무조건 울창한 삼림에 호랑이가 있어야 하는가? 호랑이 없이 삼림 생태계는 순환할 수 있다. 지구 삼림에 호랑이가 있다고 해도, 인공 생태계 삼림에는 호랑이가 필요할지 않을지 모른다." 네, 맞습니다. 인공 생태계 삼림에는 호랑이가 필요하지 않을지 모릅니다. 호랑이 없이 미래 인류는 울창한 삼림을 유지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게다가 각종 첨단 로봇들이 돕는다면, 미래 인류는 호랑이 따위가 필요하지 않다고 여길지 모릅니다. 하지만 환경 재앙은 순식간에 터지지 않습니다. 호랑이 없는 삼림이 계속 울창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지 아무도 그걸 장담하지 못할 겁니다. 이미 여러 번 인류는 동물 개체들을 함부로 조절했고 그때마다 환경 재앙들을 겪어야 했습니다. 호랑이 없는 삼림 역시 비슷한 환경 재앙을 터뜨릴지 모릅니다. 우리가 그저 나무들만을 키우고 싶지 않다면, 울창하고 거대한 삼림에는 호랑이를 비롯해 최고 포식동물들이 필요할지 모릅니다. 데이빗 스즈키는 호랑이 없는 삼림이 삭막하다고 말하겠죠. (저는 누구인지 자세히 기억하지 못하겠으나, 어떤 중국 생태학자 역시 호랑이 없는 삼림이 삭막하다고 말했습니다.)



게다가 울창한 삼림을 키우고 싶다면, 화성에서 미래 인류는 대기를 조성해야 합니다. 이런 작업이 쉬울까요? 설사 경쟁 기업들이 방해하지 않는다고 해도, 에코라인과 다른 기업들이 서로 힘을 합친다고 해도, 이런 작업이 쉬울까요? 화성은 죽은 행성입니다. 화성은 불모지입니다. 여기에는 아무 대기나 수분이나 생명체가 없습니다. 적어도 우리는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불모지에서 생명의 씨앗들을 뿌리고 싶다면, 우리는 먼저 아주 특별한 씨앗들을 키워야 할 겁니다.


<테라포밍 마스>에는 개조 미생물들이 있습니다. 만약 극단적인 환경에서 개조 미생물들이 번성할 수 있다면, 개조 미생물들은 산소를 뿜고 기초적인 대기를 조성할 수 있겠죠. 기초적인 대기 속에서 미래 인류는 본격적으로 삼림들을 늘릴 수 있겠죠. 하지만 첨단 과학 기술이 정말 개조 미생물을 만들 수 있을까요? 몇몇 연구원이나 전문가는 개조 미생물 계획을 지지합니다. 하지만 유전 공학이 발달한다고 해도, 이런 개조 미생물을 만들기는 어려울 겁니다. 어떤 과학자들은 개조 미생물을 희망적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유전 공학과 생태학이 아주 효과적으로 어우러지지 않는다면, 화성 삼림 속의 아무르 호랑이는 불가능한 꿈이 될 겁니다. '테라포밍 마스'는 그저 게임에 불과하겠죠.



이런 논의들을 들을 때, 어떤 게임 플레이어는 <심라이프>나 <어스텅> 같은 생태계 시뮬레이션 게임을 머릿속에 떠올릴지 모릅니다. <심라이프>는 인공적인 진화를 이야기하고, <어스텅>은 외계 식생과 각종 야생 동물들을 이야기합니다. 이런 게임들을 플레이할 때, 게임 플레이어는 인공적인 진화와 생태계 상호 작용을 고민할 겁니다. 따라서 <심라이프> 및 <어스텅>은 <테라포밍 마스>와 비슷할지 모릅니다. 물론 <테라포밍 마스>에서 생태적인 상상력은 전부가 아닙니다. <테마포밍 마스>에는 유전 공학과 생태학 이외에 다른 수많은 설정들이 있습니다. <심라이프>와 <어스텅>은 진화 생물학과 생태학에 전반적으로 치중하나, <테라포밍 마스>에서 유전 공학과 생태학은 그저 일부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게임 플레이어가 생태적인 상상력을 좋아한다면, <심라이프>와 <어스텅>과 <테라포밍 마스>에서 게임 플레이어는 공통 분모를 찾아낼 수 있겠죠. 유전 공학과 생태학이 전부가 아니라고 해도, 분명히 그것들은 <테라포밍 마스>를 떠받치는 기둥입니다. <어스텅>에서 게임 플레이어가 식생과 포식동물 관계를 고민할 수 있다면, <테라포밍 마스> 설정을 논의할 때, 게임 플레이어는 똑같이 식생과 포식동물 관계를 논의할 수 있겠죠. <어스텅>과 <테라포밍 마스>에는 이런 공통 분모가 있습니다.



게다가 게임 플레이어는 유전 공학과 생태학을 이용하는 다른 사례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스콧 웨스터펠드가 쓴 <베헤모스>는 스팀펑크 밀리터리 소설입니다. 여기에는 행성 공학이 없습니다. <베헤모스>에는 거대 괴수 병기가 있습니다. <베헤모스>와 <테라포밍 마스>는 완전히 다른 장르입니다. 바다 촉수 괴수가 행성 공학과 똑같겠습니까. 하지만 거대 괴수 병기 내부에는 거대 괴수에게 영양분을 공급하는 개조 생태계가 있습니다. <베헤모스>에는 분명히 유전 공학과 생태학이 있죠. 따라서 두 장르가 완전히 다르다고 해도, <베헤모스>와 <테라포밍 마스>에는 뚜렷한 공통 분모가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공통 분모를 포착하고 함께 논의할 수 있겠죠. 우리가 안목을 넓히고 생태적인 상상력을 폭넓게 즐기고 싶다면, 이런 공통 분모는 아주 요긴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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