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 다양성 - 거대 괴수의 생산 조건

[이렇게 생물 다양성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바다 야수와 기계가 싸운다고 구경할 수 있어요.]

영화 <퍼시픽 림>에서 거대 로봇 집시 데인저와 거대 괴수 나이프헤드는 박 터지게 싸웁니다. 집시 데인저는 기계이고, 나이프헤드는 생명체입니다. 이건 아주 강렬한 대립 구도입니다. 기계와 생명체는 강렬한 대립입니다. 기계는 죽은 것이고, 생명체는 살아있는 것입니다. 아무리 기계가 쿵쿵거리고 육중하게 움직인다고 해도, 아무리 인공 지능이 자유 언어를 구사한다고 해도, 사람들은 기계가 살아있다고 느끼지 않습니다. 기계는 후천적입니다. 인간이 만들었기 때문에, 기계는 존재합니다. 기계에게는 용도가 있습니다. 특정한 목적 때문에 인간들은 기계들을 만듭니다.

반면, 생명체는 선천적입니다. 생물학자들은 어떻게 생명체가 나타났는지 알지 못합니다. 인간보다 생명체가 훨씬 선천적이기 때문에, 생물학자들은 생명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합니다. 생명체들에게는 용도가 없습니다. 하얀 숲 속의 아무르 호랑이와 커다랗고 노랗고 둥근 해바라기와 붉고 까만 무당벌레들에게는 용도가 없습니다. 특정한 목적 때문에 아무르 호랑이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아무르 호랑에게 용도가 있다면, 그건 유전 형질 전파일 겁니다. 특정한 유전 형질을 퍼뜨리기 위해 아무르 호랑이는 존재합니다. 그렇다고 해도 사람들은 이걸 '용도'라고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생명체는 선천적으로 나타났습니다. 선천적으로 자신을 유지하기 위해 생명체는 화학 질서를 특별하게 조절합니다. 종종 생물학자들은 생명체들에게 쓸데없는 것들이 있다고 말합니다. 생명체들은 완벽하지 않습니다. 완벽한 디자인은 없습니다. 생명체들에게 특정한 용도가 없기 때문입니다. 생명체들이 그저 존재할 뿐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뚝딱뚝딱 기계를 뜯어고칠 수 있으나, 생명체들은 당장 뭔가를 뚝딱뚝딱 고치지 않습니다. 생명 진화 역사는 그렇지 않습니다. 어머니 자연은 공학 기술자가 아닙니다. 어머니 자연은 그저 수많은 생명체들을 낳고 먹이고 키울 뿐입니다. 생명체는 도구 없이 생산할 수 있습니다. 남자 고등 동물들은 스스로 생산하지 못하나, 여자 고등 동물들은 스스로 생산할 수 있습니다.

엄마 장수 거북은 기계 공학을 알지 못하나, 엄마 장수 거북은 얼마든지 또 다른 장수 거북들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장수 거북들을 생산하기 위해 엄마 장수 거북에게는 이미 존재하는 것(자신의 살아있는 몸)만 필요합니다. 엄마 장수 거북은 뭔가를 가공하거나 도구를 만들지 않아요. 반면, 공학이 기계를 만들고 싶다면, 공학은 뭔가를 필수적으로 가공해야 합니다. 기계 공학에게는 도구가 필요합니다. 이미 기계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기계가 선천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이것 때문에 그렇게 남자들은 기계에 집착하는지 모릅니다. 남자가 스스로 뭔가를 생산하지 못하고, 남자에게 도구가 필요하기 때문에.

남자의 몸이 생산적이지 않기 때문에, 정말 남자가 기계에 집착하나요? 영화 <터미네이터 2>에서 사라 코너는 그렇다고 말할지 모릅니다. 그래서 사라 코너는 기계 공학을 싫어해요. 어쩌면 이런 의견은 옳지 않을지 모릅니다. 이건 생물학 결정론인지 모릅니다. 가부장적인 사회가 자꾸 남자들에게 기계들을 주기 때문에, 남자들은 기계에 집착하는지 모릅니다. 만약 억압적인 사회가 여자들에게 기계들을 준다면, 여자들 역시 기계에 집착할지 모릅니다. 인류학자 마리야 김부타스는 어떻게 고대 부족 여자들과 남자들이 도구들과 무기들을 다루는지 보여줍니다. 흔히 우리는 남자들이 총기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나, 남자-총기-폭력은 무조건 이어지지 않을지 모릅니다.

