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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클레임드 월드>, '빈 땅' 논리와 해석 함정들 본문

SF & 판타지/머나먼 생태계

<언클레임드 월드>, '빈 땅' 논리와 해석 함정들

OneTiger 2019. 10. 1. 20:26

[인간 생존자들은 외계 생명체들을 몰아냅니다. 이건 정복이고, 외계 생명체들은 '네이티브'인지 모릅니다.]



사람들이 텍스트를 해석할 때, 사람들은 여러 방법들을 이용합니다. 텍스트를 해석하기 위해 평론가들은 여러 방법들을 제안합니다. 하지만 이런 방법들은 함정이 될지 모릅니다. 특히, 여러 해석 방법들 중에서 몇몇 방법은 치명적인 오류가 될지 모릅니다. '유사성의 함정'은 유사성들을 이용해 교집합을 만듭니다. 이런 유사성들은 착각인지 모릅니다. 두 텍스트 사이에서 평론가가 어떤 유사성들을 찾는다면, 유사성들이 근본적인 공통점이 아님에도, '유사성의 함정'은 유사성들을 묶고 교집합을 만들 겁니다. '생산 조건의 함정'은 선천적인 것이 후천적인 것에게 반드시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합니다.


선천적인 것과 후천적인 것 사이에 필연적인 관계가 없다고 해도, '생산 조건의 함정'은 두 가지를 묶을지 모릅니다. '무와 부재의 함정'은 기대 심리를 자극합니다. 텍스트 속에 뭔가가 없다면, '무와 부재의 함정'은 그게 나타나야 한다고 부추길 겁니다. 이런 부추김은 과잉 해석으로 이어질 겁니다. 세 가지 해석 방법들, 유사성, 생산 조건, 무와 부재 방법들은 너무 치명적인 함정이 될지 모릅니다. 이 세 가지가 가장 치명적이지 않다고 해도, 분명히 이런 함정들은 위험합니다. 평론가가 텍스트를 해석하는 동안, 평론가는 사소한 교집합을 중시하고, 선천적인 것을 숭배하고, 기대 심리를 주입할지 모릅니다.



이웃집 영희는 <언클레임드 월드>와 <붉은 화성>이 비슷하다고 간주합니다. 양쪽 모두 외계 생존 이야기, 외계 개척 이야기입니다. 소설 <세상을 가리키는 말은 숲>과 영화 <아바타> 역시 이런 범주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지구인들이 외계 삼림/밀림 행성을 개척하기 때문입니다. 이웃집 영희에게 <언클레임드 월드>, <붉은 화성>, <세상을 가리키는 말은 숲>, <아바타>는 비슷한 범주입니다. 외계 행성에서 인간들은 생존하고 개척합니다. 소설 <세상 숲>과 영화 <아바타>에서 개척이 침략, 정복, 학살로 이어지는 것처럼, <언클레임드 월드>와 <붉은 화성>은 '침략'과 '정복'과 '학살'을 이야기합니다.


게임 <언클레임드 월드>에서 인간 생존자들이 외계 식생들을 밀어내고, 외계 야수들을 죽이고, (외계 생명체들을 이용해) 건물들을 짓고, 농사를 짓기 때문에, 이건 침략과 정복과 학살이 됩니다. 외계 식생들에게 이건 정복이고, 외계 야수들에게 이건 학살입니다. 소설 <세상 숲>과 게임 <언클레임드 월드>는 똑같이 개척, 침략, 정복을 말합니다. 옆동네 철수는 반박합니다. 옆동네 철수는 <언클레임드 월드>에 정복이 없다고 주장합니다. 삼림 행성 원주민들은 지적 존재이나, 외계 식생들은 지적 존재가 아닙니다. 그래서 생존자들이 외계 식생들을 밀어내고 건물들을 짓는다고 해도, 이건 정복이 아닙니다.



