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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미래의 경찰견과 공권력의 폭력성 본문

SF & 판타지/개조 생명체들

미래의 경찰견과 공권력의 폭력성

OneTiger 2017. 9. 1. 20:00

예전에 어떤 과학 잡지에서 '미래의 경찰견'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 경찰견은 일종의 강화복을 입었고, 그 강화복에 기계팔이 달렸습니다. 덕분에 경찰견은 그 기계팔을 이용해 물건을 다룰 수 있었죠. 심지어 그 기계팔은 권총을 쏠 수 있었습니다. 지금 시각에서 그런 상상력은 꽤나 괴악합니다. 사실 그 잡지는 1980년대에 나왔고 게다가 어린이 과학 잡지였습니다. 따라서 그런 괴악한 상상력이 날개를 펼칠 수 있었죠.


과거에는, 그러니까 1960~80년대에는 과학 잡지들이 온갖 상상력을 펼쳤고, 과학자들도 엉뚱한 청사진을 설계하곤 했습니다. 우리는 21세기에 살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농담으로 삼을 수 있으나, 그 당시 사람들은 나름대로 진지했을 겁니다. 그리고 그 당시 사람들의 (해괴한) 상상력은 오늘날의 SF 소설에 어느 정도 밑거름이 될지 모릅니다. 뭔가 복고적인 SF 세상을 창작하고 싶은 작가는 과거의 상상력에 기댈 수 있겠죠. 판타지 작가들이 신화와 전설과 미신에 기대는 것처럼 SF 작가는 1970년대의 상상력에 기대고 복고적인 SF 세상을 그릴 수 있을 겁니다. 그런 복고적인 설정 또한 어느 정도 인기를 끌고요.



하지만 경찰견이 권총을 쏜다는 상상력은 정말 엉뚱한 것 같습니다. 아시다시피 공권력의 폭력은 언제나 커다란 문제로 불거집니다. 백인 경찰은 흑인 용의자를 제압하기 위해 권총을 쏩니다. 전투 경찰은 농민 시위대를 쫓아내기 위해 물대포를 뿌립니다. 용의자를 취조하던 도중 형사들은 용의자를 고문하거나 심지어 죽입니다. 호위를 맡은 경찰들은 재벌이나 부자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 가난한 사람들을 짓밟습니다. 국가 권력이 탄생한 이후, 공권력은 언제나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사실 원론적으로 따진다면, 국가가 존재해서는 안 됩니다. 국가는 항상 기득권의 편을 들었고, 빈민과 자연 환경을 옹호한 적이 없습니다. 심지어 온건하고 인간적인 정부조차 (빈민과 자연 환경을 위하는 듯하지만) 마지막에 기득권의 편을 듭니다. 어디 머나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바로 우리나라에서 그토록 소신이 있고 인간적이라는 대통령이 강압적인 계약서에 서명했고 침략 전쟁에 지원 부대를 파병했죠. 따라서 지배적인 중앙 권력은 존재해서 안 되고, 그 권력이 폭력을 휘두를 수 있는 공권력 역시 존재하면 안 됩니다.



하지만 국가가 존재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는 너무 원론적입니다. 당장 세상 사람들이 국가를 폐지하지 못할 노릇이죠. 미래에도 국가는 존재할 테고, 경찰 역시 존재하겠죠. 그렇다고 해서 미래의 경찰견이 권총을 쏘는 사례는 없을 듯합니다. 경찰견이 강화복을 입고 기계팔을 움직일 수 있다고 해서 왜 경찰견에게 권총을 줘야 할까요. 인간 경찰들이 총기를 사용했을 때 시민 단체들은 그걸 맹렬하게 비판합니다. 그런 와중에 경찰견이 권총을 쏜다면…. 만약 그 경찰견이 누군가(인간)를 죽였다면…. 그건 엄청난 논란과 화제가 될 겁니다.


왜 경찰견이 권총을 쐈는가? 왜 경찰견이 사람을 쏴야 한다고 판단했는가? 인간은 동물의 판단을 신뢰할 수 있는가? 같은 인간들끼리 서로를 신뢰하지 못함에도 과연 인간이 동물의 판단을 신뢰할 수 있는가? 어쩌면 그 미래의 경찰견은 오늘날의 경찰견보다 훨씬 똑똑할지 모릅니다. 어쩌면 그 경찰견은 유전자 조작을 거쳤을지 모르죠. 그래서 사람만큼 똑똑한 개일지 모릅니다. <시리우스>에 나오는 개조 목양견이나 <스타타이드 라이징>에 나오는 신종 돌고래처럼 미래의 경찰견은 지능이 높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아무리 똑똑해도 개가 인간과 동등한 위상을 누릴 수 있을까요. <십브레이커>에 나오는 개조 동물들은 인간과 다르지 않으나, 여전히 가축으로 취급을 받습니다. 어쩌면 미래의 경찰견 역시 그럴지 모르죠. 사실 이는 비단 경찰견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로봇의 폭력 역시 문제가 될 겁니다. 이미 아이작 아시모프는 <아이 로봇>을 쓸 때, 로봇의 폭력을 상당히 경계했습니다. 아시모프는 로봇이 무조건 인간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로봇은 절대 인간을 해치지 못한다'고 1원칙을 정했습니다.


만약 인류가 기술적 특이점을 지나고 살상 경찰 로봇을 만든다면…. 그 경찰 로봇의 폭력은 엄청난 문제를 야기할 겁니다. 그 경찰 로봇이 인간처럼 똑똑하다고 해서 사람들이 그 로봇을 인간과 동등하게 대할 것 같지 않습니다. (사회주의 공동체는 평등을 지향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로봇을 인간과 동등하게 대할지 모릅니다.) 흠, 어쩌면 누군가는 인종 차별이나 계급 차별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경찰견과 로봇에게 폭력 행위를 지시할지 모르겠군요.



만약 미래의 경찰이 개조 경찰견이나 인공 지능 로봇을 사용한다고 해도 그것들은 살상 능력이 없어야 할 것 같습니다. 만약 그것들에게 살상 능력이 있다면, 꺼지지 않는 불씨가 되겠죠. 경찰견이나 경찰 로봇만 아니라 군대의 탐지견이나 무인기 역시 마찬가지일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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