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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반 헬싱>, 지킬 박사와 하이드, 부분과 오해 본문

SF & 판타지/스팀펑크, 사이언스 판타지

<반 헬싱>, 지킬 박사와 하이드, 부분과 오해

OneTiger 2019. 7. 6. 23:09

영화 <반 헬싱>에는 고딕 호러 판타지와 스팀펑크가 함께 있습니다. 어떤 것들은 고딕 호러 판타지이고, 어떤 것들은 스팀펑크입니다. 흡혈귀들과 늑대인간들은 고딕 호러입니다. 반 헬싱이 흡혈귀들과 늑대인간들에게 자동 쇠뇌를 쏘고, 태양광 수류탄을 던지고, 톱날을 날린다면, 이건 스팀펑크가 될 겁니다. 어떤 관점에서 반 헬싱은 과학 기술(스팀펑크)로 흡혈귀(고딕 호러)와 싸우는 것 같습니다. 이게 오래된 불판 논쟁 '과학 대 마법'이 되나요? 반 헬싱이 '과학 대 마법'을 인식하나요? 영화 속에서 반 헬싱은 어느 정도 스팀펑크 기술을 신기하게 여기나, 반 헬싱은 과학과 마법에 상관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교황청이 특별 장비들을 제공함에도, 반 헬싱은 무심하게 장비들을 이용합니다. 반 헬싱은 스팀펑크 장비들보다 악마들을 처리하느라 바쁩니다. SF 팬들에게 '과학 대 마법'은 불판 논쟁이나, 반 헬싱에게는 훨씬 모순적인 고민이 있습니다. 흡혈귀들과 늑대인간들처럼, 여러 악마들은 인간과 비슷합니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인간과 늑대인간을 구분하지 못합니다. 만약 보름달이 사라지고, 늑대인간이 인간으로 돌아간다면, 반 헬싱이 이 사람을 없애야 하나요? 만약 나중에 보름달이 다시 떠오른다면, 이 사람은 늑대인간으로 변할 겁니다. 늑대인간은 사람들을 잔인하게 해칠 겁니다.



이런 피해를 막기 위해 반 헬싱은 이 사람을 처치해야 하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반 헬싱이 사람을 해친다면, 다른 사람들은 반 헬싱이 살인을 저질렀다고 오해할 겁니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역시 문제입니다. 지킬 박사는 하이드로 변신합니다. 하이드는 아주 난폭합니다. 원작 소설에서 하이드는 그저 사나운 소인에 불과했으나, 영화 <반 헬싱>에서 하이드는 거의 헐크와 비슷합니다. 반 헬싱과 하이드는 싸우고, 하이드는 목숨을 잃습니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가 동일하기 때문에, (원작 소설과 달리) 결국 죽은 사람은 지킬 박사입니다. 경찰들과 시민들은 반 헬싱이 지킬 박사를 살해했다고 오해합니다.


반 헬싱은 하이드를 처치하기 원했으나, 지킬 박사와 하이드는 동인 인물이고, 그래서 반 헬싱은 지킬 박사를 살해해야 했습니다. 반 헬싱은 살인자가 되었고, 경찰들은 반 헬싱이 살인자라고 비난합니다. 영화 <반 헬싱>은 이런 문제를 깊게 고민하지 않습니다. <반 헬싱>은 가벼운 팝콘 영화이고, 여기에는 깊은 고민이 없습니다. 고딕 호러 판타지와 스팀펑크는 아주 근사한 분위기를 자랑하나, 영화 내용은 영화 분위기에 미치지 못합니다. 아무리 휴 잭맨이 목소리를 깔고 진지하게 연기한다고 해도, 영화 <반 헬싱>은 개그를 넘어가지 못합니다.



고딕 호러 + 스팀펑크 분위기가 아주 멋지기 때문에, 영화가 좀 더 나은 줄거리를 보여줬다면, 영화 <반 헬싱>은 훨씬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을 겁니다. 아, 왜 대형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스팀펑크 판타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나요. 스팀펑크 판타지는 정말 매력적인 장르입니다. 스팀펑크 판타지는 사이언스 픽션과 고딕 호러를 함께 총족할 수 있습니다. 상상 과학과 마법이 교차하기 때문에, 스팀펑크는 기이하고 독특한 분위기를 자랑할 수 있습니다. 영화 <반 헬싱>은 기이하고 독특한 분위기를 성공적으로 연출하나, 내용이 팝콘 무비이기 때문에, 기이하고 독특한 스팀펑크 판타지는 명작으로 승화하지 못합니다.


