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사회주의/이윤 극대화 비판 (32)
SF 생태주의
소설 은 을 이어가는 속편입니다. 을 쓴 허버트 웰즈가 이 소설을 뭐라고 평가할지 모르겠으나, 스티븐 백스터는 시간 여행자를 다시 시간 장치에 앉혔습니다. 에서 시간 여행자는 황폐한 미래만을 둘러봤을 뿐이나, 에서 시간 여행자는 다양한 세계들을 방문합니다. 그리고 결국 과거를 넘어 과거로 돌아가죠. 어떻게 이 우주가 탄생했는지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현재를 알고 싶다면, 과거를 돌아봐야 합니다. 과거를 외면한다면, 어떻게 현재가 탄생했는지 알지 못할 겁니다. 뭔가를 탐구하고 싶다면, 근본과 기원을 밝혀야 합니다. 뭔가를 탐구하고 싶다면, 기나긴 역사를 거스르고 밑바닥까지 뚫고 들어갈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기원이나 시초 등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 기원이나 시초를 알지 못한다면, 왜 현재 세상이 이..
우리는 자본주의 체계 속에서 살아가는 중입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를 의식하지 못합니다. 아니, 많은 사람들은 자본주의에서 살아간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합니다. 사람들은 자본주의가 유일무이한 경제 구조라고 생각하고, 그것 이외에 다른 방법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우물 속에 사는 개구리가 하늘이 작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사람들은 자본주의 체계 속에서 살기 때문에 자본주의가 유일무이한 경제 구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사회 구조를 의심하지 않고, 무조건 개인들에게 책임을 돌립니다. 사회 구조가 자연 환경을 오염시키고 야생 동물들을 멸종시켜도 사람들은 그저 개인들만 탓하죠. 자신들이 그런 구조에 이바지한다는 사실을 전혀 생각하지 못해요. 사람들이 잘못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한 개인이 ..
21세기 초반 현재까지, 아마 사회 민주주의는 가장 성공한 사회주의 전략일 겁니다. 20세기 초반에 사회주의는 공산주의와 사회 민주주의로 크게 갈렸고, 공산주의는 숱한 압력 속에서 사라졌습니다. 러시아 소비에트 정부는 나름대로 희망을 제시했으나, 거대 자본들의 침략을 버티지 못했고 결국 국가 자본주의가 그 자리를 차지했죠. 이런 와중에 사회 민주주의는 유럽에 계속 퍼졌고, 21세기 초반 현재까지 제일 성공적인 유형으로 평가를 받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른바 북유럽 모델을 부러워하고, 북유럽 모델이 빈곤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죠. 그래서 사회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좌파들도 굉장히 많습니다. 하지만 좀 더 생각해 보면, 과연 사회 민주주의가 '좌파'인지 의문이 생깁니다. 박노자나 강신주 같은 학..
여름이 되면, 으레 언론 매체들은 폭염 기사를 이야기합니다. 왜 폭염이 나타나는지 분석하는 기사입니다. 이런 기사들은 지구 과학과 자연 생태학에 관련이 많기 때문에 과학 기자들도 빼놓지 않는 소재입니다. 아동 과학 잡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같은 잡지도 왜 이토록 폭염이 심해졌는지 이야기해요. 그 이유를 간단히 말한다면, 첫째가 기후 변화이고 둘째가 열섬 현상입니다. 이건 기후 변화 때문에 지구 전체에 걸쳐 제트 기류의 순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고기압이 한 장소에 꾸준히 머물고, 이게 바로 폭염으로 나타난다는 뜻입니다. 열섬 현상은 도시 내부의 아스팔트 도로와 콘크리트 건물들이 태양빛을 덜 반사하고 더 많이 흡수하기 때문에 도시를 찜통으로 만든다는 뜻이죠. 이 두 가지 중에서 훨씬 심각한 문제는 ..
[이런 스팀펑크처럼, 매연은 산업 자본주의가 야기한 환경 오염입니다. 물론 현실은 이것보다 훨씬 심각하죠.] 소설 을 보면, '런던의 매연이 가득한 하늘' 운운하는 문구가 등장합니다. 은 의 후속작이고, 시간 여행자는 19세기 영국 사람입니다. 당연히 시간 여행자는 매연이 가득한 런던 하늘을 아주 당연하게 생각했을 겁니다. 만화 에는 가끔 영국 풍경이 나오죠. 그리 쾌적한 풍경은 아닙니다. 우악스러운 금속 공장, 뭉클거리는 매연, 추레한 산업 폐기물. 이런 것들이 런던 풍경을 싱장합니다. 노틸러스 잠수함 너머로 보이는 공장 굴뚝의 매연은 19세기 런던의 상징이에요. 소설 에서 작가는 심심할 때마다 쓰레기와 폐기물과 환경 오염을 묘사하는 것 같습니다. 작가 차이나 미에빌은 워낙 기괴하고 구역질이 나오는 장..