생산적인 몸과 기계가 무슨 관계를 맺든, 사라 코너가 기계와 생명체를 대조하는 것처럼, 이렇게 기계와 생명체는 대조적입니다. 그래서 집시 데인저가 나이프헤드의 아구창을 날릴 때, 나이프헤드가 집시 데인저의 팔을 물어뜯을 때, 이런 구도는 훨씬 적대적인 분위기로 흘러갑니다. 하지만 영화 <퍼시픽 림>이 집시 데인저와 나이프헤드를 보여주기 전에, 이미 19세기 사이언티픽 로망스는 적대적인 거대 기계와 거대 야수를 보여줬습니다. 소설 <해저 2만리>에서 노틸러스 잠수함은 향유 고래들을 만납니다. 네모 선장은 향유 고래들이 바다의 깡패라고 단정하고 향유 고래들을 없앱니다. 향유 고래들은 노틸러스에게 덤볐으나, 만능 잠수함에게 거대 바다 야수들은 적수가 되지 못했습니다.

19세기 사이언티픽 로망스 작가 쥘 베른은 카이쥬라는 용어를 알지 못했습니다. 1954년 영화 <고지라>가 흥행한 이후, 카이쥬라는 용어는 널리 퍼지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카이쥬라는 용어가 널리 퍼지기 전에, 이미 사이언티픽 로망스는 거대 기계와 거대 야수가 대립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미 19세기 유럽은 근대성을 알았고, 근대성은 거대 기계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거대 기계는 거대 야수와 싸울 수 있습니다. 소설 <해저 2만리>는 이걸 묘사했고, 영화 <퍼시픽 림>은 이런 연장선입니다.

쥘 베른은 영화 <퍼시픽 림>이 개봉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으나, 사이언티픽 로망스 작가로서 쥘 베른은 선례를 남겼습니다. 물론 향유 고래와 나이프헤드는 다릅니다. 향유 고래는 진짜 해양 야생 동물이고, 나이프헤드는 다소 황당한 상상력입니다. 나이프헤드는 재래 병기들을 얼마든지 씹어먹을 수 있습니다. 구축함들이 발진한다고 해도, 구축함들은 나이프헤드를 막지 못할 겁니다. '퍼시픽 림'이라는 제목처럼, 나이프헤드는 환태평양을 돌아다닐 수 있으나, 심지어 태평양 함대조차 나이프헤드를 막지 못할 겁니다. 그렇다고 해도 향유 고래와 나이프헤드는 모두 거대 바다 야수입니다. 향유 고래는 원본이고, 나이프헤드는 뻥튀기입니다.

[우왕~, 이런 장면은 정말 압도적입니다. 하지만 생물 다양성 없이, 이런 장면이 존재할 수 있을까요?]

옥수수가 원본이고 강냉이가 뻥튀기인 것처럼, 향유 고래는 원본이고 나이프헤드는 뻥튀기입니다. 현실 속에 백상아리나 향유 고래 같은 거대 바다 야수들이 없었다면, SF 작가들은 거대 바다 괴수를 상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심지어 외계 생명체를 묘사하기 위해 피터 왓츠 같은 하드 SF 작가들조차 현실 속의 해양 생명체들을 참고해야 합니다. SF 작가들이 거대 바다 괴수를 묘사한다고 해도, SF 작가들은 현실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SF 작가들은 현실 속의 백상아리나 향유 고래에게서 출발해야 합니다. 아무리 SF 작가들이 새로운 것을 상상하고 싶다고 해도, SF 작가들은 백지에서 출발하지 못합니다.

이미 현실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미 현실이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상상하기 위해 인간은 현실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나이프헤드가 집시 데인저를 물어뜯는다고 길예르모 델 토로가 이야기하기 전에, 이미 쥘 베른은 향유 고래가 만능 잠수함과 싸운다고 썼습니다. 이미 현실에는 거대 바다 야수들이 있고, 거대 바다 야수들은 거대 괴수들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혼다 이시로와 길예르모 델 토로가 구태여 거대 바다 괴수들을 만들지 않는다고 해도, 우리는 현실을 이용해 얼마든지 거대 바다 야수들이 거대 기계들과 싸운다고 이야기할 수 있어요. 아니면 비디오 게임 <압주>처럼, 우리는 바다 야수(백상아리)와 기계들이 싸운다고 이야기할 수 있어요.

