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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를 직시하는 환경 교육 본문

생태/환경 보호

자본주의를 직시하는 환경 교육

OneTiger 2017. 10. 12. 20:00

9월 13일, 우리나라에서 그린 아시아 포럼이 열렸나 봅니다. 골드만 환경상 수상자들과 환경 전문가들이 토론하는 자리죠. 특히 이 회의는 허리케인 어마가 막대한 피해를 미친 직후에 열렸고, 그래서 참가자들도 마음가짐이 다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저는 해당 회의를 직접 관람하지 못했고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 잘 모르겠으나, 관련 기사들은 교육을 상당히 강조하는군요. 기후 변화를 극복하고 재생 에너지를 확대하기 위해 다들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많은 전문가들은 2050년부터 기후 변화가 훨씬 막대한 피해를 끼칠 거라고 주장하고, 지금 자라나는 아이들은 직격탄을 맞을 겁니다.


따라서 아이들이 어떻게 그런 미래에 대처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해야 이런 환경 폭력을 반복하지 않을지 가르쳐야 하겠죠. 물론 참가자들은 모두 교육을 강조하는 동시에 각자 다른 분야에 초점을 맞춥니다. 누군가는 앞으로 교육 제도가 인간들만 아니라 다른 생물들에게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 지구상에 우리 인간만 살지 않기 때문에 인간과 다른 생물들이 더불어 살아간다는 점을 가르쳐야 한다는 뜻입니다. 전통적인 학교 교육이 아니라 생태와 공동체에 기반한 교육이 필요해요.



또한 환경 전문가들과 시민들이 오염 지역을 직접 방문할 수 있습니다.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것이 낫겠죠. 시민들이 오염 지역을 직접 방문한다면, 사회가 잘못 돌아간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낄 수 있을 겁니다. 그런 시민들은 행동에 나설 수 있고, 그런 행동들이 사회를 바꿀 수 있겠죠. 비단 성인들만 아니라 아이들도 이런 방문에 동참할 수 있고요. 또 어떤 참가자는 사람들이 공동체에서 뭔가를 경험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만약 사람들이 공동체에서 친환경적인 생활을 배운다면, 그걸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은 막연하게 친환경이 좋다고 생각할 뿐이고, 어떻게 그걸 실천할지 잘 모를 겁니다. 게다가 혼자 시작하기가 막막하겠죠. 다른 사람들이 함부로 살아가는 와중에 혼자 친환경적으로 살아가기가 어려울 겁니다. 만약 친환경적인 공동체에서 사람들이 뭔가를 경험하면, 그들은 나중에 경험을 더욱 확대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이런 교육 역시 전통적인 학교 교육과 거리가 멀 겁니다. 지역 사회와 마을과 현장이 중심이 되어야 하겠죠. 사람들이 직접 현재와 전혀 다른 삶에 참가하고, 잠시나마 그 삶을 몸으로 느껴야 할 겁니다.



참가자들은 <지속 가능한 환경 교육을 위하여>라는 성명서도 발표했습니다. 성명서는 우선 자연 생태계가 얼마나 심하게 망가지고 그게 어떻게 인류에게 피해를 끼치는지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수많은 곳들에서 다양한 실험들이 이루어지는 중입니다. 전환 마을과 친환경 개인 농업, 지역 사회 화폐 등이 그것들이겠죠. 만약 이런 실험들을 (주변부가 아니라) 중심으로 밀 수 있다면, 사람들은 작금의 폭력적인 문명을 전환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저는 그런 전망이 반드시 실현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앞으로 사회를 이끌 아이들이 환경적인 폭력과 수탈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걸 위해 저런 실험들과 교육들은 더욱 널리 퍼져야 할 겁니다. 어른들은 고정 관념이 굳었기 때문에 쉽게 발상을 전환하지 못할지 모르나, 아이들은 아직 폭력적인 관념에서 자유롭습니다. 따라서 아이들은 보다 쉽게 생태적인 문화에 접근할 수 있겠죠. 그래서 교육은 중요하고, 교육은 분명히 바뀌어야 합니다. 지금처럼 등수놀이와 스펙쌓기에만 매달리는 교육은 문명을 전환하지 못합니다. 오히려 경제 성장에만 충성하는 노예들을 양산할 뿐이겠죠.



하지만 저런 회의를 볼 때마다 저는 한 가지 아쉬움을 느끼곤 합니다. <지속 가능한 환경 교육을 위하여>라는 성명서는 자본주의를 전혀 언급하지 않습니다. 저 성명서는 문제가 심각하다고 질타하나, 누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이야기하지 않아요. 그저 개인들이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할 뿐입니다. 네, 좋습니다. 만약 개인들이 발상을 전환한다면, 인류 문명은 좀 더 친환경적으로 바뀌겠죠. 하지만 지금처럼 폭력적이고 치열한 사회 구조 속에서 개인들이 쉽게 발상을 전환할 수 있을까요. 뭐, 돈이 많고 여유가 있는 중산층은 쉽게 발상을 바꿀 수 있을 겁니다. 발상을 바꾸고 생활을 바꿔도 중산층은 별로 문제가 없겠죠.


하지만 아등바등 먹고 사는 사람들은? 그런 사람들은 당장 생활을 바꾸면 밥줄이 끊길지 모릅니다. 아니, 먹고 살기 바쁘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은 발상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조차 못할지 모릅니다. 당장 돈을 벌어야 하는 사람들이 여유로운 전환 마을을 상상할 수 있겠습니까. 게다가 아무리 많은 개인들이 발상을 바꾼다고 해도 결국 거대 자본들이 칼자루를 쥐었습니다. 토지, 하천, 해안, 해양, 대기. 모두 거대 자본들이 독차지했습니다. 아무리 많은 개인들이 친환경적으로 살아가도 거대 자본들이 계속 환경을 오염시킨다면, 발상 전환은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겠죠.



지속 가능한 환경 교육도 좋고, 개인들이 발상을 전환한다는 주장도 좋습니다. 하지만 저는 저런 환경 전문가들이 사회 구조를 직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본주의를 직시하지 않는 환경 교육은 그냥 듣기 좋은 뻐꾸기만 하루 종일 날리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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