[환경 보호는 그저 싱그러운 녹색 숲이 아닙니다. 환경 보호는 급진적이고 평등한 사회 구조입니다.] 생태학자들이나 환경 사회학자들이 떠들썩한가 봅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 기후 협약에서 탈퇴했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온실 가스를 팍팍 뿜어내는 산업 강대국이지만, 기후 협약을 지키지 않겠다고 통보했습니다. 여러 나라들은 미국의 행보를 규탄하고, 녹색당처럼 환경 보존을 중시하는 정당들 역시 미국의 행보를 비판합니다. 이런 걸 볼 때마다 저는 의문이 듭니다. 기후 깡패(?) 미국을 비판하는 것은 필요합니다. 미국의 행보는 어마어마한 비판을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여러 나라들이나 정당들이 비판한다고 해도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별로 개의치 않을 겁니다. 당선 이전부터 트럼프는 기후 변화 이론이 음모..
마가렛 앳우드는 자신이 SF 소설가가 아니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자신은 현실을 그대로 쓰기 때문에 과학적 상상력을 발휘하지 않는다고 말했죠. 저는 그게 정확히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마가렛 앳우드가 사이언스 픽션을 싫어하기 때문에 그렇게 말했는지 아니면 자신의 상상력이 하드 SF 소설가들을 따라갈 수 없다는 뜻인지…. 저 양반의 속내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으나, 어쩌면 앳우드는 과학적 상상력보다 현실의 문제를 더 강조하고 싶었을지 모릅니다. 같은 소설은 분명히 사이언스 픽션이지만, 현실의 범주에서 그리 멀리 나간 것 같지 않습니다. 물론 현실에는 돼지와 너구리의 합성 동물이나 신종 인류나 유전자 조작 성 매매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에드워드 윌슨을 말벌의 성인으로 삼거나 필립 모앗을 늑대의 성인으..
예전에 어느 해외 SF 동호회에서 을 '좌파적인 SF 소설'로 꼽은 적이 있습니다. 그걸 보고, 좀 황당했습니다. 이나 이나 이라면 모를까, 이 좌파적인 사이언스 픽션이라니…. 아, 물론 은 무장 투쟁과 혁명을 외칩니다. 그런 요소들을 고려한다면, 저 소설도 충분히 좌파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장 투쟁과 혁명은 좌파들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필요하다면 우파들도 얼마든지 무장 투쟁과 혁명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사실 프랑스 대혁명 같은 사례는 우파적인 무장 투쟁의 성공담입니다. 사회주의자들은 프랑스 대혁명을 그리 좋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부르주아 민주주의라고 생각했죠. 프랑스 정부와 자본가들이 인민들을 통제하기 때문에 사회주의자들은 인민들이 혁명을 일으키고 계급 구조를 타파하기 바랐습니..
종종 SF 소설들은 겉모습에 속지 말라고 주장합니다. 소설 에서 군대 교관은 신병들에게 아주 평화로운 사슴처럼 생긴 외계인과 흉측한 갑각류 같은 외계인을 보여줍니다. 당연히 신병들은 사슴 외계인에게 호감을 느끼고 갑각류 외계인을 혐오합니다. 하지만 사실 사슴 외계인은 인류를 맛있는 간식으로 생각하는 식인종입니다. 반대로 갑각류 외계인은 평화를 바라고 상당한 지성을 보여주고 인류와도 우호적인 관계를 맺었죠. 은 가벼운 소설이고 이것도 가벼운 사례일 뿐이지만, 이런 사례는 어떻게 SF 소설이 대상의 본질에 접근하는지 설명합니다. 우리는 어떤 대상을 관찰할 때, 그 대상의 겉모습만 아니라 그 대상의 근본, 본질, 체계, 구조까지 살펴야 합니다. 그래야 그 대상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 겁니다. 소설 에서 과학..
같은 좀비 아포칼립스는 생존자들의 고립을 자주 보여줍니다. (사실 이 소설은 좀비 소설이 아니라 흡혈귀 소설이지만, 그 점이야 그냥 넘어가죠.) 세상 천지가 좀비들로 들끓고, 일련의 생존자들은 안전 가옥으로 대피합니다. 다행히 그 안전 가옥에는 여러 물품들이 있습니다. 생존자들은 밖으로 나가지 못하지만, 가옥 안에서 물품들로 근근이 버팁니다. 가령, 대형 매장은 이런 안전 가옥으로 자주 등장합니다. 생존자들은 대형 매장 안으로 도피합니다. 그리고 좀비들이 매장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단단하게 지킵니다. 매장에는 먹거리, 약품, 옷가지 등이 널렸기 때문에 생존자들은 굶주리거나 병들지 않습니다. 총기가 있거나 없을 수 있지만, 옷장이나 책상이나 쇠붙이 등은 많습니다. 공구도 많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부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