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의 섬>과 <림월드>의 차이

[게임 <언클레임드 월드>의 한 장면. 이런 게임들은 외계 자연과 새로운 문명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소설 <신비의 섬>과 비디오 게임 <림월드>가 비슷한 종류일까요. 누군가는 이게 무슨 괴악한 물음인지 반문할지 모르겠습니다. 누군가는 어떻게 <신비의 섬> 같은 고전적인 소설과 <림월드> 같은 비디오 게임을 비교할 수 있는지 반문할지 몰라요. 하지만 <신비의 섬>과 <림월드>는 꽤나 비슷합니다. 양쪽 모두 새로운 세상에서 사람들이 살아남고 문명을 이룩하는 과정을 그리기 때문입니다. <신비의 섬>에서 기구가 추락했기 때문에 생존자들은 무인도에 도착합니다. <림월드>에서 우주선이 추락했기 때문에 생존자들은 외계 행성에 도착합니다.

기구와 우주선, 무인도와 외계 행성은 서로 다릅니다. 하지만 서로 그저 겉모습이 다를 뿐이고, 근본적으로 <신비의 섬>과 <림월드>는 똑같이 새로운 문명을 그리죠. 외계 행성을 개척하기 때문에 <림월드>는 훨씬 사이언스 픽션에 가까워 보입니다. 하지만 <신비의 섬> 역시 과학과 이성을 찬양하고, 과학이 자연을 문명으로 바꾸는 과정을 장엄하고 감동적으로 그립니다. <신비의 섬>과 <림월드>는 함께 자연 과학적인 상상력을 펼치고, 비록 규모는 서로 다르나, 자연 환경이 인류 문명으로 바뀌는 모습에 주목하죠.

그래서 저는 <신비의 섬>이 <림월드>와 비슷한 종류라고 생각합니다. 양쪽 모두 표류, 생존, 개척, 비경 탐험, 새로운 문명을 이야기하죠. 결정적인 차이는 <신비의 섬>이 유토피아 장르에 가깝다는 사실입니다. 쥘 베른은 사람들이 힘을 합치고 이상적인 사회를 세우기 바랐습니다. <신비의 섬>에서 작은 문명은 아무도 착취하거나 차별하지 않습니다. 지도자는 다른 사람들을 다스리지 않고, 사람들은 지도자를 자발적으로 따릅니다. 나이, 출신, 인종, 국적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무인도 사람들은 새로운 사람을 찾아도, 그 사람을 노예로 부리지 않고 친구로서 받아들입니다.

<신비의 섬>이 무조건 이상적인 사회를 그린다는 뜻은 아닙니다. 분명히 <신비의 섬>은 여러 문제점들을 드러냅니다. 쥘 베른은 백인 상류층 지식인 남자라는 한계를 깨지 못합니다. 하지만 자신이 극복하지 못한 한계 안에서 쥘 베른은 이상적인 사회를 그리느라 애썼습니다. 여러 문제점들을 드러낸다고 해도, <신비의 섬>은 유토피아 장르에게 모범적인 답안을 제시했어요. 하지만 <림월드>는 그런 이상 사회를 그리나요? 글쎄요, 저는 <림월드>가 이상 사회와 거리가 멀다고 생각합니다.

<신비의 섬>처럼 <림월드>는 새로운 환경에서 사람들이 새로운 문명을 세우는 과정을 강조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은 폭력적이고 잔혹하고 비열할지 모릅니다. <신비의 섬>에서 이상과 평등과 연대는 생존보다 훨씬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하지만 <림월드>에서 이상이나 평등이나 연대는 그저 사치에 불과합니다. 게임 플레이어는 얼마든지 폭력을 휘두를 수 있고, 다른 사람을 죽이거나 강탈하거나 잡아먹을 수 있습니다. <림월드>는 사회 구조나 계급 구조를 자세히 파악하지 않아요. <림월드>는 피상적인 사회 구조조차 이야기하지 않죠.

효율적인 플레이를 위해 게임 플레이어는 얼마든지 사람들을 버리거나 잡아먹거나 죽일 수 있습니다. 종종 개척자들이 미치거나 돌아버린다고 해도, 게임 플레이어는 다른 수단들을 이용해 개척자들을 계속 조종할 수 있어요. 게임 플레이어가 정말 이상과 평등과 연대를 실현하고 싶다면, 이상적인 사회를 만들 수 있을지 몰라요. 하지만 게임 플레이어가 사람을 착취하지 않고 이상적인 사회를 만들었다고 해도, <림월드>는 그걸 칭찬하지 않습니다. 그건 중요한 목표가 아닙니다. 게임 플레이어가 폭력적인 사회를 만든다고 해도, 그 사회가 굴러간다면, 아무도 상관하지 않아요.

<신비의 섬>과 <림월드>는 똑같이 낯선 환경에서 새로운 문명을 일으킵니다. 하지만 양쪽은 서로 목표가 다릅니다. 이상적이고 논리적인 사회를 강조하기 위해 <신비의 섬>은 낯선 환경을 찾아갑니다. <신비의 섬>은 현실을 비판하기 원했고, 그래서 이상 사회를 보여줬습니다. <림월드>에는 그런 비판 의식이 없습니다. <림월드>가 낯선 환경과 새로운 문명을 보여주는 이유는 비판 의식 때문이 아닙니다. 이 게임은 그저 게임 플레이어에게 뭔가를 뚝딱뚝딱 만드는 즐거움을 제공하기 원할 뿐입니다. 뭔가를 뚝딱뚝딱 만드는 동안 사람들이 죽어나가도, 이 게임은 상관하지 않습니다.

인류 문명이 몇 천 년을 흐르는 동안 수많은 노예들, 인부들, 노동자들은 죽어나갔고, <림월드>는 그저 외계 행성에서 그걸 반복할 뿐입니다. 사실 <림월드>가 그리는 새로운 사회는 진짜 새로운 사회가 아닐 겁니다. 배경 무대는 외계 행성이나, 알맹이는 지구 문명과 똑같죠. 그래서 저는 <림월드>보다 <신비의 섬>이 훨씬 사이언스 픽션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신비의 섬>에는 뭔가 이질적인 요소가 있습니다. 당연히 사이언스 픽션은 이질적인 요소를 보여줘야죠.

<림월드>가 나쁘다는 뜻은 아닙니다. <림월드>는 생존 및 건설 게임이고, 자신의 본분에 충실합니다. 게다가 디자인과 그래픽이 투박함에도 <림월드>는 외계 행성을 탐험하는 로망을 잘 살렸습니다. 하지만 진짜 사이언스 픽션은 그런 로망을 넘고 훨씬 이질적인 요소를 그려야 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