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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새인가? 비행기인가? 아니, 육중한 공중 전함이다! 본문

SF & 판타지/스팀펑크, 사이언스 판타지

새인가? 비행기인가? 아니, 육중한 공중 전함이다!

OneTiger 2018. 7. 14. 18:57

[게임 <사이쓰: 윈드 갬빗>의 카드 그림. 어떻게 이런 공중 전함이 날아다닐 수 있을까요?]



단편 소설 <아마겟돈의 꿈>은 미래 전쟁을 묘사하는 스팀펑크 장르입니다. 허버트 웰즈가 공중 전함(과 비슷한 어떤 병기들)을 묘사했기 때문에 <아마겟돈의 꿈>은 스팀펑크 공중 전함을 묘사한 시초적인 소설이 되었죠. 문제는 묘사가 너무 분명하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소설을 읽는다고 해도, 어떻게 공중 전함이 작동하는지 독자는 알지 못할 겁니다. 허버트 웰즈는 어떻게 공중 전함이 날아다닐 수 있는지 적지 않았어요. <아마겟돈의 꿈>은 공중 전함이 위압적으로 날아다닌다고 이야기할 뿐이고, 자세한 생김새나 동력을 적지 않았습니다.


허버트 웰즈가 정말 이야기하고 싶은 바는 그런 설정이 아니라 미래 전쟁이 불러올 파멸과 암울함이었습니다. 사실 허버트 웰즈는 1차 세계 대전과 2차 세계 대전을 모두 겪었습니다. <우주 전쟁>을 비롯해 여러 밀리터리 SF 소설들을 썼기 때문에 허버트 웰즈는 1차 및 2차 세계 대전을 남다르게 인식했을 겁니다. 비록 1차 대전이나 2차 대전에 공중 전함은 나타나지 않았으나, 허버트 웰즈는 거대한 전쟁이 인류 문명을 파괴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습니다. 그건 SF 소설이 현실로 튀어나온 것 같았겠죠.



<아마겟돈의 꿈>은 비단 공중 전함을 묘사한 소설로서 선구적일 뿐만 아니라 세계 대전을 예측한 소설로서 선구적일 겁니다. 여러 뻘짓들과 삽질들을 저질렀다고 해도, 허버트 웰즈는 정말 천재였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이런 천재 양반조차 어떻게 공중 전함이 날아다닐지 알지 못했겠죠. <아마겟돈의 꿈>에 나오는 공중 전함은 중세 판타지가 묘사하는 비행선이나 비공정이 아닐 겁니다. 사실 '비공정'은 일본 SF 문화가 스팀펑크를 이용해 재생산한 설정이죠. 어떤 사람들은 일본 SF 창작가들이 비공정을 만들었고 이게 유럽 스팀펑크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하더군요.


하지만 그건 사실과 다릅니다. <아마겟돈의 꿈>이 증명하는 것처럼, 이미 19세기 스팀펑크 작가는 공중 전함을 구상했습니다. 이는 비공정이 유럽 스팀펑크를 무조건 모방했다는 뜻이 아닙니다. 저는 일본 SF 문화에 나름대로 재미있는 특징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이런 SF 및 판타지 설정에 우열이 있겠어요? 하지만 (산업 자본주의를 먼저 발달시킨 나라의 문화로서) 유럽 스팀펑크는 먼저 공중 전함을 구상했습니다. 설사 일본 신화나 전설에 날아다니는 범선이 있다고 해도, 그건 스팀펑크의 공중 전함과 아무 연관이 없겠죠. 어쩌면 사람들이 <아마겟돈의 꿈> 같은 소설을 잘 모르고 <파이널 판타지> 같은 비디오 게임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렇게 오해했을지 모릅니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이런 공중 전함이나 비공정이 하늘을 나는지 창작가들이 설정하지 않는 상황입니다. <아마겟돈의 꿈>은 공중 전함이 철갑함이라고 말하나, 어떻게 그 육중한 철갑함들이 날아다닐 수 있는지 설명하지 않아요. 기낭이 있기 때문에 비행선은 하늘에 뜰 수 있다고 우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비행선과 달리, 공중 철갑함에는 기낭 따위가 없죠. 어떻게 공중 전함이 하늘로 뜰 수 있을까요? 반중력 장치 때문에? 스팀펑크 창작가에게 그건 꽤나 편리한 방법일 겁니다. 공중 전함이 반중력 장치를 장착했다고 설정한다면, 스팀펑크 창작가는 (별다른 설정 없이) 편리하게 공중 전함을 띄울 수 있겠죠.


하지만 반중력 장치가 스팀펑크와 어울리는 설정일까요. 설사 어울린다고 해도, 반중력 장치는 너무 진부한 설정일지 모릅니다. 이런 진부한 설정은 별로 매력적이지 않겠죠. 하지만 이런 반중력 장치 이외에 마땅한 설정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어떤 창작가들은 커다란 회전 날개들(프로펠러들)을 주렁주렁 매답니다. 하지만 이건 별로 멋스럽지 않아요. 어떤 창작가들은 프로펠러들을 작게 만드나, 그런 작은 프로펠러들이 육중한 공중 전함을 띄우는 광경은 다소 모순이죠.



공중 전함을 띄우고 싶다면, 스팀펑크 창작가들은 부양석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부양석은 사이언스 픽션보다 판타지에 가까우나, 스팀펑크는 혼합 장르입니다. 스팀펑크에 마법사나 주술이나 드래곤이 나온다고 해도, 아무도 뭐라고 탓하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부양석은 공중 전함을 띄울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 되겠죠. 만약 부양석이 엔진실 주변에 있다면, 그건 별로 티가 나지 않을 테고, 겉모습에 영향을 미치지 않겠죠. 창작가들은 멋스럽고 위압적인 공중 전함을 만들 수 있고요.


게다가 사이언스 픽션 역시 부양석 같은 편법(?)을 이용할 수 있고요. 아니면 창작가들은 가상의 비행 동물들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만약 부유 고래나 비행 가오리가 존재한다면, 사람들은 그것들을 사냥하고 부유 기관을 뜯어낼 수 있을 겁니다. 기술자들이 그런 부유 기관을 공중 전함에 집어넣는다면, 공중 전함은 하늘을 뜰 수 있겠죠. 아예 부유 고래가 공중 전함을 끌고 다닌다면…. 흠, 그건 매략적인 설정이겠으나, 통상적인 공중 전함과 다르죠. 그건 공중 전함보다 생체 비행선에 가까울 겁니다. 이런 방법들 이외에 부양 주문이나 마법 분사구나 기타 여러 방법들이 있을 겁니다.



스팀펑크나 판타지 비행 선박들을 묘사한 그림들을 살펴본다면, 부유 장치가 없는 그림들이 꽤나 많습니다. 어떻게 그런 비행 선박들이 날아다닐 수 있는지 화가들은 설정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어쩌면 스팀펑크의 공중 전함은 스페이스 오페라의 우주선보다 훨씬 황당한 발상인지 모릅니다. 적어도 우주를 날아가기 위해 스페이스 오페라의 우주선은 저렇게 고민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공중 전함은 비행 그 자체를 고민해야죠. 그래서 저는 공중 전함보다 기낭이 달린 비행선이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 양쪽 모두 그저 상상력에 불과하나, 저는 기낭이 달린 비행선이 공중 전함보다 훨씬 설득력을 갖췄다고 생각해요. 기낭 비행선이 나오는 스팀펑크는 공중 전함이 나오는 스팀펑크보다 낫죠. (하지만 이는 개인적인 취향이고, 공중 전함에는 나름대로 독특한 장점이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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