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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왜 <아쿠아맨>이 상어들을 열심히 보여주는가 본문

생태/동물들을 향하는 관점

왜 <아쿠아맨>이 상어들을 열심히 보여주는가

OneTiger 2018. 9. 11. 19:16

[다른 초인 영웅 영화들과 달리, 왜 <아쿠아맨> 예고편이 야생 동물들을 강조할까요.]



영화 <아쿠아맨>의 예고편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들 중 하나는 해양 동물들입니다. 아쿠아맨은 해양 초인입니다. 바다를 지배하는 초인으로서 아쿠아맨은 다양한 해양 동물들과 소통할 수 있습니다. 예고편 초반부는 상어와 소통하는 아쿠아맨을 보여주고, 이후 지속적으로 예고편은 몇몇 해양 동물을 보여줍니다. 심지어 해저인들은 상어를 비롯해 각종 해양 동물들을 타고 다닙니다. 그 덕분에 관객들은 바다라는 공간을 한껏 체험할 수 있습니다.


만약 영화 본편이 좀 더 다양한 해양 동물들을 추가하거나 바다 괴수를 추가한다면, 심지어 레비아탄이나 크라켄 같은 거대 괴수가 나온다면, 관객들은 바다의 신비와 공포를 함께 체험할 수 있겠죠. 초인 영화임에도, <아쿠아맨>은 어느 정도 바다라는 공간과 바다 괴수를 통해 이질적인 분위기를 선사할 수 있겠죠. 희한한 점은 저스티스 리그에 참가하는 주연 초인들 중 오직 아쿠아맨만 동물들과 어울린다는 사실입니다. 이름과 달리, 배트맨은 박쥐들과 그렇게 깊은 관계를 맺지 않습니다. 나머지 슈퍼맨이나 원더우먼이나 플래시나 (영화에 나오지 않은) 그린 랜턴이나 화성인 맨헌터 등은 야생 동물과 관계가 없습니다.



왜 여러 초인 영화들 중 오직 <아쿠아맨>만 야생 동물들을 강조할까요? 왜 오직 <아쿠아맨>만 바다 괴수를 강조할까요? 영화 <맨 오브 스틸>이나 <원더 우먼>은 야생 동물들과 아무 인연이 없습니다. 만약 영화 <배트맨>이나 <플래쉬>나 <사이보그>가 나온다고 해도, 이런 영화들 역시 야생 동물들과 인연이 없겠죠. 하지만 <아쿠아맨>은 포스터부터 각종 해양 동물들을 강조합니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할까요? 아쿠아맨이 바다의 왕이기 때문에? 하지만 왜 다른 초인 영웅들은 왕이 아님에도, 오직 아쿠아맨만 왕이 되는 설정일까요?


왜 원더 우먼은 공주님임에도, 지상의 공주가 아니라 일개 왕국의 공주일까요? 왜 아쿠아맨과 달리, 원더 우먼이 지상의 공주가 아닐까요? 왜 아쿠아맨이 바다라는 공간 그 자체를 지배하는 왕이 되었을까요? 저는 인간이 육상 동물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육상 동물입니다. 인간은 육지를 걸어다닙니다. 오래 전부터 인류는 육지에서 살았고, 여전히 인류는 육지에서 살아갑니다. 별다른 사건이 생기지 않는다면, 인류는 계속 육지에서 살아갈 겁니다. 아무리 지구가 푸른 점이라고 해도, 아무리 지구가 블루 마블이라도 해도, 인간은 육상 동물입니다. 인간에게 넓고 깊고 푸른 바다는 이질적인 공간입니다.