게임 <압주>의 백상아리와 소설 <해저 2만리>의 향유 고래보다 고지라와 나이프헤드는 훨씬 압도적입니다. <압주>에서 백상아리는 아주 특별한 야수 같으나, 백상아리는 어뢰를 씹어먹지 못합니다. <해저 2만리>에서 향유 고래는 그저 '일반적인' 야생 동물에 불과합니다. 덩치가 아주 크기 때문에 향유 고래는 노틸러스 잠수함에게 덤빌 수 있었으나, 그렇다고 해도 향유 고래는 '일반적인' 야생 동물입니다. 반면, 고지라는 어뢰를 씹어먹을 수 있습니다. 나이프헤드는 구축함을 침몰시킬 수 있습니다. 관객들은 백상아리와 향유 고래보다 고지라와 나이프헤드에게 훨씬 감탄할 겁니다.

그렇다고 해도 고지라와 나이프헤드보다 백상아리와 향유 고래는 선천적입니다. 현실 속에 해양 생물 다양성이 있기 때문에, 생명 진화 역사가 백상아리와 향유 고래를 낳았기 때문에, SF 작가들은 영감을 얻고 사이언스 픽션을 창작할 수 있습니다. 길예르모 델 토로가 <퍼시픽 림>을 촬영하지 않았다고 해도, 길예르모 델 토로가 나이프헤드를 창작하지 않았다고 해도, <해저 2만리>와 <압주>처럼, 우리는 현실을 이용해 바다 야수와 기계가 싸운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비록 나이프헤드보다 백상아리가 훨씬 작고 약하다고 해도, 이건 그저 규모의 차이에 불과합니다.

첫째 문단이 설명하는 것처럼, 나이프헤드는 생명체입니다. 이미 현실에 생명체들이 있기 때문에, SF 작가들은 생명체들에게 비일상적인 상상력을 덧붙이고 뻥튀기할 수 있습니다. 현실에 바다 야수들이 있기 때문에, SF 작가들은 바다 야수들을 이용해 거대 바다 괴수들을 창작할 수 있습니다. 나이프헤드는 고블린 상어와 많이 닮았습니다. 이건 우연이 아닐지 모릅니다. 그리고 해양 생물 다양성 속에서 고블린 상어는 진화했고 번성합니다. 이렇게 현실 속에 해양 생물 다양성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거대 바다 괴수들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해양 생물 다양성이 있기 때문에 거대 바다 괴수들은 존재합니다.

따라서 거대 괴수 팬들은 이걸 거꾸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거대 괴수 팬들은 거대 괴수를 이용해 생물 다양성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어머니 자연이라는 용어처럼, 생물 다양성은 여성적입니다. 인류 문명이 생물 다양성을 아낀다면, 인류 문명은 여성적이어야 합니다. 가부장 문화는 남성적인 측면과 여성적인 측면을 나눕니다. 남성적인 것은 전쟁, 폭력, 침략, 탐험이고, 여성적인 것은 돌봄, 치유, 공유, 저항입니다. 가부장 문화는 남성적인 측면을 중시하고 여성적인 측면을 무시합니다. 왜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렛 하딘과 공유지의 비극 이론이 인기를 끄나요? 가부장적인 자본주의가 여성적인 측면을 무시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인류 문명이 생물 다양성을 아낀다면, 전쟁, 폭력, 침략, 탐험은 해답이 되지 못합니다. 반다나 시바처럼, 에코 페미니즘 지식인들은 얼마나 남성적인 측면이 심각하게 자연 생태계를 파괴하는지 설명했어요. 인류 문명은 여성적으로 생물 다양성을 바라봐야 합니다. 돌봄, 치유, 공유, 저항 같은 여성적인 측면은 생물 다양성을 아낄 수 있어요. 인류 문명은 생산 수단의 개인적인 소유를 타파하고, 공유지를 설정하고, 평등한 사회 구조를 이룩해야 합니다. 만약 이렇게 생물 다양성(을 보호하는 측면)이 여성적이라면, 거대 괴수들에게도 여성적인 측면이 있을 겁니다. 우리는 여성적으로 거대 괴수들을 바라볼 수 있어요.

