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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생태적인 공동체와 추상적인 자연 관념 본문

생태/환경 보호

생태적인 공동체와 추상적인 자연 관념

OneTiger 2017. 11. 25. 19:55

환경 오염은 SF 작가들에게 아주 중요한 소재들 중 하나입니다. 존 브러너, 할 클레멘트, 컷트 보네거트, 로버트 소여 등등 숱한 작가들은 환경 오염을 걱정했고 경고했죠. 고증이 엄밀하거나 느슨하거나, 좌파적이거나 우파적이거나, 수많은 SF 작가들은 환경 오염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런 SF 작가들 중에서 킴 스탠리 로빈슨은 환경 오염에 관한 SF 소설을 쓰는 작가로서 대표 주자가 될 수 있을 겁니다. 린 마굴리스가 어느 책에서 스티븐 호킹을 비판하고 킴 로빈슨을 호평하던 기억이 나는군요.


스티븐 호킹은 기후 변화나 환경 오염, 자원 고갈 때문에 인류가 화성이나 달로 도망쳐야 한다고 말했죠. 하지만 킴 로빈슨은 자본주의 체계를 타파하고 생태적인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본질적인 해결책임을 강조했습니다. 네, 중요한 점은 그겁니다. 자연 환경을 보존한다는 의미는 생태적인 공동체를 만드는 행위를 가리킵니다. 하지만 여러 창작물들은 그런 부분에 신경을 쓰지 못하고, 환경 오염이라는 좁은 문제에만 매달립니다. 환경 오염은 그저 쓰레기들이 많아지거나 야생 동물들이 사라지는 문제가 아닙니다. 환경 오염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계급 투쟁과 떨어지지 못하는 문제입니다.



가령, 거대 공장들이 매연을 뿜는다면, 가난한 사람들이나 야외에서 일하는 농민들, 노동자들은 매연을 피할 방법이 별로 없습니다. 여유가 있고 돈이 있는 사람들은 매연을 피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하루 종일 밖에서 땀을 흘려야 먹고 살 수 있는 농민들이나 노동자들은 매연을 마셔야 합니다. 만약 그들이 매연을 마신다면, 그건 질병으로 이어질지 모르고, 그런 농민들이나 노동자들은 인간적인 삶을 누리지 못하겠죠. 그렇다면 누가 매연을 뿜을까요? 누가 시커먼 매연을 뭉클뭉클 뿜는 거대한 공장들을 소유했을까요? 모든 인민이 거대한 공장들을 공평하게 소유했나요?


아닙니다. 일부 자본가들이 소유했을 뿐이죠. 그런 자본가들은 매연이 퍼져도 별로 상관하지 않습니다. 자본가들은 얼마든지 매연을 피할 수 있고, 매연 덕분에 이윤을 축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어떤 자본가들은 매연을 먹는 농민들이나 빈민들을 동정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매연을 뿜지 않으면 생산력을 늘리지 못하고, 생산력을 늘리지 못하면 치열한 자본 싸움에서 밀려날지 모릅니다. 그래서 자본가들도 어쩌지 못하고 매연을 뿜어야 합니다. 이는 자본주의라는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따라서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보다 평등한 사회를 이룩해야 합니다. 인민들이 생태적인 공동체를 만든다면, 그 공동체는 매연을 규제하겠죠. 매연만 아니라 다른 폐기물들도 규제할 테고, 생물 다양성은 늘어날 겁니다. 당연히 야생 동물들도 생존할 기회를 찾을 수 있겠죠. 저는 환경 보호가 평등하고 생태적인 공동체를 뜻한다고 이미 몇 번 이야기했습니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환경 보호를 너무 막연하고 추상적으로 생각한다는 사실입니다.


환경 보호는 생태적인 공동체를 만드는 행위임에도 많은 사람들은 환경 보호와 생태적인 공동체를 서로 연결하지 못합니다. 대신 그들은 전혀 엉뚱한 것들을 공상합니다. 그런 사람들은 환경 보호를 낭만적이고 원시적인 삶과 연결합니다. 아니면 환경 보호를 종교적인 살생과 연결합니다. 그런 사람들은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아무도 기생충도 죽이면 안 되고, 모기도 죽이면 안 되고, 쓰레기를 절대 버리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극단적인 심층 생태주의입니다. 하지만 보수 우파적인 사람들조차 환경 보호를 저런 심층 생태주의와 연결합니다. 다들 생태적인 공동체가 아니라 아주 이상적이고 관념적인 자연만 떠올리죠.



이 세상에 이상적이고 관념적인 자연이 존재한 적이 있나요? 아니, 없습니다. 대략 38억 년 전에 생명체들이 지구상에 나타난 이후, 자연 생태계는 수시로 바뀌었습니다. 인간들이 자연 생태계를 바꾼다고 해도 그건 기나긴 변화의 일부일 뿐입니다. 진짜 문제는 인류 문명이 자연 생태계를 바꾸는 동안 밑바닥 계급이 극심한 피해를 입는다는 사실입니다. 자연 생태계가 바뀌는 현상은 문제가 아니에요. 밑바닥 계급이 수탈을 당한다는 사실이 진짜 문제죠. 우리는 기생충을 죽이거나 모기를 죽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어떤 동물이나 식물을 멸종으로 몰고 갈 수 있습니다.


사실 인간이 간섭하지 않아도 자연 생태계는 스스로 붕괴하고 다시 복구합니다. 하지만 그러는 동안 밑바닥 계급이 피해를 입는다면, 그리고 우리가 필요 이상으로 살육을 저지른다면, 그건 간과하지 못할 문제가 됩니다. 그걸 막기 위해 모두가 함께 생산에 참가할 수 있는 공동체가 필요합니다. 환경 보호는 그런 것이고, 생태적인 공동체는 그런 겁니다. 킴 스탠리 로빈슨(을 비롯한 여러 작가들)은 그런 점을 강조했죠. 단순히 쓰레기를 버리거나 기생충을 죽이는 문제는 환경 보호와 아무 상관이 없어요. 설사 상관이 있다고 해도 아직 그건 본질이 되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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