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생태주의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생태학자 본문
예전에 <빼앗긴 자들>을 이야기했을 때, 저는 생태학자가 반드시 자본주의를 비판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전반적인 인문학들과 사회 과학들과 자연 과학들 중 생태학은 다른 생명체들에게 가장 큰 관심을 보이는 분야일 겁니다. <빼앗긴 자들>에서 쉐백이 타크베르를 바라보는 관점은 이런 사실을 잘 반영하죠. 쉐백은 타크베르를 오롯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언제나 타크베르가 물고기들이나 다른 동물들과 함께 존재한다고 생각하죠. 그래서 우라스 행성에서 수많은 나무들, 정체 모를 가축, 수달을 봤을 때, 쉐백은 저도 모르게 타크베르를 연상했어요.
이는 쉐백의 오해가 아닐 겁니다. 타크베르 역시 생물들이 연결하는 총체적인 흐름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죠. 이렇게 생태학자는 수많은 생물들에게 관심을 보이고, 그 생물들이 구성하는 거대한 그물망을 연구합니다. 생태학자는 체계를 봅니다. 체계는 어느 단일한 요소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아요. 체계를 구성하기 위해 수많은 요소들이 함께 모여야 하고, 생태학자는 자신을 둘러싼 거대한 흐름을 둘러봅니다. 비단 <빼앗긴 자들>만 아니라 여러 SF 소설들 속에서 생태학은 다양한 생명체들을 이야기하죠.
당연히 생태학자들은 환경 오염이나 생물 멸종에 강렬하게 반대합니다. 다른 사람들은 인간만을 이야기할지 모르나, 생태학자들의 시선은 인간을 비롯해 여러 생물들을 담습니다. 생태학에게 인간은 자연 생태계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들 중 하나이고, 그래서 생태학은 인류가 다른 생물들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고 주장하죠. 이건 아주 기초적인 생태학이고, 길게 설명할 이유가 없을 겁니다. 문제는 수많은 생태학자들이 여기에서 멈춘다는 점입니다. 비단 생태학자만 아니라 생태학을 중요하게 여기는 공원 경비원들, 환경 운동가들, 작가들, 연구원들 역시 더 앞으로 나가지 않습니다.
아주 기본적인 생태학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꿰뚫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인 생태학은 왜 자연 환경이 오염되고 왜 야생 동물들이 멸종하는지 대답하지 못합니다. 설사 대답한다고 해도 헛다리를 짚곤 합니다. 왜냐하면 기본적인 생태학은 지배 계급을 부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에 기후 변화와 생물 다양성 감소를 우려하는 생태학자들이나 연구원들은 많아도 그들 중 지배 계급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겁니다. 그들은 지배 계급을 너무 당연하게 용인합니다.
하지만 기후 변화와 생물 다양성 감소는 지배 계급에게서 비롯했습니다. 지배 계급은 착취적이고 폭력적인 사회 구조를 유지하고, 그 때문에 자연 환경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죠. 그런 폭력적인 사회 구조들 중 하나는 자본주의고요. 자본주의는 생산 수단을 점거한 자본가가 임금 노동자를 이용해 상품을 만들고, 그걸 시장에서 팔고, 이윤을 축적하고, 다시 상품을 만드는 과정을 가리킵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할 수 있으나, 대략적인 의미는 그렇습니다. 노동자는 자본가에게 자신의 노동력을 팔고 임금을 받습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사실은 자본가들이 생산 수단을 차지했다는 사실입니다. 임금 노동자는 생산 수단이 없고 달리 팔 수 있는 요소가 없기 때문에 어쩌지 못하고 자신의 노동력만 팔아야 합니다. 문제는 그겁니다. 수많은 노동자들이 생산 수단을 소유하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자본가가 자신이 구입한 부지에 핵 발전소를 짓고 싶다면, 노동자들은 그걸 막지 못합니다. 아무리 수많은 노동자들이 핵 발전소에서 일한다고 해도 그 수많은 노동자들은 그걸 막을 권리가 없습니다. 노동자들은 생산 수단을 소유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노동자들이 부지나 발전소를 소유하지 못한다는 뜻이죠.
따라서 아무리 생태학자들이 노동자들에게 환경을 보호하자고 외쳐도 그건 별로 의미가 없는 행위입니다. 노동자들은 자신의 노동력만 팔 수 있을 뿐이고, 정말 중요한 결정은 자본가에게 달렸습니다. 자본가가 자신의 땅에서 무슨 짓을 하든, 노동자들은 거기에 관여하지 못합니다. 자본가가 자신의 공장으로 무슨 짓을 하든, 노동자들은 거기에 관여하지 못합니다. 만약 노동자들이 경영에 관여하면, 이른바 수구 꼴통들은 게거품을 물고 미친 듯이 노동자들을 물어뜯을 겁니다.
생태학자들은 이런 구조를 바꿔야 합니다. 노동자들이 생산 수단을 차지하지 못하는 구조를 바꿔야 해요. 당장 그런 구조를 바꾸기 어렵다면, 하다못해 노동자들의 교섭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본 소득 같은 정책을 적극적으로 지지해야 합니다. 하지만 생태학자들은 이런 주장을 펼치지 않습니다. 생태학자들은 자연 생태계가 걸어온 역사를 누구보다 열심히 연구함에도 생산 수단에 관심이 없습니다. 자본가들은 미생물들과 토지와 숲과 바다를 만들지 않았어요. 하지만 미생물들과 토지와 숲과 바다를 연구하는 생태학자들은 그 점을 전혀 지적하지 않죠.
물론 생태학자들이 우둔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기득권들은 자본주의를 일종의 종교로 만들었습니다. 어렸을 적부터 자본주의를 종교처럼 떠받드는 사람들이 어떻게 종교를 쉽게 버릴 수 있겠어요. 개인적인 능력으로 종교라는 고정 관념을 깨뜨리기는 아주 어려울 겁니다. 하지만 생태학자는 자연 생태계를 연구하는 사람이고, 그래서 저는 생태학자들이 다른 과학자들보다 한층 더 강렬하게 자본주의를 비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인 구달 같은 지식인들은 그저 개인적으로 착하게 살 것만 강조해서는 안 됩니다. 그런 관점에서 저는 타크베르 같은 지식인이 진정한 생태학자라고 생각합니다. 타크베르 같은 생태학자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