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생태주의
<듄>과 4X 게임의 행성 생태계 본문
[외계 생물 다양성은 신비롭습니다. 만약 이게 정말 순환이 가능한 살아있는 체계라면….]
소설 <듄>은 스페이스 오페라지만, 한편으로 외계 행성에 정착하는 사람들을 이야기합니다. 아트레이드 가문과 하코넨 가문의 싸움은 <듄>의 주요 소재지만, 아라키스 행성의 혹독한 자연 환경도 중요한 소재입니다. 사실 <듄>이 여타 스페이스 오페라와 다른 이유는 아라키스의 자연 환경이 그만큼 독특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아라키스 행성이 지구처럼 그냥 평범한 행성이었다면, 아마 소설의 재미가 크게 떨어졌을 겁니다.
아니, 애초에 지구와 비슷한 행성으로 <듄> 같은 소설을 쓸 수 없겠죠. 행성 대부분이 사막이고, 거대한 모래벌레가 돌아다니고, 기이한 멜란지 스파이스가 나오고, 사람들은 힘겹게 행성 환경을 바꾸려고 애쓰고…. 일반적인 스페이스 오페라는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듄>부터 <듄의 이단자>나 <듄의 신전>에서도 꾸준히 환경 변화와 모래벌레를 이야기합니다.
<듄>은 정치와 전쟁, 경제 발달을 행성 생태계와 결합한 사이언스 픽션입니다. 이런 작품을 비디오 게임으로 만든다면, 어떤 결과물이 나올까요. 물론 웨스트우드가 이미 오래 전에 <듄 2>를 만들었고, 이 게임은 실시간 전략 게임의 큰 형님으로 대접을 받습니다. <듄 2>와 <듄 2000>, <배틀 포 듄>은 좋은 게임이지만, 소설의 정치와 종교, 경제, 행성 생태계를 완벽하게 반영했다고 하기 힘듭니다. 오직 전투에만 치중했기 때문이죠.
차라리 저는 <비욘드 어스> 같은 게임이 소설과 훨씬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이 게임은 행성 생태계에 적응하려는 세력들의 정치, 경제, 철학 등을 다룹니다. 이 정도면 소설 <듄>과 비슷한 소재를 공유하지 않나 싶습니다. 공성 벌레 같은 괴수는 그야말로 모래벌레의 오마쥬이고요. 하지만 <비욘드 어스> 같은 게임도 그리 흔한 게임은 아닙니다. 이 게임은 SF 4X 게임에 속하지만, 대부분 SF 4X 게임들은 우주 전쟁만 줄창 묘사하거든요.
4X 게임의 유구한 역사를 훑어봐도 <비욘드 어스>처럼 행성 생태계를 강조하는 게임을 찾기 힘듭니다. <알파 센타우리>는 사실 <비욘드 어스>의 전작이기 때문에 언급할 필요가 없죠. <판도라: 퍼스트 콘택트> 역시 <알파 센타우리>의 계승작이고요. 그 외에는 그다지 눈에 뜨이는 게임이 없습니다. <마스터 오브 오리온>이나 <데드락: 플라네타리 컨퀘스트>에 환경 보호 세력이 나오는 것 정도….
물론 저는 4X 게임을 잘 모르기 때문에 제가 오해했을 수 있죠. 제가 부족한 지식으로 잘못 판단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위키피디아나 게임 커뮤니티를 찾아봐도 <알파 센타우리> 같은 게임을 찾기 힘듭니다. 이렇게 본다면, <알파 센타우리>는 참으로 유니크한 게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