하지만 이건 쉽지 않을 겁니다. 거대 괴수들은 무조건 생물 다양성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사실 거대 괴수들에서 남성적인 측면은 훨씬 강할지 모릅니다. 나이프헤드가 집시 데인저를 물어뜯는 것처럼, 거대 괴수에게는 파괴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거대 괴수는 파괴, 폭력, 싸움, 죽음을 상징할 수 있어요. 이건 남성적인 측면입니다. 가부장적인 사회는 이런 것들을 아주 좋아합니다. 이런 것들 없이, 가부장적인 사회는 존재하지 못합니다. 지배 계급이 뭔가를 파괴하고 죽이고 침략하고 착취하고 수탈할 때, 가부장적인 사회는 존재할 수 있습니다. 거대 괴수에게는 이런 남성적인 측면들이 아주 많이 있습니다.

[이런 기계 공학이 생물 다양성으로 이어질 수 있나요? 그건 아닐 겁니다. 이건 그저 껍데기에 불과해요.]

우리가 구태여 여성적인 측면과 남성적인 측면을 인식하지 않는다고 해도, 거대 괴수에게는 두 가지 측면이 있습니다. 거대 괴수는 생물 다양성으로 이어질 수 있고, 한편으로 거대 괴수는 육중한 싸움박질로 이어질 수 있어요. 거대 괴수가 생물 다양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해도, 괴수 팬들이 무조건 생물 다양성을 좋아하나요? 무조건 거대 괴수 팬들이 생물 다양성에 관심을 기울이나요? 생물 다양성을 아끼기 위해 거대 괴수 팬들이 공유지를 지지하나요? 그건 아닙니다. 거대한 싸움박질을 구경할 수 있다면, 거대 괴수 팬들은 생물 다양성을 외면할 수 있습니다.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에는 메카 고지라가 있습니다. 메카 고지라가 건담을 때려부술 때, 거대 괴수 팬들은 환호합니다. 하지만 메카 고지라는 생물 다양성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메카 고지라는 기계입니다. 메카 고지라는 그저 고지라와 닮았을 뿐입니다. 이건 그저 포장지, 껍데기에 불과합니다. 신동엽이 <껍데기는 가라>고 외친 것처럼, 껍데기는 가야 합니다. 아사녀와 아사달이 음문과 성기를 드러내는 것처럼, 우리는 껍데기를 벗기고 알맹이를 볼 수 있어야 합니다. 메카 고지라의 알맹이는 생물 다양성이 아닙니다. 반다나 시바는 메카 고지라를 이용해 쉽게 생물 다양성을 말하지 못할 겁니다.

메카 고지라의 알맹이가 생물 다양성이 아님에도, 왜 거대 괴수 팬들이 메카 고지라에게 환호하나요? 메카 고지라에게 껍데기가 있기 때문입니다. 메카 고지라의 겉모습은 거대한 육식 공룡과 비슷합니다. 거대한 육식 공룡으로서 메카 고지라는 건담을 때려부숩니다. 거대 괴수 팬들은 거기에 환호합니다. 이런 거대 괴수 팬들에게 알맹이(생물 다양성)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기계가 육식 공룡과 닮는다면, 비록 그 기계가 생물 다양성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해도, 거대 괴수 팬들은 육식 공룡 기계에게 환호합니다. 중요한 것은 생명 현상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웅장한 싸움박질과 껍데기입니다. 메카 고지라에게 생식기가 없고, 메카 고지라가 섹스하지 못한다고 해도, 이건 중요하지 않아요.

생명체는 선천적이고 독특하게 화학 질서를 조성합니다. 그래서 생명 현상은 아름답습니다. 그래서 자연의 여신은 우아하고 원대합니다. 거대 괴수 팬들에게 이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거대 괴수 팬들에게 자연의 여신 따위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파괴와 폭력입니다. 2005년 영화 <킹콩> 배경 음악이 <이빨과 발톱>을 노래하는 것처럼, '이빨과 발톱' 역시 생물 다양성의 일부입니다. 하지만 이빨과 발톱은 생물 다양성의 전부가 아닙니다. 이건 너무 피상적인 시각입니다. 왜 비디오 게임 <쉘터>에서 엄마 오소리가 개구리를 물어죽이나요? 엄마 오소리가 개구리를 증오하기 때문에? 엄마 오소리가 개구리 학살자가 되기 원하나요?