하지만 소설 <세상 숲>에 삼림 행성 원주민들이 있는 것처럼, <언클레임드 월드>에서 외계 식생들은 '네이티브(native)'입니다. 외계 행성에게 인간 생존자들은 '네이티브'가 아닙니다. 인간 생존자들이 외계 식생들을 밀어낸다면, 이건 침략과 정복이 될 겁니다. 이렇게 이웃집 영희는 주장하나, 옆동네 철수는 이게 그저 궤변에 불과하다고 일축합니다. 어떻게 외계 식생들이 '네이티브'가 되나요? 삼림 행성 원주민들이 지적 존재이고 외계 식생들이 지적 존재가 아님에도, 어떻게 양쪽이 똑같이 '네이티브'가 되나요? 옆동네 철수는 이웃집 영희가 밸 플럼우드 같은 에코 페미니즘을 너무 탐독한다고 비판합니다. 심지어 이웃집 영희는 행성 그 자체가 '네이티브'가 된다고 말합니다.


아니, 세상에. 어떻게 행성 그 자체가 '네이티브'가 될 수 있나요? 예전에 2월 15일 게시글(링크)이 설명한 것처럼, 소설 <붉은 화성>에서 지질학자 앤 클레이본은 생명체가 없다고 해도 불모지 화성에게 가치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흔히 사람들은 불모지에 가치가 없다고 말합니다. 땅에서 농작물들이 자라고 나무들이 우거지고 동물들이 뛰어다닐 때, 사람들은 그 장소에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건 너무 인간 중심적인 관점입니다. 아니면 이건 너무 생명체 중심적인 관점인지 모릅니다. 불모지 행성은 '네이티브'가 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언클레임드 월드>는 스페이스 오페라이고, 스페이스 오페라에서 외계 생태계는 얼마든지 비유가 될 수 있습니다. 외계 식생들은 원주민 권리를 비유하는지 모릅니다.



이런 기준 때문에, 이웃집 영희는 <언클레임드 월드>, <붉은 화성>, <세상을 가리키는 말은 숲>, <아바타>를 함께 묶습니다. 이웃집 영희는 이런 이야기들에 비슷한 주제들이 있다고 해석합니다. 이런 이야기들은 침략, 정복, 학살을 보여줍니다. 게다가 현실 속에서도 이런 침략, 정복, 학살은 아주 심각한 문제입니다. 아니, 현실 속에서 침략, 정복, 학살이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에, 현실은 사이언스 픽션에게 영향을 미치고, <언클레임드 월드>는 '언클레임드'를 이야기할 겁니다. 대항해 시대 이후, 서구 문명은 아메리카, 아프리카, 동남 아시아가 '빈 땅'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서구 문명은 식민지들을 끔찍하게 착취했습니다.


대항해 시대는 원주민들을 학살하고, 열대 밀림들을 파괴하고, '빈 땅'을 정복합니다. 대항해 시대 이후, 서구 문명에게 아메리카, 아프리카, 동남 아시아는 '언클레임드 월드'가 됩니다. 서구 백인들은 북아메리카 인디언들을 일방적으로 학살했고 미국 정부를 세웠습니다. 이건 침략, 정복, 학살입니다. 21세기 초반 오늘날, 미국은 가장 막강한 자본주의 국가입니다. 가장 막강한 자본주의 국가는 침략, 정복, 학살에서 비롯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미국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식민지들이 빈 땅, 언클레임드 월드이기 때문입니다. 자본주의가 언클레임드 월드를 침략하고 정복하고 학살한다고 해도, 이건 당연한 현상입니다.



[인간 생존자들은 정착지를 세우고, 외계 생명체들은 사라지고, 이제 언클레임드 월드는 개척지가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식민지 수탈이 당연하다고 인식합니다. 이게 너무 당연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대수롭지 않게 식민지 시대가 끝났다고 운운합니다. 여전히 숱한 지역들에서 자본주의가 시초 축적을 진행함에도, 사람들은 이런 상황을 무시하고 후기 식민지 시대를 운운합니다. 이게 너무 지배적인 관념이기 때문에, 우리는 정복, 침략, 학살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합니다. 우리처럼, 20세기 초반 사람들 역시 식민지 수탈을 인식하지 못했고, 그래서 블라디미르 레닌은 코민테른이 식민지 독립 운동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자본주의 강대국들은 코민테른을 싫어했고, 사악한 빨갱이들은 수세에 몰립니다. 결국 코민테른은 사회주의 노선에서 크게 벗어납니다.