이건 너무 아쉽습니다. 하지만 내용이 가볍다고 해도, 분명히 반 헬싱에게는 모순적인 고민이 있습니다. 반 헬싱은 연금술에서 비롯한 악마를 처치하기 원했으나, 경찰들은 반 헬싱이 살인자라고 오해합니다. 반 헬싱에게는 죄가 없거나 적어도 반 헬싱은 살인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관객들은 이걸 압니다. 영화 외부에서 관객들이 총체적으로 상황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관객들은 총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영화 속에서 경찰들은 총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합니다. 경찰들은 오직 부분만 파악합니다. 경찰들은 총체적인 상황(지킬 박사는 연금술을 이용해 사악한 하이드로 바뀐다)을 알지 못합니다.



경찰들은 오직 죽은 지킬 박사만을 찾을 뿐입니다. 그래서 경찰들은 반 헬싱이 지킬 박사를 살해했다고 오해합니다. 만약 영화 <반 헬싱>이 이런 내용에 주목했다면, <반 헬싱>은 훨씬 심각하고 중대한 주제를 풀었을지 모릅니다. 매즈 미켈슨이 주연한 영화 <더 헌트>처럼, 영화 <반 헬싱>은 관객들과 영화 등장인물들을 구분했을 겁니다. 영화 <더 헌트>에서 영화 주인공은 유치원 선생님입니다. 어느 날, 영화 주인공은 여자 아이를 성 추행했다는 혐의를 받습니다. 영화 주인공은 자신에게 죄가 없다고 항변합니다. 관객들은 이걸 압니다.


영화 외부에서 관객들은 총체적으로 상황을 파악할 수 있고, 그래서 관객들은 영화 주인공이 여자 아이를 추행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압니다. 문제는 영화 등장인물들입니다. 영화 외부에서 관객들은 상황을 종합할 수 있으나, 영화 등장인물들은 그렇게 하지 못합니다. 영화 등장인물들은 오직 부분만 파악합니다. 그들은 영화 주인공이 성 추행 범죄자라고 오해합니다. 영화 주인공은 항변하고, 항변하고, 항변하고, 다시 항변하나, 다른 사람들은 듣지 않습니다. 그들은 계속 영화 주인공이 성 추행 범죄자라고 말합니다. 그들이 상황을 총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했음에도, 그들이 오직 부분만 파악했음에도, 그들은 부분이 전부라고 착각합니다.



부분이 전부가 되기 때문에, 그들은 영화 주인공이 범죄자라고 몰아붙입니다. 많은 관객들은 이 영화가 너무 빡도는 영화라고 느낍니다. 사람들이 영화 주인공을 몰아붙이는 동안, 관객들은 혈압이 솟는다고 느꼈을 겁니다. 만약 <반 헬싱>이 이런 내용을 연출했다면? 경찰들이 일방적으로 반 헬싱을 몰아붙이고, 반 헬싱이 괴로워한다면? 영화 <반 헬싱>이 고딕 호러 + 스팀펑크 장르이기 때문에, 영화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를 이용해 얼마나 경찰들이 일방적으로 반 헬싱을 몰아붙이는지 보여줄 수 있을 겁니다.


만약 경찰들이 늑대인간을 구분하지 못한다면, 반 헬싱이 늑대인간을 처치한다고 해도, 경찰들은 반 헬싱이 살인을 저질렀다고 몰아붙일지 모릅니다. 보름달이 사라지고, 늑대인간이 사람으로 돌아가고, 반 헬싱이 이 사람(늑대인간)을 처치한다면, 경찰들은 반 헬싱이 살인자, 범죄자라고 오해할 겁니다. 만약 늑대인간 치료약이 있다면, 반 헬싱은 은총알보다 치료약을 선택할 겁니다. 하지만 치료약이 없다면? 반 헬싱에게 치료약이 있음에도, 늑대인간이 너무 난폭하기 때문에, 반 헬싱이 치료약을 주사하지 못한다면? 반 헬싱은 다양한 스팀펑크 장비들을 사용하나, 반 헬싱은 초인이 아닙니다.



