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생태주의
<새틀라이트 레인>의 무수한 광고판들 본문
[수많은 광고들, 광고들, 광고들. 이런 풍경은 아주 진부한 자본주의 디스토피아입니다.]
비디오 게임 <새틀라이트 레인>은 사이버펑크 미래 도시를 묘사합니다. 이 게임은 <블레이드 러너> 같은 영화가 묘사한 미래 도시를 그대로 모방합니다. 길게 말할 필요는 없겠죠. 마천루들은 높게 하늘로 뻗었고, 유선형 자동차들은 도로를 누비고, 하늘은 흐리고, 비는 계속 도시를 적시고, 사람들은 각종 사이버웨어들을 달았고, 대기업들은 엄청난 부를 자랑하고, 빈민들은 비참하게 살아갑니다. 이런 도시에서 게임 플레이어는 비밀 요원들을 조종하고, 각종 임무들을 해결합니다.
게임 플레이어들은 빈민들을 돕거나 도시의 새로운 지배자가 될 수 있어요. 비밀 요원들은 서로 다른 특징들을 자랑하고, 사격이나 암살, 기계 해킹, 무인기 조종, 장거리 저격, 나노 로봇 치료에 특화되었습니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비밀 요원들은 적들과 총격전을 벌이거나 몰래 공장에 잠입하거나 다른 무인기들이나 기계들을 해킹할 수 있어요. 어떤 사람은 이게 재미있는 전술 게임이라고 평가할지 모르고, 어떤 사람은 이게 진부한 사이버펑크 설정이라고 비판할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새틀라이트 레인>은 아주 전형적인 사이버펑크이고, 전형적인 설정들을 늘어놓죠.
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동안 플레이어는 각종 광고판들과 마주칠 수 있습니다. 도시는 광고판들의 향연입니다. 여기저기 광고판들은 번쩍거리고 상품들을 자랑합니다. 이것 역시 <블레이드 러너> 같은 영화에서 비롯한 전형이죠. 물론 <블레이드 러너>가 등장하기 전에 이미 각종 SF 작가들은 광고들을 풍자하거나 조롱했고요. 왜 현대 문명이 이렇게 광고들을 적극적으로 사용할까요. 대답은 자본주의 체계입니다. 자본주의 체계에서 자본가들(을 위해 일하는 노동자들)은 상품들을 생산합니다.
하지만 상품들이 시장에서 팔릴지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 자본가들은 나름대로 시장을 조사하나, 자본주의 체계에서 상품들은 필요에 따라 나타나지 않습니다. 자본가들은 우선 상품들을 생산하고, 판매를 강요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자본주의 시장 경제는 매우 비효율적입니다. 판매원들은 언제나 팔리지 않는 상품들을 파느라 골머리를 썩입니다. 자본주의 체계는 자신의 막대한 생산력을 감당하지 못하고, 그래서 거대 광고를 찍기 위해 어마어마한 비용을 퍼붓습니다. 속된 말로 돈지랄이죠. 이건 정말 돈지랄입니다. 우리가 계획 경제를 시행한다면, 사회는 사람들이 필요하는 재화들을 생산할 수 있어요.
우리는 구태여 시장에서 막대한 상품들을 거래할 이유가 없습니다. 적어도 우리는 필수적인 재화들을 계획할 수 있어요. 그리고 우리는 그 수많은 광고들을 다른 목적에 이용할 수 있겠죠. <새틀라이트 레인>의 수많은 광고판들을 보는 동안, 저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만약 그 수많은 광고판들이 페미니즘을 이야기한다면? 그 수많은 광고판들이 정말 성 평등과 성 소수자를 응원한다면? 광고판들이 강간을 고발하고, 성 폭행을 경고하고, 성 차별을 질타한다면? 아마 세상은 훨씬 평등해질 겁니다. 그리고 그게 훨씬 효율적인 방법일 겁니다.
광고는 그저 자본가들을 위한 요소일 뿐입니다. 자본가들이 아무렇게나 상품들을 생산하기 때문에 광고가 필요할 뿐입니다. 그래서 광고는 돈지랄입니다. 우리가 광고 비용을 다른 목적에 이용한다면, 자연 환경을 보호하거나 훨씬 평등한 공동체를 이룩할 수 있어요. 우리는 계획적으로 재화들을 생산할 수 있고, 어마어마한 광고 비용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그걸 페미니즘 홍보와 교육에 사용한다면, 강간과 성 폭행과 성 차별은 상당히 줄어들지 모릅니다. 자본주의 광고는 그저 여자들을 벗겨먹을 뿐이죠.
하지만 자본주의 체계가 무너지지 않는다면, 그저 자본가들을 위해 어마어마한 비용이 소모될 뿐이겠죠. 페미니즘을 홍보할 수 있는 기회는 날아갈 테고, 막대한 광고들은 그 기회를 빼앗겠죠. 그리고 자본주의 광고들은 계속 벌거벗은 여자들을 판매하겠죠. <블레이드 러너 2049>를 보세요. 영화는 미래 도시가 정말 벌거벗은 여자를 입체적으로 팔아먹는 장면을 보여줍니다. <새틀라이트 레인> 역시 다르지 않아요.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여자들의 몸뚱이를 이용하는 광고들과 간판들을 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그런 광고들을 일상적으로 접한다면, 사람들은 여자들의 몸뚱이가 상품이라고 여길 겁니다. 저도 모르게 다들 그렇게 여기겠죠. 여자들은 쾌락을 위한 상품이 됩니다.
자본주의 체계는 그런 것을 부추기죠. 자본주의 체계를 타파하지 않는다면, 그런 광고들은 절대 없어지지 않을 겁니다. 어떤 자칭 페미니스트들은 대기업들에게 인권을 들이밀지 모르겠군요. 하지만 대기업들은 인권에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대기업들의 존재 이유는 이윤입니다. 아무리 페미니스트들이 인권을 들이밀어도, 대기업들은 귓등으로 흘릴 겁니다. 오히려 <새틀라이트 레인> 같은 게임이 그런 순진한 페미니스트들보다 훨씬 현실적일 겁니다. 적어도 이런 사이버펑크는 왜 자본주의 체계가 여자들을 벗겨먹는지 간접적으로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