자본주의는 억압적인 독재를 뒷받침합니다. 자본주의가 저항 운동을 고립시키기 때문에, 저항 운동은 타락합니다. 식민지 수탈은 이런 비극을 만듭니다. 이런 비극이 행성급 환경 오염으로 이어짐에도, 축음기처럼, 보수 우파 지식인들은 오직 공산주의가 독재라는 소리만 반복합니다. 우파 지식인들은 어떻게 자본주의가 나타나고 사회주의 운동권을 고립시키고 식민지들을 수탈하는지 파악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그들은 '빈 땅' 논리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서구 제국주의에게 '빈 땅' 논리, 문자 그대로 '언클레임드 월드'는 가장 핵심적인 주장인지 모릅니다. 그래서 <붉은 화성> 3부작은 (화성) 원주민 권리를 선언할 겁니다.



영화 <아바타> 역시 토착 부족민들, 토착 야생 동물들, 토착 야생 식물들을 이야기합니다. 이런 '네이티브'들은 원주민 권리를 지지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이웃집 영희는 <언클레임드 월드>, <붉은 화성>, <세상을 가리키는 말은 숲>, <아바타>를 함께 묶고 서구 제국주의를 비판합니다. 옆동네 철수는 어느 정도 동의합니다. 어설픈 마르크스-레닌주의자로서 옆동네 철수는 코민테른을 변호합니다. 하지만 옆동네 철수는 이웃집 영희가 <언클레임드 월드>를 이용해 서구 제국주의를 비판하지 못한다고 주장합니다. <언클레임드 월드>에 자본주의 시장 경제가 있나요? 그건 아닙니다. 이웃집 영희는 너무 멀리 나갔습니다.


이건 과잉 해석입니다. 옆동네 철수는 이웃집 영희가 과잉 해석한다고 비판합니다. 서구 제국주의는 자본주의 시장 경제에서 비롯했습니다. 식민지 수탈은 자본의 시초 축적이었습니다. 대항해 시대는 빈 땅(unclaimed world)을 주장했습니다. 밸 플럼우드 같은 에코 페미니즘은 이런 언클레임드 월드 논리를 아주 매섭게 질타합니다. 종속 이론과 세계 체제 이론 역시 언클레임드 월드 논리를 비판할 겁니다. 이것을 비판하기 위해 단편 소설 <식물 아내>는 나무 여자와 외계 토착 식생들과 플랜테이션 남자 농민을 이야기했을 겁니다. 하지만 이런 '빈 땅' 논리가 비디오 게임 <언클레임드 월드>로 이어질 수 있나요?



단편 소설 <식물 아내>는 외계 행성 식생들과 플랜테이션 남자 농민을 이용해 서구 제국주의를 비판하는 것 같습니다. 나무 여자는 플랜테이션 남자 농민에게 저항하고 외계 '토착' 식생들과 어울립니다. 플랜테이션 농업이 서구 제국주의를 뒷받침하기 때문에, <식물 아내>는 서구 제국주의를 비판하는지 모릅니다. <식물 아내>와 <언클레임드 월드>는 똑같이 외계 행성 개척 이야기입니다. <식물 아내>와 <언클레임드 월드>가 똑같은 부류이기 때문에, <식물 아내>가 빈 땅 논리를 비판하는 것처럼, <언클레임드 월드> 역시 그럴 수 있습니다. 이웃집 영희는 <식물 아내>와 <언클레임드 월드>가 비슷하다고 간주합니다. 반면, 옆동네 철수는 <언클레임드 월드>가 '생존' 이야기라고 지적합니다.


분명히 <식물 아내>와 <언클레임드 월드>에서 똑같이 인간들은 외계 식생들을 밀어내나, <식물 아내>는 개척을 강조하고, <언클레임드 월드>는 생존을 강조합니다. 종종 개척과 생존은 비슷해지나, 그렇다고 해도 개척과 생존은 다릅니다. 외계 행성에서 살아남기 위해 인간들은 외계 생명체들을 몰아내야 합니다. 그들에게 다른 방법은 없습니다. 어떻게 이게 정복, 침략, 학살이 되나요? 분명히 <세상을 가리키는 말은 숲>, <식물 아내>, <붉은 화성>, <아바타>와 <언클레임드 월드>는 비슷한 부류입니다. <세상을 가리키는 말은 숲>, <식물 아내>, <붉은 화성>, <아바타>는 식민지 수탈과 열대 밀림 파괴를 비판하고 원주민 권리를 지지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언클레임드 월드>는?