반 헬싱은 그저 노련한 악마 사냥꾼에 불과합니다. 늑대인간이 난폭하게 덤빈다면, 반 헬싱에게는 다른 방법이 없을 겁니다. 반 헬싱은 은총알을 쏴야 합니다. 늑대인간이 은총알을 맞는다면, 늑대인간은 죽고 인간으로 돌아갈 겁니다. 경찰들은 죽은 사람을 볼 겁니다. 경찰들은 반 헬싱이 무고한 사람에게 (은)총알을 쐈다고 오해할 겁니다. 은총알이 아주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음에도, 경찰들은 오직 죽은 사람에게만 주목하고 은총알을 외면할지 모릅니다. 그래서 반 헬싱은 도망칩니다. 경찰들이 반 헬싱을 체포하기 원하기 때문에. 만약 반 헬싱이 흡혈귀를 처치한다고 해도, 경찰들은 반 헬싱이 살인을 저질렀다고 오해할지 모릅니다.


반 헬싱은 누명을 벗지 못할 테고, 이런 상황은 너무 빡칠 겁니다. 영화 <더 헌트>가 너무 빡치는 것처럼, 영화 <반 헬싱> 역시 너무 빡칠지 모릅니다. 사실 <월드 오브 다크니스> 같은 고딕 호러 게임에서도 헌터들에게 이건 심각한 문제입니다. 만약 헌터가 평범한 여자 고등학생이고, 이웃집 아재가 흡혈귀라면? 흡혈귀가 계속 주변 사람들을 해친다면? 헌터는 흡혈귀를 처치해야 합니다. 하지만 헌터가 흡혈귀를 처치한다면, 다른 시민들과 경찰들은 고등학생이 아재를 살해했다고 오해할 겁니다. 어쩌면 경찰들은 헌터가 연쇄 살인범이라고 단정할지 모릅니다. 흡혈귀가 주변 사람들을 해쳤다고 해도, 경찰들은 고등학생이 연쇄 살인범이라고 단정할 겁니다.



자랑스러운 가부장 국가 대한민국에서 편파적인 시선들은 여자 고등학생을 이용해 뭔가 꼬투리를 잡고 싶어할지 모릅니다. 여자 고등학생이 반반하다면, 이런 꼬투리는 훨씬 커질지 모릅니다. 여자가 반반하다면, 여자가 가해자든 피해자든, 여자를 노출시키기 위해 가부장적인 시선은 안달바가지를 벌입니다. <월드 오브 다크니스>에서 헌터가 흡혈귀를 처치하고 싶다고 해도, 헌터는 다른 사람들을 의식해야 합니다. 이런 사례가 보여주는 것처럼, 지킬 박사와 하이드가 보여주는 것처럼, 우리가 뭔가를 판단할 때, 우리는 총체적으로 상황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다른 살인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일반적으로 살인은 나쁩니다. 살인은 가장 커다란 죄악입니다.


인간은 살인을 되돌리지 못합니다. 그래서 채찍질과 살인 중에서 사람들은 살인이 훨씬 나쁘다고 판단할 겁니다. 아무리 채찍질이 잔인하다고 해도, 사람들은 채찍질보다 살인이 훨씬 나쁘다고 판단할 겁니다. 하지만 초월적인 시공간 속에서 우리는 살아가지 못합니다. 특정한 상황 속에서 우리는 살아갑니다. 그래서 특정한 상황은 절대적인 윤리를 뒤집을 수 있습니다. 노예 제도 사회에서 백인 남자가 흑인 여자 노예를 채찍질하고, 분노한 흑인 여자 노예가 백인 남자를 죽인다면, 무엇이 훨씬 나쁜가요? 채찍질이 커다란 폭력인가요, 아니면 살인이 커다란 폭력인가요? 당연히 초월적인 시공간 속에서 다들 채찍질보다 살인이 훨씬 나쁘다고 생각할 겁니다.



하지만 노예 제도 사회에서 흑인 여자가 백인 남자를 죽였다면, 살인보다 채찍질은 훨씬 나쁠 겁니다. 살인보다 노예 제도가 훨씬 근본적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오직 부분만 파악한다면, 우리가 노예 제도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백인 남자보다 흑인 여자는 훨씬 악랄한 범죄자가 됩니다. 하지만 노예 제도가 근본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흑인 여자가 식칼들을 번갈아 이용해 백인 남자를 열심히 담궈주고, 백인 남자의 배를 가르고, 피칠갑 장기 자랑을 벌이고, 성기를 갈기갈기 찢는다고 해도, 우리는 흑인 여자를 비난하지 못합니다. 이건 살인이 나쁘지 않다는 뜻이 아닙니다.