인간은 육지와 바다를 서로 다른 공간이라고 해석합니다. 인간은 육지가 친근하다고 여깁니다. 인간은 육상 동물이고, 육지는 인간에게 살아가는 공간입니다. 인간은 육지와 떨어지지 못하고, 인간은 육지 그 자체에 속합니다. 반면, 바다는 인간에게 낯선 공간입니다. 인간은 바닷속에서 살지 못하고, 그저 바다 수면만을 오갈 수 있을 뿐입니다. 아무리 인류 문명이 바다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해도, 아직 바닷속에서 살아가는 인류 문명은 없습니다. 바다는 인간이 살아가는 공간이 아닙니다. 바닷속에서 인간은 죽음과 직면합니다. 그래서 소설 <해저 2만리>에서 네모 선장은 바다로 도망쳤고, 바다에 제국주의 침략이 미치지 못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네모 선장과 노틸러스는 자유롭게 바다를 누비거나 적대 함선을 격침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바다가 인류에게 만만한 공간이 아니라는 근거겠죠. 오히려 인간은 바다보다 외계 행성의 육상 표면을 더욱 친숙하게 받아들일지 모릅니다. 우리는 해저 도시보다 화성 개척지를 더 쉽게 연상합니다. 당연히 인간들은 바다를 배제할 겁니다. 바다와 친숙한 해양 문명들 이외에 다른 대부분 인류 문명들은 바다를 배제하거나 심지어 적대할 겁니다. 아쿠아맨은 그런 바다를 대표하는 초인 영웅입니다. 슈퍼맨, 원더 우먼, 배트맨, 플래쉬, 그린 랜턴과 달리, 아쿠아맨은 바다를 대표합니다. 따라서 아쿠아맨은 아주 이질적인 초인 영웅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 이질적인 감성을 강조하기 위해 <아쿠아맨>은 야생 동물들을 이용할 겁니다. 야생 동물은 문명에 속하지 않습니다. 야생 동물은 문명 밖에 존재하고, 따라서 가장 쉽게 이질적인 감성을 강조할 수 있습니다. 바다는 인류 문명 외부에 존재하고, 슈퍼맨이나 원더 우먼, 배트맨, 플래쉬, 그린 랜턴과 달리, 아쿠아맨은 그런 바다를 대변합니다. 따라서 아쿠아맨은 해양 야생 동물들과 깊은 관계를 맺어야 합니다. 바다라는 공간이 이질적이기 때문에 거기에는 친숙한 도시 문명이 자리를 잡지 못합니다. 그렇게 바다는 문명에 속하지 않는 공간이고, <아쿠아맨>은 현대적인 문명 요소들을 추가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아쿠아맨>은 문명 외부에 있는 요소들을 강조해야 했고, 야생 동물들을 강조해야 했을 겁니다. 예나 지금이나 야생 동물은 문명을 상징하지 못합니다. 야생 동물은 문명과 대적합니다. 아쿠아맨이 지배하는 심해 문명은 이질적인 문명이 되어야 하고, 그래서 <아쿠아맨>은 야생 동물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했겠죠. 어쩌면 <아쿠아맨>은 하나의 거대한 편견 덩어리일지 모릅니다. 그건 바다를 배제하고 두려워하는 현대 인간의 편견이죠. 물론 바다는 여전히 신비롭고 기이한 공간이나, 왜 현대 인류가 이렇게 바다를 계속 문명 밖으로 밀어내야 할까요?



야생 동물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어떤 관객은 <아쿠아맨>에게서 어떤 생태적인 감성을 찾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그게 헛수고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야생 동물들이 많이 나온다고 해도, <아쿠아맨>은 오직 이질적인 감성을 강조하기 원할 뿐이고, 생태계 그 자체에 관심이 없어요. <아쿠아맨>에서 상어는 해양 생태계의 구성원이 아니라 이질적인 공간의 거주자입니다. 그래서 아쿠아맨은 백화 현상 따위에 절대 관심을 기울이지 않겠죠. 설사 <아쿠아맨>이 관심을 기울인다고 해도, 그런 관심은 단편적인 시선에 그치겠죠. 처음부터 끝까지 이 영화가 상어를 보여준다고 해도, 그 시선은 자연 생태계를 제대로 향하지 않을 겁니다. 아쿠아맨은 고작 상업 블록버스터 속의 초인 영웅에 불과합니다. 물론 <아쿠아맨>을 재미있게 관람한 이후, 누군가는 해양 생태계에 관심을 기울일지 모르죠. 관객들이 <아쿠아맨>을 통해 해양 생태계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면…. 저는 그런 관객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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