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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레프트 4 데드>의 좀비, <네버윈터 나이츠>의 해골 병사 본문

SF & 판타지/디스토피아, 아포칼립스

<레프트 4 데드>의 좀비, <네버윈터 나이츠>의 해골 병사

OneTiger 2019. 7. 30. 23:08

비디오 게임 <레프트 4 데드>는 좀비 아포칼립스입니다. 사방에는 좀비들이 득실거립니다. 안전한 장소는 없습니다. 특정한 탈출 지점에서 생존자들은 헬리콥터나 보트를 타고 탈출할 수 있으나, 탈출 지점으로 가기 위해 생존자들은 엄청난 좀비 무리를 뚫어야 합니다. 좀비들은 너무 많습니다. 좀비들은 너무 너무 너무 너무 많습니다. 좀비들은 끝없이 몰려오고 인해전술이 무엇인지 보여줍니다. 생존자들은 그저 4명에 불과합니다. 네 생존자들은 각종 총기류들을 다룰 수 있으나, <레프트 4 데드>에서 총기보다 쪽수는 훨씬 깡패입니다. 무엇보다 <레프트 4 데드>에서 좀비들은 달립니다.


전통적인 좀비와 달리, <레프트 4 데드>에서 좀비들은 느리게 걷지 않습니다. 좀비들은 생존자들을 향해 빠르게 달립니다. 그들은 걸어다니는 시체보다 단거리 육상 선수와 비슷합니다. 칼 루이스와 우사인 볼트가 울고 갈 것처럼,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좀비들은 달립니다. 사방에서 엄청난 좀비 무리가 빠르게 달려온다면, 생존자들이 좀비 무리를 쉽게 처치할 수 있을까요? 아무리 네 생존자들이 각종 총기들과 폭발물들로 무장했다고 해도, 빠르게 달리는 좀비들을 처치하기는 절대 쉽지 않습니다. <레프트 4 데드>는 좀비가 파도 같다는 문구를 실감나게 보여줍니다.



게임 <레프트 4 데드>는 좀비를 감염자라고 부릅니다. 이 게임 속에서 좀비는 언데드보다 감염자에 가깝습니다. 다른 여러 포스트 아포칼립스들처럼, <레프트 4 데드>는 기이한 전염병 때문에 좀비들이 늘어난다고 설명합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에서 좀비를 이야기하기 위해 전염병은 가장 좋은 핑계입니다. 전염병 이외에 다른 설정들은 쉽게 일상 속에 좀비를 집어넣지 못합니다. 전염병은 사방으로 무작위로 퍼집니다. 누구나 전염병에 걸릴 테고, 누구나 좀비가 될 겁니다. 이미 소설 <최후의 인간>에서 메리 셸리는 얼마나 빠르게 전염병이 사방으로 퍼질 수 있는지 묘사했습니다.


만약 이 전염병에 좀비 바이러스가 있다면, 인류 문명은 빠르게 좀비 아포칼립스가 될 겁니다. 좀비 아포칼립스 속에서 생존자들은 아비규환을 겪어야 합니다. <레프트 4 데드> 같은 사이언스 픽션과 달리, 좀비 아포칼립스를 형성하기 위해 중세 유럽 판타지는 전염병을 운운하지 않습니다. 중세 유럽 판타지는 얼마든지 저주, 흑마술, 네크로맨시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전염병보다 흑마술은 훨씬 음침하고 기이하고 신비롭습니다. 아무리 전염병이 세계적으로 퍼진다고 해도, 전염병은 일상입니다. 흑마술은 그렇지 않습니다. 일상 속에는 작은 흑마술조차 없습니다.



비디오 게임 <네버윈터 나이츠>는 중세 유럽 판타지입니다. 이 게임은 전형적인 <던전스 앤 드래곤스>에 가깝습니다. <네버윈터 나이츠>에서 1장 거지 소굴 구역은 좀비 아포칼립스에 가깝습니다. 거지 소굴은 고립되었습니다. 아무도 거지 소굴을 돕지 못합니다. 이상한 전염병이 퍼졌기 때문에, 네버윈터 지도부는 거지 소굴에 크게 개입하지 못합니다. 거지 소굴에는 숱한 좀비들과 언데드들이 있습니다. 소수 경비 대원들은 바리케이드를 치고 좀비들을 막습니다. 주민들은 대피소로 모이고, 안전한 장소들은 드뭅니다.


