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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비디오 게임들의 SF 소설 오마쥬 본문

SF & 판타지/장르 정의

비디오 게임들의 SF 소설 오마쥬

OneTiger 2017. 4. 2. 20:00

<이브 온라인>은 플레이어가 광활한 우주를 누비는 온라인 게임입니다. 그런데 이 게임의 우주 한 켠 어딘가에 검은 모놀리스가 있다고 합니다. 검은 직사각형 구조물이죠.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이건 <2001 우주 대장정>의 오마쥬입니다. 비디오 게임을 살펴보면, 이런 오마쥬를 종종 찾아볼 수 있습니다. 가령, <에일리언 브리드>는 슈팅 게임입니다. 주인공 기술자는 폐쇄된 우주선에서 각종 외계 괴물과 싸웁니다.


이 주인공이 우주선의 라운지에 도달하면, 어떤 홀로그램이 나타나고 창문으로 우주를 바라봅니다. 이 홀로그램은 "세상에, 별들이 가득하다!"고 감탄합니다. 이것 역시 <우주 대장정>의 오마쥬입니다. 데이빗 보웬이 별의 관문(스타게이트)에 들어갔을 때 저렇게 말했죠. 비단 이런 것만 아니라 리메이크 <엑스컴>은 아서 클라크의 문구로 시작합니다.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이 우주에서 우리는 혼자이거나 그렇지 않다. 양쪽 모두 무서운 일이다." 이게 아마 아서 클라크가 어느 강연에서 했던 말일 겁니다.


우주 4X 게임 <스텔라리스>는 대규모 패치를 시행할 때, 이 패치를 아시모프 패치나 클라크 패치로 불렀습니다. 아마 SF 그랜드 마스터를 존중한다는 의미겠죠. 이 세상에는 수많은 SF 게임들이 있지만, 그런 게임들은 게임 제작진의 머리에서 불쑥 튀어나오지 않았을 겁니다. 19세기부터 여러 작가들이 SF 소설을 썼고, 다양한 세계와 종족과 문화를 상상했습니다. 그런 상상력은 SF 게임들의 밑거름이 되었겠죠. 단순한 슈팅 게임부터 복잡하고 장대한 전략 게임까지, 모두 소설가들의 영향을 받았겠죠.


SF 비디오 게임들이 소설의 아류라는 뜻은 아닙니다. SF 창작물 안에서 소설은 다양한 매체로 영향을 끼치고, 그렇게 장르 전체가 성장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SF 게임이 나왔을 때, 어떤 소설이 그 게임과 비슷한지 비교하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스텔라리스>처럼 거대한 4X 게임은 SF 장르의 다양한 요소를 담고, 그런 요소들을 보면 별별 SF 소설들이 주마등처럼 머리를 스칩니다. 뭐, 저는 SF 소설을 많이 알지 못하지만, 진짜 SF 매니아들은 게임 속에서 소설의 영향력을 쏙쏙 집어낼 수 있겠죠.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오마쥬는 (예전에도 여러 번 말했던) <비욘드 어스>의 공성 벌레입니다. 공성벌레는 <듄>의 모래벌레 오마쥬입니다. 거대한 지렁이처럼 생겼고, 몸길이는 몇 백 m에 이르고, 땅 속을 파고 다니고, 모든 것을 집어삼키고, 기타 등등. 만약 이 공성벌레가 뭔가 중요한 전략 자원을 생성했다면 훨씬 그럴 싸했을 겁니다. 뭐, 모래벌레는 이 게임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았죠. 어쨌든 이런 점들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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