옆동네 철수는 비단 소재 차이(생존과 개척)만 아니라 소설 작가, 영화 감독, 게임 제작자 의도 역시 언급합니다. 어슐라 르 귄이 <세상을 가리키는 말은 숲>과 <언클레임드 월드>가 비슷하다고 생각할까요? 게임 제작자들이 <언클레임드 월드>를 만드는 동안, 그들이 플랜테이션 농업과 서구 제국주의 침략과 식민지 수탈을 비판하기 원했나요? 만약 이웃집 영희가 <언클레임드 월드>와 <식물 아내>를 함께 묶는다면, 패트리스 머피는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고 느낄지 모릅니다. 장르가 비슷하다고 해도, 주제는 다를 수 있습니다. 장르는 아우토반 자동차가 아닙니다. 장르는 주제를 향해 곧바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옆동네 철수는 이웃집 영희가 장르와 주제를 헛갈린다고 지적합니다. 문제는 이런 생존이 정복과 침략으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사실입니다. 이미 서구 제국주의는 탐험, 생존, 선교가 끔찍한 수탈과 환경 오염으로 이어진다고 증명했습니다. 이런 탐험, 생존, 선교는 21세기 세계화 자본주의를 만들었습니다. 세계화 자본주의는 식민지 수탈을 은폐하고 미화하고 왜곡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 비판 없이 게임 플레이어들이 <언클레임드 월드>를 플레이할 수 있나요? 이런 외계 개척/생존 이야기가 대항해 시대와 완전히 선을 그을 수 있나요? 무슨 사회 속에서 무슨 관념으로 SF 팬들이 <언클레임드 월드>를 바라보나요?



[이런 '개척' 이야기와 현실 속의 식민지 '개척'이 비슷한가요? 이게 그저 사소한 유사성에 불과하지 않나요?]



비단 <언클레임드 월드>만 아니라 다른 외계 행성 이야기들 역시 문제가 됩니다. <언클레임드 월드>에 자본주의 비판이 없다고 해도, 이건 무(無)보다 부재(不在)입니다. 어제 9월 30일 게시글이 설명한 것처럼, 무(無)와 부재(不在)는 다릅니다. '무'와 '부재'는 '뭔가가 없다'고 가리킵니다. 옆동네 철수는 <언클레임드 월드>에 자본주의 비판이 없다고 말합니다. 자본주의 비판은 그저 없을 뿐입니다. 이건 무(無)입니다. 반면, 이웃집 영희는 <언클레임드 월드>에 자본주의 비판이 있어야 함에도 이게 빠졌다고 느낍니다. 이건 부재(不在)입니다. 이웃집 영희는 부족한 측면(자본주의 비판)을 채우기 원합니다.


이웃집 영희는 비디오 게임 <언클레임드 월드>에 자본주의 시장 경제를 비판하기 위한 잠재력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잠재력은 부족한 측면을 채울 수 있습니다. <언클레임드 월드>를 비롯해 외계 개척 이야기들이 자본주의를 직접 비판하지 않는다고 해도, 잠재력 덕분에, 외계 개척 이야기들은 자본주의 비판을 향해 나갈 수 있습니다. '부재'는 이런 '끊임없는 진보'로 이어집니다. 무(無)는 정체 상태이나, 부재(不在)는 작동 상태, 진보 상태입니다. 부재는 정체가 아닙니다. 변증법 논리가 끊임없이 정-반-합을 만드는 것처럼, '부재'는 끊임없이 잠재력을 자극하고 앞으로 나갑니다. 옆동네 철수는 이런 잠재력을 거부합니다.



