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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폴른과 삼림 행성 공학 본문

SF & 판타지/개조 생명체들

언폴른과 삼림 행성 공학

OneTiger 2018. 11. 20. 19:10

[코야실의 생체 나무 우주선과 거대한 나무 줄기들. 아무 이유 없이 삼림 행성 공학은 최종 퀘스트가 아니겠죠.]

 

 

비디오 게임 <엔들리스 스페이스 2>는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입니다. 장대한 은하계에서 여러 외계인들은 갈등하고 협력하고 싸우고 배신하고 화해합니다. 다양한 외계인 세력들은 뚜렷한 개성들을 드러내고, 외계인 세력들은 그런 개성들을 이용해 우주 패권을 차지하기 원합니다. 호라시오는 우주 전체가 자신의 클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호라시오는 자신을 초인으로 만들고, 자신의 클론들을 양산하고, 그런 클론들을 이용해 세력을 확장합니다. 소폰은 중세 유럽 판타지의 놈들 같습니다. 소폰은 뭔가를 뚝딱뚝딱 잘 만듭니다.

 

하지만 소폰은 일상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언제나 새롭고 신기한 발명품들을 쫓습니다. 일상적인 문제들과 정치적인 문제들을 떠넘기기 위해 소폰은 아주 강력한 인공 지능을 만들었으나, 오히려 강력한 인공 지능은 소폰을 제어하기 원하죠. 보디야니는 기계 정수를 추구하고 유기체가 번거롭다고 주장합니다. 보디야니는 기계 정수를 숭배하고 모든 유기체가 정수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행성을 점령할 때마다, 보디야니는 모든 유기체를 사냥하고 정수들로 만들죠. 심지어 보디야니는 행성에 정착하지 않습니다. 크레이버는 흉악한 절지류(처럼 보이는) 악당 외계인들입니다. 그들은 전투적이고 모든 것을 공격합니다.

 

 

그제 11월 18일에 설명한 것처럼, 언폴른은 지성적인 나무 외계인들입니다. 그들은 걸어다니는 나무 거인들입니다. 나무가 느리게 자라는 것처럼, 나무가 평화로운 것처럼, 언폴른은 방어적이고 평화로운 조화를 추구합니다. 사실 언폴른은 은하계 패권 싸움에 적극적으로 끼어들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그들은 외계인들이 열심히 싸우는 중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어느 날, 수도 행성 코야실에서 외계인들은 추락하고, 언폴른은 우주가 무엇인지 깨달았습니다. 외계인들은 서로 침략하고 신나게 싸우는 중이었고, 언폴른은 은하계에 조화로운 평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침내 언폴른은 우주선들을 건조하고, 다른 항성계들로 진출하고, 은하계에 조화로운 평화를 선사하기 시작하죠. 지성적인 나무 외계인으로서 언폴른은 다소 독특하게 확장합니다. 다른 외계인 세력들과 달리, 언폴른은 줄기 우주선(vineship)을 파견합니다. 일정 시간 동안 줄기 우주선은 개척 행성에 '뿌리'를 뻗어야 합니다. 수도 행성 코야실이 개척 행성에 완전히 뿌리를 내렸을 때, 언폴른은 개척 행성을 소유할 수 있고 세력을 확장할 수 있습니다. 이 '뿌리'가 정말 살아있는 나무 뿌리일까요? 아니면 이게 그저 전파나 초공간 항로일까요? 어쩌면 뿌리라는 이름과 달리, 이건 전파나 초공간 항로일지 모릅니다. '뿌리를 뻗는다'는 문구는 비유적이고 문학적인 문구일지 모릅니다. 이건 살아있는 나무 뿌리가 아닐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게 살아있는 나무 뿌리가 아니라고 해도, 이런 설정은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습니다. 언폴른이 살아가는 수도 행성 코야실에는 엄청나게 커다란 나무들이 있습니다. 그런 나무들은 거대하고 굵은 줄기들로 행성 표면을 뒤덮었습니다. 그래서 코야실 행성은 나무 줄기 행성 같습니다. 우주에서 누군가가 코야실 행성을 바라본다면, 그 사람은 코야실이 나무 줄기들로 이루어졌다고 오해할지 모릅니다. 만약 줄기 우주선이 정말 코야실 행성의 거대 나무들과 다른 행성들을 연결한다면, 11월 18일에 이야기한 것처럼, 그건 정말 세계수(world tree)를 넘는 우주수(space tree)가 되겠죠.