그건 아닙니다. 엄마 오소리는 아기 오소리들을 먹이기 원합니다. 생물 다양성은 번성입니다. 폭력과 죽음 그 자체는 목적이 아닙니다. 생물 다양성이 번성하는 동안 폭력과 죽음이 나타난다고 해도, 폭력과 죽음은 궁극적인 목적이 아닙니다. 우리가 폭력과 죽음을 노래하고 싶다면, 구태여 생물 다양성을 찾을 이유는 없습니다. 우주는 엔트로피 현상을 피하지 못합니다. 결국 우주는 궁극적인 평행 상태에 도달할 테고, 우주는 소멸할 겁니다. 생물 다양성이 아름다운 이유는 번성이 이런 과정을 막기 때문입니다. 생명체는 의도적으로 엔트로피를 막을 수 있습니다. 적어도 생명체는 엔트로피를 늦출 수 있습니다. 이게 그저 짧은 시간에 불과하다고 해도, 생명체는 스스로 새로운 질서를 조성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태양보다 작은 버섯은 훨씬 아름답습니다. 작은 버섯보다 태양이 압도적으로 거대하고 웅장함에도, 태양 없이 버섯이 살아가지 못함에도, 많은 사람들은 태양보다 버섯이 아름답다고 말합니다. 버섯에게 이런 특징(스스로 새로운 질서를 조성하는 특징)이 있기 때문입니다. 메카 고지라에게 이런 특징이 있나요? 전투 병기에게 이런 특징이 있나요? 그건 아닙니다. 인간 이후 기계는 나타났습니다. 메카 고지라를 비롯해 전투 병기들은 이런 특징(스스로 새로운 질서를 조성하는 특징)으로 이어지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해도 거대 괴수 팬들은 메카 고지라에게 환호합니다. 그들이 풍성한 번성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거대 괴수에게는 두 가지 측면이 있습니다. 하나는 생물 다양성이고, 다른 하나는 거대한 싸움박질입니다. 그리고 생물 다양성은 여성적인 측면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거대한 싸움박질은 남성적인 측면으로 이어집니다. 거대 괴수에게 생물 다양성과 여성적인 측면이 있다고 해도, 거대 괴수 팬들은 싸움박질을 선호하고 남성적인 측면을 좋아합니다. 거대 괴수 팬이 무엇을 좋아하든, 이건 취향 문제입니다. 사람들이 껍데기를 좋아한다고 해도, 취향은 문제가 아닙니다. 사람들이 껍데기를 좋아하든 알맹이를 좋아하든, 그건 개인적인 문제입니다. 진짜 문제는 남성적인 측면이 생물 다양성을 파괴한다는 사실입니다.

첫째 문단부터 여섯째 문단까지, 여섯 문단들이 설명하는 것처럼, 거대 바다 괴수는 생물 다양성에서 비롯합니다. 나이프헤드와 고블린 상어는 닮았습니다. 이건 그저 우연에 불과하지 않을 겁니다. 심지어 메카 고지라의 껍데기조차 생물 다양성에서 비롯합니다. 현실 속에 생물 다양성이 있고, 생명 진화 역사가 있고, 육식 공룡이 있기 때문에, 메카 고지라의 껍데기는 육식 공룡을 모방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생명 진화 역사에서 육식 공룡이 없었다면, 영화 <고지라> 시리즈는 육식 공룡을 닮은 거대 괴수를 만들지 못했을 테고,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은 메카 고지라를 보여주지 못했을 겁니다. 현실 속에 생물 다양성이 있기 때문에, 메카 고지라의 껍데기 역시 존재할 수 있어요.

[이런 게임은 <퍼시픽 림>과 <압주>와 똑같은 생산 조건에서 비롯합니다. 그건 생물 다양성이에요.]

거대 괴수가 생물 다양성에서 비롯하기 때문에, 거대 괴수 팬들이 거대 괴수를 근본적으로 덕질하고 싶다면, 거대 괴수 팬들은 생물 다양성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겁니다. 생물 다양성은 거대 괴수의 아주 중요한 생산 조건입니다. 어쩌면 생물 다양성은 가장 필수적인 생산 조건인지 모릅니다. 이런 생산 조건 없이, 거대 괴수는 존재하지 못합니다. 이런 생산 조건이 있기 때문에, 길예르모 델 토로는 나이프헤드를 창작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거대 괴수 팬들이 정말 생물 다양성에 관심을 기울이고 생물 다양성을 아끼나요?