<언클레임드 월드>는 자본주의 시장 경제를 비판하지 않습니다. 이건 그저 '없음'에 불과합니다. 이웃집 영희에게 이건 부재이나, 옆동네 철수에게 이건 부재보다 무입니다. 이런 사례는 텍스트 해석에서 세 가지 함정들(유사성, 생산 조건, 무와 부재)을 보여줍니다. <언클레임드 월드>가 자본주의 시장 경제를 비판하지 않기 때문에, 이웃집 영희에게 이건 부재입니다. 하지만 이게 정말 부재인가요? 세계화 자본주의 속에서 비디오 게임 <언클레임드 월드>는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서구 제국주의 논리, 빈 땅 논리(unclaimed world)가 <언클레임드 월드>에게 반드시 영향을 미치나요?


대항해 시대(식민지 수탈)가 선천적이기 때문에, SF 팬들이 반드시 비판적인 시각으로 외계 개척 이야기를 바라봐야 하나요? 이웃집 영희는 밸 플럼우드 같은 에코 페미니즘과 외계 개척 이야기 사이에 공통점들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자유 시장 경제가 테라포밍을 주장한다면, 분명히 에코 페미니즘은 자유 시장 경제가 새로운 자연 환경을 파괴할 거라고 비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들이 근본적인 공통점들인가요, 아니면 사소한 공통점들인가요? 말미잘과 장수 거북은 똑같이 해양 동물입니다. 이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언제나 말미잘과 장수 거북이 똑같은 분류가 되어야 하나요?



그 자체로서 사실은 사실이 아닙니다. 우리는 사실에 가치를 부여합니다. '팩트'는 낡은 유행어가 되었으나,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팩트'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엇이 '팩트'인가요? 소비에트 연방은 대숙청을 저질렀습니다. 분명히 이건 팩트입니다. 만약 보수 우파 지식인들이 이런 팩트를 연이어 떠든다면, 이게 정말 팩트 진술인가요? 하지만 자본주의는 식민지들을 수탈하고 기후 변화를 일으킵니다. 이것 역시 '팩트'입니다. 대숙청보다 식민지 수탈과 기후 변화는 훨씬 거시적인 폭력과 재앙입니다. 이것 역시 '팩트'입니다. 자본주의 지역에서 무려 두 차례나 세계 대전이 터졌기 때문에, 러시아 사회주의는 일방적으로 피해를 당했습니다.


이것 역시 '팩트'입니다. 결국 소비에트 연방보다 서구 자본주의는 훨씬 폭력적입니다. 이것 역시 '팩트'입니다. 이것은 모두 '팩트'입니다. 하지만 수두룩한 보수 우파 지식인들은 식민지 수탈과 반동적인 자본가 계급과 기후 변화를 절대 지적하지 않습니다. 녹음기처럼, 보수 우파 지식인들은 오직 소비에트 연방만 나쁘다고 떠듭니다. 이게 정말 팩트 진술인가요? 아니, 이런 보수 우파 지식인들은 폭력과 오염을 비판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그저 "씨발, 나는 빨갱이들을 존나게 싫어해. 소비에트 연방보다 서구 제국주의가 훨씬 폭력적이라고 해도, 이건 중요하지 않아. 식민지 수탈은 절대 중요하지 않아. 나는 오직 빨갱이들만 미워할 거야."라고 말할 뿐입니다.



며칠 전, 9월 28일 저녁에는 <강간죄 개정을 위한 총궐기>가 있었습니다. 이 시위는 성 폭력 규정 기준이 폭행보다 동의 여부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성 폭력 사건들 중에서 폭행 없는 성 폭력이 많기 때문입니다. 만약 직장에서 남자 상사가 비정규직 여자 노동자의 손을 잡거나, 입을 맞추거나, 가슴을 더듬는다면, 이게 성 폭력인가요, 아닌가요? 분명히 남자는 여자를 폭행하지 않았습니다. 남자는 여자를 때리지 않았고, 흉기를 내밀지 않았고, 구속하지 않았습니다. 이건 팩트입니다. 그래서 이게 성 폭력이 아닌가요? 남자 상사가 가슴을 더듬는다고 해도, 비정규직 여자 노동자가 이것을 거부할 수 있나요?