게임 주인공은 거지 소굴로 들어가고, 경비 대원들과 주민들과 대화하고, 묘지들과 납골당을 돌아다니고, 좀비 아포칼립스를 끝내야 합니다. 거지 소굴에서 게임 주인공이 정보들을 모으고, 좀비들을 처치하고, 납골당을 돌아다니는 동안, 게임 주인공은 왜 좀비들이 나타나는지 추측합니다. 기이한 전염병 때문에 거지 소굴을 비롯해 네버윈터 도시는 난리법석입니다. 하지만 기이한 전염병은 언데드들을 일으키는 것 같지 않습니다. 기이한 전염병보다 다른 이유 때문에 거지 소굴은 좀비 아포칼립스가 되는 것 같습니다. 분명히 기이한 전염병 때문에 숱한 사람들은 쓰러졌으나, 다른 이유 때문에 시체들은 좀비들이 되고 마을을 돌아다닙니다.



그 이유는 흑마술에 가깝습니다. 거지 소굴을 지배하기 위해 누군가는 흑마술을 이용하고 언데드들을 일으킵니다. 언데드들 중에는 비단 좀비만 아니라 해골들이 있습니다. 중세 유럽 판타지에서 해골 병사는 좀비와 함께 흔한 언데드입니다. 하지만 중세 판타지 <네버윈터 나이츠>와 달리, <레프트 4 데드> 같은 좀비 아포칼립스는 걸어다니는 해골을 쉽게 보여주지 못할 겁니다. 아무리 좀비 아포칼립스가 어마어마한 좀비 무리를 쏟아붓는다고 해도, 좀비 아포칼립스는 걸어다니는 해골을 이야기하지 못합니다. 어떻게 해골이 의도적으로 걸어다니고 사물을 인식하고 판단할 수 있나요? 좀비는 인간과 비슷합니다.


그래서 좀비 아포칼립스는 인간을 좀비로 치환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우리는 인간을 좀비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인간이 뭔가를 맹목적으로 추구한다면, 인간이 이성과 판단 능력을 잃는다면, 인간은 좀비가 됩니다. 아무리 외모가 멀쩡하다고 해도, 인간이 맹목적으로 뭔가를 추구할 때, 인간은 좀비가 됩니다. 그래서 광신도와 좀비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광신도와 좀비는 모두 뭔가를 맹목적으로 추구합니다. 광신도는 맹목적으로 신을 쫓습니다. 광신도는 신이 무엇인지 판단하지 못합니다. 광신도는 맹목적으로 신에게 충성합니다. 광신도는 왜 자신이 신에게 충성하는지 묻지 않습니다.



아무 이성 없이, 좀비는 인간에게 달려듭니다. 좀비의 머릿속에는 오직 한 가지 생각만 있습니다. 좀비는 인간을 물어뜯어야 합니다. 좀비는 맹목적입니다. 좀비는 맹목적으로 살육을 추구합니다. 광신도와 좀비는 모두 맹목적입니다. 이렇게 광신도와 좀비는 비슷합니다. 좀비와 해골 병사가 똑같이 하급 언데드라고 해도, 해골 병사가 맹목적으로 인간에게 달려든다고 해도, 사람들은 광신도를 해골 병사보다 좀비에게 비교할 겁니다. 좀비와 인간은 비슷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외모로 좀비를 쉽게 판단하지 못합니다. 소설 <세계 대전 Z>에는 가짜 좀비들이 있습니다. 가짜 좀비들은 살아있는 인간들입니다. 그들은 좀비가 되기 원하고 좀비들을 모방합니다. 좀비와 인간이 비슷하기 때문에, 가짜 좀비를 구분하기는 어렵습니다.