 

어쩌면 '우주수'라는 개념은 너무 황당할지 모르겠습니다. 우주수? 정말 살아있는 나무가 우주로 뿌리를 뻗고 다른 행성을 휘감을 수 있을까요? 코야실 행성에서 거대한 나무들이 행성 밖으로 뿌리를 뻗을 수 있을까요? <엔들리스 스페이스 2>는 스페이스 오페라입니다. 스페이스 오페라는 얼마든지 황당무계한 상상력들을 늘어놓을 수 있죠. 하지만 <엔들리스 스페이스 2>가 스페이스 오페라라는 사실을 감안한다고 해도, 누군가는 우주수가 황당한 설정이라고 느낄지 모릅니다. 아니, 어쩌면 어떤 스페이스 오페라 작가는 이미 이런 설정을 썼을지 모릅니다. 북미와 유럽과 일본과 중국 출판계에는 온갖 SF 소설들이 있습니다. 우주수는 낯설고 황당한 설정이 아니라 이미 진부한 설정일지 모릅니다.

 

 

설사 코야실 행성의 나무들이 살아있는 우주 뿌리를 뻗지 않는다고 해도, 나무 외계인으로서 언폴른은 독특한 매력을 잃지 않습니다. 언폴른 우주선들은 살아있습니다. 언폴른 우주선은 생체 우주선이고 나무 우주선입니다. 언폴른은 (게임 제작진 앰플리튜드 스튜디오 창작이 아니라) 유저 창작 세력입니다. 유저 설정을 따른다면, 언폴른 개체는 무한히 성장하고 자신의 형태를 바꿀 수 있습니다. 언폴른 개체는 우주선 형태로 자랄 수 있고 나중에 정말 우주선이 될 수 있습니다. 언폴른들은 이런 개체들에게 기계 장치들을 덧붙이고 우주선으로 이용합니다.

 

스페이스 오페라에서 이런 생체 우주선은 드문 설정이 아니죠. 옥타비아 버틀러가 생체 개조 외계인들을 선보인 것처럼, 가끔 외계인들은 생체 개조 기술을 이용해 생체 우주선을 건조할 수 있습니다. 언폴른 우주선은 비단 단순한 우주선이 아니라 살아있는 언폴른 개체이고 살아있는 거대 나무입니다. 모든 언폴른 우주선은 잎사귀 같은 태양열 돛들을 매달았습니다. 그건 정말 잎사귀들인지 모릅니다. 태양열을 이용해 잎사귀 돛들은 영양분을 생산하고 그걸 나무에게 공급하는지 모르죠. 코야실 행성의 거대 나무들이 살아있는 우주 뿌리를 뻗지 않는다고 해도, 이런 생체 우주선들은 꽤나 독특합니다. 다른 스페이스 오페라 게임들을 비롯해 <엔들리스 스페이스 2>에서 이런 생체 우주선을 구경하기는 쉽지 않아요.

 

 

생체 우주선을 건조하는 세력으로서 언폴른은 행성 공학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언폴른 최후 퀘스트는 행성 공학 퀘스트입니다. 최후 퀘스트에서 언폴른은 한랭 행성이나 고온 행성을 삼림 행성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듄>에 나오는 프레멘 원주민들은 이런 기술을 정말 부러워할 겁니다. 사막 행성 아라키스를 녹색 삼림 행성으로 바꾸기 위해 프레멘들은 온갖 고난들을 겪어야 했어요. 하지만 최후 퀘스트에서 언폴른은 사막 행성을, 심지어 마그마 행성조차 뚝딱 삼림 행성으로 바꿀 수 있죠. 수도 행성 코야실이 삼림 행성이기 때문에 이건 언폴른에게 꽤나 잘 어울리는 퀘스트 내용입니다.

