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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워크래프트 2>의 생체 잠수함, 거대한 거북 본문

SF & 판타지/스팀펑크, 사이언스 판타지

<워크래프트 2>의 생체 잠수함, 거대한 거북

OneTiger 2018. 8. 5. 23:31

[얼라이언스 전함을 공격하는 거대한 거북 전투 잠수함. 이건 정말 생체 잠수함입니다.]

 

 

실시간 전략 게임 <워크래프트 2>는 인간 연합군과 오크 무리가 싸우는 내용입니다. 인간은 엘프, 드워프, 놈과 연합했고, 오크는 트롤, 오거, 언데드와 무리를 이루었습니다. 전형적인 중세 유럽 판타지로서 <워크래프트 2>에는 튼튼한 중장 기사, 잔인한 오크 보병, 화려한 마법사, 사악한 해골 기사, 거대한 드래곤이 등장합니다. 아울러 이 게임은 해상전을 다루고, 당연히 해상 전력 역시 등장합니다. 해상 전력에는 유조선이나 수송선, 구축함, 전함 그리고 잠수함이 있습니다. 흠, 잠수함? 중세 유럽 판타지와 잠수함? 이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 조합입니다.

 

예전에 몇 번 이야기한 것처럼, 중세 유럽 판타지와 잠수함은 서로 동떨어지는 요소 같습니다. 게다가 오크 무리가 보유한 잠수함은 기계 잠수함이 아니라 생체 잠수함입니다. 이건 이른바 거대한 거북입니다. <워크래프트 2>가 단순한 게임이기 때문에 이 게임은 거대한 거북이 무슨 동물인지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습니다. 설명문을 읽는다고 해도, 게임 플레이어들은 거대한 거북이 무슨 동물인지 잘 모를 겁니다. 게임 플레이어들은 어렴풋한 설정을 읽을 수 있으나, 이는 너무 부족한 정보입니다.

 

 

오크 무리의 고블린들은 거대한 거북을 길들이는 것 같습니다. 고블린들은 남쪽 바다에서 거대한 거북을 포획하고, 등껍질에 조타실을 매달고, 마법(?)으로 거북을 조종합니다. 문제는 이겁니다. 어떻게 고블린들이 거대한 거북을 조종할 수 있을까요? 이름처럼 거대한 거북은 꽤나 거대합니다. 게임 동영상을 참고한다면, 게임 플레이어들은 거대한 거북이 집채만하다는 사실을 추론할 수 있습니다. 거대한 거북의 머리는 인간보다 훨씬 큽니다. 몇몇 설정 밑그림에서 거대한 거북은 구축함이나 전함과 비슷한 크기를 자랑합니다. 어쩌면 게임 제작진은 정확한 설정을 구상하지 않았을지 모릅니다. 중요한 것은 거대한 거북이 정말 거대하다는 사실입니다.

 

어떻게 고블린들이 이런 야수를 조종할 수 있을까요? 마법 주문으로? 그건 아주 간단한 대답입니다. 하지만 너무 간단하기 때문에 그런 대답은 상투적입니다. 작은 고블린이 마법으로 거대한 거북을 조종한다…. <워크래프트 2>는 중세 유럽 판타지고, 그런 설정은 무리가 아닙니다. 하지만 마법으로 거북을 조종한다고 해도, 어떻게 고블린들이 물 속을 항해할 수 있을까요? 물 속은 컴컴합니다. <해저 2만리>에서 노틸러스 같은 잠수함은 아주 강렬한 탐조등을 장착했습니다. 거대한 거북 역시 그럴까요?

 

 

게임 플레이어들은 그걸 알지 못합니다. 어떻게 고블린들이 물 속을 항해하는지 게임 제작진은 자세하게 설정하지 않았을 겁니다. 게임 플레이어들이 게임 동영상을 참고하고 싶다고 해도, 게임 동영상은 너무 짧습니다. 어쩌면 독일 유보트처럼, 평소에 거대한 거북은 수중을 헤엄치고, 오직 전투할 때만 잠수하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어떻게 물 속에서 고블린들이 방향이나 수심을 측정할 수 있을까요? 노틸러스 잠수함에는 그런 측정 장치들이 많습니다. 거대한 거북의 조타실에 그런 장치들이 있을까요? 어쩌면 마법 주문은 이걸 해결할 수 있는지 모릅니다. 만약 고블린들이 거대한 거북과 시야를 공유할 수 있다면, 고블린들은 거대한 거북의 시야를 이용해 방향과 수심을 측정할 수 있겠죠.

 

시야 공유는 별로 특별한 주문이 아닙니다. 여러 중세 판타지들은 시야 공유나 이와 비슷한 마법을 보여줍니다. 심지어 스페이스 오페라들 역시 이런 초능력을 보여줍니다. <스타 워즈>에서 마스터 요다는 다른 사람의 감정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 아니면 <아바타>에서 나비 부족민들은 야생 동물들과 신경을 연결합니다. 나비 부족민들은 야생 동물들과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워크래프트 2>에서 고블린들 역시 이런 방법을 사용할지 모릅니다.

 

 

만약 고블린들이 거대한 거북과 시야를 공유하거나 신경을 공유한다면, 수중 항해는 별로 문제가 되지 않을 겁니다. 고블린들은 거대한 거북이 되고, 깊은 물 속을 아무렇지 않게 헤엄칠 수 있습니다. 거대한 거북은 몰래 엘프 구축함을 따라 다니거나, 해안 기지를 습격하거나, 연합군 수송선이나 유조선을 기습할지 모릅니다. 아니면 거대한 거북은 오크 함대를 호위할지 모르죠. 현대 잠수함들이 그러는 것처럼, 거대한 거북은 그런 임무들을 맡겠죠. 현대 잠수함에서 해군 승무원들은 꽤나 불편한 일상을 감내해야 합니다. 잠수함은 좁고 고립되었고 폐쇄적입니다. 옛날보다 상황은 나아졌으나, 여전히 잠수함 생활은 안락하지 않아요. 유보트 생활은 훨씬 고역이었고요.

 

거대한 거북은 어떨까요? 비좁은 조타실에서 고블린들이 잘 지낼 수 있을까요? 어쩌면 비좁은 조타실에서 고블린들 역시 온갖 불편들을 감내하는지 모릅니다. 아니, 고블린들은 인간들보다 그런 걸 잘 견딜지 모릅니다. 어쨌든 이런 설정 놀음은 재미있습니다. 저는 이런 생체 잠수함이 재미있는 설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워크래프트 2>는 자세한 설정을 제공하지 않는군요. <워크래프트 III>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역시 마찬가지고요.

 

 

오크 무리 해군이 거대한 거북을 이용할 때, 인간 연합 해군이 무슨 잠수함을 이용할까요? <워크래프트 2>는 스팀펑크를 가미한 중세 유럽 판타지입니다. <워크래프트 2>는 전형적인 중세 유럽 판타지 같으나, 몇몇 스팀펑크를 가미했습니다. 그래서 연합 해군의 놈들은 잠수함을 만들었습니다. 인간 연합군의 놈 잠수함과 오크 무리의 거대한 거북이 싸우는 모습은 거대 로봇과 거대 괴수의 싸움 같습니다. 이는 기계와 생명체의 싸움이죠. 이런 관점에서 저는 <워크래프트 2>가 SF 감수성을 살짝 간직했다고 생각합니다. 뭐, 고작 살짝에 불과하다고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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