이건 살인이 좋다는 뜻이 아닙니다. 하지만 노예 제도 사회에서 흑인 여자는 부당하게 폭행을 당했습니다. 흑인 여자는 분노했고 두 눈을 뒤집었습니다. 흑인 여자는 이성적으로 판단하지 못했습니다. 왜? 왜 흑인 여자가 이성적으로 판단하지 못했나요? 흑인 여자가 멍청하고 미개하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깜둥이 씨발년이 존나게 사악하기 때문에? 그건 아닙니다. 노예 제도가 근본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노예 제도가 너무 폭력적이기 때문에, 흑인 여자는 미친 분노를 터뜨려야 했습니다. 그래서 흑인 여자가 피칠갑 장기 자랑을 벌인다고 해도, 우리는 흑인 여자를 탓하지 못할 겁니다.



우리가 흑인 여자를 탓하고 싶다면, 먼저 우리는 노예 제도를 탓해야 합니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은 근본적인 문제(노예 제도)보다 가시적이고 표면적인 문제(미친 흑인 여자)를 비난할 겁니다. 우리가 오직 표면적이고 가시적인 문제만 비난한다면, 우리는 영화 <반 헬싱> 속의 경찰들과 다르지 않을 겁니다. 경찰들이 반 헬싱이 지킬 박사를 죽였다고 오해하는 것처럼, 우리는 현실을 오해하고 왜곡할 겁니다. 표면적으로 가시적으로 노예 제도 사회에서 백인들은 부유하고 자유롭습니다. 흑인들은 추레하고 무식합니다. 그래서 백인들이 옳고, 흑인들이 나쁜가요? 그건 아닙니다.


초월적인 시공간 속에서 추레하고 무식한 것보다 부유하고 자유로운 것은 좋습니다. 추레하고 무식한 것은 나쁘고, 부유하고 자유로운 것은 좋습니다. 하지만 노예 제도는 특정한 시공간, 특정한 상황입니다. 특정한 상황(노예 제도)에서 자유로운 백인은 폭력이 되고, 추레한 흑인은 약자가 됩니다. 우리는 이런 논리를 다른 수많은 특정한 상황들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살인은 절대적으로 나쁘지 않습니다. 추레하고 무식한 것은 절대적으로 나쁘지 않습니다. 살인과 추레함이 절대적으로 나쁘지 않은 것처럼, 독재는 절대적으로 나쁘지 않습니다. 그 자체로서 독재는 좋거나 나쁘지 않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은 현실 사회주의가 독재를 저질렀다고 비난합니다. 초월적인 시공간 속에서 독재는 나쁠 겁니다. 하지만 초월적인 시공간 속에서 현실 사회주의가 존재했나요? 그건 아닙니다. 서구 자본주의는 먼저 파리 코뮌을 학살했고, 먼저 세계 대전에 동조했고, 먼저 쿠데타들을 지원했습니다. 근본적인 문제는 서구 자본주의입니다. 서구 자본주의가 먼저 수탈했기 때문입니다. 이미 17세기 서구 문명이 플랜테이션 농장들을 만들고, 열대 밀림을 파괴하고, 인디언들을 학살했을 때, 소비에트 연방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사람들은 현실 사회주의가 나타날 거라고 생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현실 사회주의가 아직 코빼기조차 보이지 않았을 때, 이미 서구 문명은 엄청난 폭력들을 휘둘렀습니다. 이런 끔찍한 수탈은 부유한 자본주의로 이어집니다. 나중에 서구 자본주의는 부유함을 이용해 사회주의 운동을 짓밟습니다. 칠레 사회주의가 무너진 것처럼, 서구 자본주의는 온갖 쿠데타들을 지원했습니다. 심지어 소비에트 연방조차 안심하지 못했습니다. 현실 사회주의 국가들은 이것을 경계했고, 서구 첩보를 막기 위해 현실 사회주의 국가들은 언론들을 통제하고, 비밀 경찰들을 풀어놓고, 사람들을 체포합니다. 분명히 이것들은 나쁩니다. 하지만 초월적인 시공간 속에서 이것들이 나쁜가요?



우리는 이런 상황을 총체적으로 파악해야 합니다. 우리가 근본적인 문제(서구 자본주의)를 외면하고 오직 표면적이고 가시적인 문제(현실 사회주의)만 비난한다면, 반 헬싱은 우리를 한심하게 쳐다보고 말할 겁니다. "어이구, 미련한 인간들아, 제발 오직 가시적인 것에만 집착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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