만약 거대 괴수 팬들이 <웨이킹 마스> 같은 생태계 게임을 플레이한다면, 거대 괴수 팬들이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까요? <웨이킹 마스>는 아주 간단하고 별로 복잡하지 않으나, 이 게임은 어느 정도 살아있는 상호 작용을 감동적으로 묘사합니다. 기이한 식물들이 씨앗들을 퍼뜨리고, 부유 동물들이 후손들을 늘릴 때, 게임 플레이어는 왜 번성이 아름다운지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메카 고지라에 열광하는 거대 괴수 팬들이 이런 감동을 좋아할까요? 이건 거대 괴수 팬들이 무조건 <웨이킹 마스>에 감동해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거대 괴수는 생물 다양성으로 이어지고, 거대 괴수 팬들은 생산 조건을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합니다.

거대 괴수 팬들이 생산 조건을 파악하지 않는다면, 이건 피상적인 덕질이 될 겁니다. 무엇보다 거대 괴수 팬들은 남성적인 측면이 생물 다양성을 파괴한다고 인식할 수 있습니다. 가부장적인 자본주의 경제는 생물 다양성을 대대적으로 파괴합니다. 자본주의는 자본을 역수출하고, 온실 가스를 뿜고, 산업 폐기물을 버립니다. 사람들이 평등하게 자연 환경을 관리하기 원한다고 해도, 자본가 계급은 사람들을 짓밟고 학살합니다. 아무도 이런 학살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소비에트 연방은 가장 거대한 자본주의 반대 운동이었으나, 심지어 소비에트 연방조차 이런 학살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아무리 소비에트 연방이 애쓴다고 해도, 소비에트 연방은 미국 및 유럽을 뛰어넘지 못했고 언제나 불안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어떤 관점에서 소비에트 연방은 꽤나 대단합니다. 미국과 유럽이 압박했음에도, 소비에트 연방은 획기적인 복지 국가를 이룩했습니다. 사실 소비엔트 연방이 존재를 과시하지 않았다면, 북유럽 사회 민주주의는 자본가들과 맞붙지 못했을 거에요. 하지만 소비엔트 연방과 북유럽 사회 민주주의는 폭력적인 자본주의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오늘날 베네수엘라 사회주의 역시 심각한 위기에 부딪혔습니다. 폭력 없이 가부장적인 자본주의는 존재하지 못하고, 그래서 자본주의는 폭력을 휘둘러야 합니다. 자연 환경 역시 이런 폭력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거대 괴수 팬들이 이걸 인식하나요? 거대 괴수 팬들은 메카 고지라를 좋아합니다. 이건 취향입니다. 취향은 문제가 아니에요. 중요한 것은 생산 조건입니다. 무슨 생산 조건 속에서 거대 괴수 팬들이 메카 고지라를 좋아하나요? 거대 괴수가 생물 다양성에서 비롯함에도, 남성적인 측면이 생물 다양성을 파괴함에도,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거대 괴수 팬들은 남성적인 폭력에 열광합니다. 거대 괴수 팬들이 창작물 속의 남성적인 폭력에 열광한다고 해도, 그 자체로서 이건 문제가 아닙니다. 하지만 현실 속에서 사람들은 창작물들을 소비합니다. 가부장적인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사람들은 창작물들을 소비합니다.

거대 괴수 팬들이 창작물 속의 남성적인 폭력에 열광한다고 해도, 그들이 현실 속의 남성적인 측면을 비판한다면, 이건 괜찮은 덕질이 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런 거대 괴수 팬들이 현실 속의 남성적인 측면을 정말 비판하나요? 거대 괴수 팬들이 창작물 속의 남성적인 폭력에 열광하기 때문에, 그들이 지배적인 관념을 재생산하지 않을까요? 창작물은 지배적인 관념을 재생산할 수 있습니다. 아무 이유 없이 미국 정보부는 소설 <1984>를 사방팔방에 뿌리지 않았을 겁니다. 창작물이 현실을 반영하기 때문에, 현실 속의 남성적인 측면과 창작물 속의 남성적인 측면은 이어질지 모릅니다.