 

게다가 코야실은 단순한 삼림 행성이 아니라 거대 나무 줄기들이 표면을 뒤덮은 특별한 삼림 행성이죠. 만약 언폴른이 마그마 행성이나 사막 행성을 풍성한 녹색 삼림 행성으로 바꾼다면, 생물량은 엄청나게 늘어날 테고, 생명체들은 풍족하게 먹고 살 수 있을 겁니다. 어쩌면 이런 이유 때문에 언폴른은 엄청난 식량 생산량을 자랑하는지 모릅니다. 여러 외계인 세력들 중에서 언폴른은 독보적인 식량 생산량을 자랑하고 폭발적으로 인구를 늘릴 수 있습니다. 코야실 행성이 어마어마한 삼림 행성이기 때문에 코야실은 독보적인 생물 다양성과 생물량을 자랑할 수 있는지 모릅니다.

 

 

비록 언폴른은 스페이스 오페라 속의 나무 외계인이나, 이런 설정은 많은 것들을 시사합니다. 언젠가 인류는 외계 행성들과 위성들에 진출할지 모릅니다. 만약 외계 행성에서 인류가 계속 거주하기 원한다면, 인류는 행성 공학을 시도해야 할 겁니다. 외계 행성이 풍성한 생물 다양성과 생물량을 자랑할 때, 인류는 지속적으로 농사를 짓고 먹고 살 수 있겠죠. 이런 관점에서 행성 공학과 농업은 서로 긴밀하게 이어집니다. 자연 생태계 문제에서 농업은 떨어지지 못하죠. 어쩌면 농업은 인공 생태계를 조성하는 행위일지 모릅니다. 심지어 아주 작은 텃밭조차 이미 인공 생태계일지 모르죠.

 

흔히 인공 생태계는 바이오스피어 2 같은 폐쇄적인 생태계 실험을 가리킵니다. 하지만 농사를 지을 때, 인간은 주변 자연 환경을 바꾸고 자연 환경에 막대한 영향을 끼칩니다. 그래서 농업은 인공 생태계에 속할 수 있겠죠. 심지어 아주 작은 텃밭조차 인공 생태계에 속할 수 있겠죠. 농업은 그저 식량을 생산하고 먹고 사는 문제가 아닙니다. 농업은 인공 생태계에 속합니다. 이건 주변 자연 환경에 영향을 미칩니다. 하지만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은 농업이 그저 식량을 생산하는 행위에 불과하다고 간주합니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레이첼 카슨이 식량 생산을 망친 악당이라고 힐난하죠.

 

 

하지만 언폴른 설정이 보여주는 것처럼, 농업은 단순한 식량 생산 행위가 아닙니다. 작은 텃밭부터 거대한 삼림 행성 공학까지, 이것들은 환경 문제이고 생태 문제입니다. 환경 사회학적인 관점에서 우리는 농업과 언폴른 설정을 함께 바라볼 수 있어야 할 겁니다. 물론 이윤을 추구하는 자본주의에게 농업은 그저 환금 작물을 생산하는 행위에 불과하겠죠. 흡연 문제, 산성비 문제, 오존층 구멍, 살충제 문제, 기후 변화가 터질 때마다, 자본주의는 언제나 이윤을 추구하고 환경 문제를 외면했죠. 그래서 환경 사회학적인 관점과 자본주의는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겁니다. 어쩌면 언폴른들 역시 자본주의를 혐오할지 모르죠. 나무는 상품이 아닙니다. 나무는 생명이고 자연 생태계의 중요한 구성 요소입니다. 나무들을 계속 상품이라고 간주한다면, 자연 환경 복원에게 미래는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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