비정규직 여자 노동자가 해고, 실직, 월급에서 자유로울 수 있나요? 자랑스러운 세계 최고의 반공 자본주의 남한 사회에서 고작 비정규직 여자 노동자 따위가 감히 정규직 남자 상사에게 저항할 수 있나요? 아니, 여자는 저항하지 못합니다. 먹고 살기 위해 여자는 저항하지 못합니다. 이것 역시 '팩트'입니다. 이것은 '아주, 확실한, 팩트'입니다. 하지만 놈팽이 상사들은 이런 '팩트'에 가치를 부여하지 않을 겁니다. 가부장 문화는 총체적으로 파악하지 않습니다. 가부장 문화는 팩트들을 은폐합니다. 만약 이웃집 영희가 사소한 유사성들에 너무 커다란 가치를 부여한다면, 이런 놈팽이들과 이웃집 영희는 다르지 않을 겁니다.



[가부장 문화는 팩트들을 선택하고 은폐합니다. 평론가들 역시 엉뚱한 유사성들을 선택하는지 모릅니다.]



어쩌면 이웃집 영희는 세 가지 함정들에 빠졌는지 모릅니다. 비단 이웃집 영희만 아니라 이 블로그 역시 세 가지 함정들에 빠졌는지 모릅니다. 이 블로그에서 저는 바이오스피어 우주선 소설과 생태계 시뮬레이션 게임이 비슷하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두 가지가 똑같이 자연 생태계 조성을 강조한다고 해도, 이게 유사성의 함정이 아닌가요? 저는 <붉은 화성> 3부작과 부서진 대지 3부작에게 똑같은 생산 조건(행성급 환경 오염과 행성 환경 변화)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게 생산 조건의 함정이 아닌가요? 저는 영화 <모스라> 시리즈에 자본주의를 비판하기 위한 잠재력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게 부재의 함정이 아닌가요? 제가 악랄한 페미 나치 씨발년이기 때문에, 제가 엄마 나방 괴수에게 에코 페미니즘을 억지로 집어넣지 않나요? 저는 스페이스 오페라 <헤일로>보다 생태계 시뮬레이션 <쉘터 2>가 사이언스 픽션에 훨씬 가깝다고 말했습니다. 이질적인 특성이 잘못된 유사성이 아닌가요? 이제까지 이 블로그는 여러 황당무계한 해석들을 늘어놨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 블로그가 무리수를 너무 던진다고 비판할 겁니다. 앞으로도 저는 황당무계한 해석들을 계속 늘어놓고 무리수들을 계속 던질 겁니다. 솔직히 '텍스트 해석'은 무리수입니다. 우리는 일반적인 가치 판단을 텍스트 해석이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소설 <다섯 번째 계절>은 행성 환경 변화를 이야기한다." 이건 해석보다 일반적인 판단입니다. "소설 <다섯 번째 계절>과 소설 <붉은 화성>과 게임 <엔들리스 레전드>는 똑같이 행성 환경 변화를 이야기한다. <다섯 번째 계절>과 <붉은 화성>과 <엔들리스 레전드>는 똑같은 부류이다." 이건 일반적인 가치 판단이 아닙니다. 이건 텍스트 해석이 됩니다. 많은 평론가들은 이런 텍스트 해석을 좋아합니다. 심지어 어떤 평론가들에게 소설 작가가 거품을 물고 분노하지 않는 해석은 해석이 아닙니다. 소설 작가가 어떤 해석을 향해 거품을 물고 분노할 때, 이건 텍스트 해석이 됩니다. 그래서 텍스트 해석은 끝없는 논란이 됩니다.


평론가가 '해석'을 내놓는다면, 어떤 사람들에게 이건 기발한 영감이 되고, 어떤 사람들에게 이건 황당무계한 헛소리가 될 겁니다. 이 블로그에서 저는 여러 해석들을 제시하나, 이것들은 그저 함정들과 오류들에 불과한지 모릅니다. 만약 제가 "바이오스피어 건물과 생체 잠수정은 비슷하다. 양쪽은 똑같이 인공 생물권(生物圈)을 논의한다."고 주장한다면, 이게 말이 되나요? 아무리 바이오스피어 건물과 생체 잠수정 사이에 유사성들이 있다고 해도, 저에게 이건 해석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이건 우스꽝스러운 궤변(유사성의 함정)인지 모릅니다.



※ <강간죄 개정을 위한 총궐기> 사진 출처: 녹색당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koreagreenparty/posts/2537629072981676?__tn__=-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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