페미니즘 서적 <나쁜 페미니스트>에서 록산 게이는 영화 <장고: 분노의 추적자>가 불쾌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영화는 그저 영화에 불과합니다. 영화 속에서 브룸힐다가 수동적이든, 영화가 흑인 노예들을 이용해 농담하든, 영화가 흑인 노예들을 계속 강조하든, 이게 무슨 상관입니까. 영화는 창작물이고, 영화에는 창작과 표현의 자유가 있습니다. 록산 게이가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침범하고 싶어하나요? 그건 아닙니다. 문제는 가부장적인 자본주의 사회가 여전히 인종 차별적이라는 사실입니다. 문화적으로, 경제적으로 흑인들은, 특히, 흑인 여자들은 약자입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장고: 분노의 추적자>는 나타납니다. 이런 사회 속에서 <장고: 분노의 추적자>가 흑인 노예들을 강조한다면, 현실 속의 인종 차별과 영화 속의 인종 차별은 서로 이어질지 모릅니다. 관객들은 영화를 이용해 지배적인 관념을 재생산할지 모릅니다. 록산 게이는 이런 위험을 경고합니다. 록산 게이는 이런 창작물보다 사람들이 평등하고 평화롭게 살아가는 창작물을 보고 싶다고 말합니다. 어쩌면 록산 게이에게 <장고: 분노의 추적자>보다 다양한 생태 유토피아 소설들은 훨씬 나을지 모릅니다. 이런 생태 유토피아 소설들이 현실(가부장적인 자본주의)에 반대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장면은 황홀하나, 독립적으로 이런 장면은 존재하지 못해요. 이런 장면의 생산 조건은 어떨까요?]

만약 거대 괴수 팬들이 지배적인 관념을 재생산한다면, 거대 괴수 팬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대상(거대 괴수)의 생산 조건(생물 다양성)이 죽어나가는 상황을 응원할 겁니다. 이런 덕질은 패가망신으로 이어질 겁니다. 덕후가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을 생산하는 조건)의 무덤을 스스로 판다면, 이게 진짜 덕질인가요? 이게 덕질이 되나요? 뭐, 덕질에 고정적인 범주가 없다면, 스스로 무덤을 파는 행위 역시 덕질이 되는지 모릅니다. 그렇게 메카 고지라에 열광하고 싸움박질에 열광하는 동안, 수많은 덕후들은 열심히 무덤들을 팝니다.

뭐라고 우리가 이걸 부를 수 있나요? 자신의 무덤에 삽질하는 덕질? 물론 거대 괴수 팬들은 스스로 무덤을 파고 싶어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자본주의라는 사회 구조는 거대 괴수 덕질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베네수엘라 사회주의가 억압을 받는 것처럼, 거대 괴수 덕질 역시 억압을 받습니다. 거대 괴수 팬들이 스스로 무덤을 판다고 해도, 이건 그들의 잘못이 아닐 겁니다. 스토리텔링 게임 <웨어울프 디 아포칼립스>에서 늑대인간들이 다국적 기업 펜텍스를 공격할 때, 게임 플레이어들은 늑대인간들이 에코 테러리스트라고 말합니다.

왜 자본주의 경제가 먼저 대대적으로 자연 환경을 오염시켰음에도, 늑대인간들이 테러리스트가 되어야 하나요? 테러리스트는 부정적인 용어입니다. 왜 자본주의가 훨씬 먼저, 훨씬 크게 잘못했음에도, 늑대인간들이 부정적인 테러리스트가 되어야 하나요? 가부장적인 자본주의 사회는 사람들을 세뇌시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본주의가 문제라고 인식하지 못해요. 거대 괴수 팬들 역시 세뇌를 피하지 못합니다. 억압적인 사회 속에서 덕후는 스스로 무덤을 파야 합니다. 자신의 손으로 자신이 사랑하는 대상을 죽이는 모순은… 참으로 서글픕니다.

그래서 인류 사회는 여성이 되어야 합니다. 언젠가 사회 구조가 여성적으로 바뀐다면, 사람들은 자신들이 사랑하는 대상에 열심히 애정을 퍼부을 수 있을 겁니다. 무엇보다 자연의 여신처럼, 생물 다양성이 여성적이기 때문에, 거대 괴수 팬들은 훨씬 여성적으로 거대 괴수를 사랑할 수 있을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