손전등 불빛이 눈동자를 비춘다면, 진짜 좀비는 눈을 깜빡이지 않을 겁니다. 반면, 가짜 좀비는 인간이고, 그래서 가짜 좀비는 눈을 깜빡입니다. 몇몇 방법은 진짜 좀비와 가짜 좀비를 구분할 수 있으나, 가짜 좀비들이 능숙하게 진짜 좀비들을 모방한다면, 구분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사람들은 가짜 좀비에게 총을 쏘고 저도 모르게 살인자가 될지 모릅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가짜 좀비에게 총을 쏜다고 해도, 이런 사람들이 살인이라는 범죄를 저질렀나요? 이게 범죄인가요? 좀비 아포칼립스 속에서 가짜 좀비들이 난동을 부린다면, 어떻게 사람들이 쉽게 진짜 좀비와 가짜 좀비를 구분할 수 있나요? 사람들은 외모로 좀비를 구분하지 못합니다. 사람들은 행위로 좀비를 구분합니다.



그래서 좀비는 비유가 될 수 있습니다. 소설 <시인장의 살인>이나 <좀비 그리고 생존자들의 섬> 같은 소설들은 좀비와 인간을 비교합니다. 사실 수많은 좀비 아포칼립스들은 어리석은 인간을 비유할 수 있습니다. 인간이 맹목적으로 뭔가를 추구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하지 못한다면, 인간은 좀비와 다르지 않을 겁니다. 21세기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가부장적인 자본주의를 맹목적으로 추구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자본주의 좀비들입니다. 카를 마르크스가 비유한 것처럼, 자본주의가 뱀파이어라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민들은 좀비들이 될 겁니다. 뱀파이어가 흑마술로 좀비들을 일으키는 것처럼, 가부장적인 자본주의는 시민들을 좀비로 만들 겁니다.


시민들은 제3세계가 무식하고 야만적이라고 차별하고, 여자가 중요한 노동을 맡지 못한다고 부르짖고, 자본가 계급이 절대적으로 신성하다고 숭배할 겁니다. 제3세계가 작은 잘못을 저지를 때, 자본주의 좀비들은 아주 지랄탕을 끓입니다. 하지만 자본주의 강대국이 엄청난 환경 오염들을 저지른다고 해도, 자본주의 좀비들은 엄청난 환경 오염들을 숭배합니다. 자본주의 좀비들은 가부장 문화의 막대한 착취보다 몇몇 극단적인 여자를 게거품을 물고 비난하고 강대국의 엄청난 환경 오염보다 제3세계의 작은 잘못에 분개합니다. 좀비는 아주 훌륭한 비유가 될 수 있습니다. 이 세상에는 정말 좀비들이 넘칩니다. 이 세상에는 정말 뱀파이어, 네크로맨서가 있습니다. 자본주의는 정말 대단한 네크로맨서입니다.



이렇게 인간과 좀비가 비슷하기 때문에, 좀비 아포칼립스는 걸어다니는 해골을 내놓지 못합니다. 아무리 사이언스 픽션이 온갖 상상력들을 발휘한다고 해도, 해골은 걸어다니지 못합니다. 인간은 바이러스에 걸리고 맹목적으로 돌변할 수 있으나, 해골은 그렇지 못합니다. 그래서 <레프트 4 데드>는 좀비를 언데드보다 감염자라고 부릅니다. 반면, <네버윈터 나이츠>에서 좀비는 정말 언데드입니다. 게임 속에는 좀비 이외에 걸어다니는 해골 같은 다른 언데드들 역시 있습니다. 심지어 게임 주인공은 리치와 싸워야 합니다. 만약 게임 주인공이 주문 시전자가 아니라면, 게임 주인공은 리치를 쉽게 처치하지 못할지 모릅니다.


리치는 빡센 상대이나, 다행히 <네버윈타 나이츠>에서 좀비들은 전통적인 좀비에 가깝습니다. 좀비들은 느리게 걷습니다. <레프트 4 데드>와 달리, 좀비들은 절대 빠르게 달리지 않습니다. <레프트 4 데드>와 <네버윈터 나이츠>에서 좀비는 대조적입니다. <레프트 4 데드>에서 좀비는 빠르게 달리는 감염자이나, <네버윈터 나이츠>에서 좀비는 느리게 걷는 하급 언데드입니다. <레프트 4 데드>와 <네버윈터 나이츠>는 어떻게 사이언스 픽션과 중세 유럽 판타지가 좀비 아포칼립스를 다르게 연출하는지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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