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생태주의
만약 AAA 분더가 생체 공중 전함이라면 본문
[공중 전함 AAA 분더가 기동하는 장면. 에반게리온처럼 분더 역시 거대 생명체일지 모릅니다.]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 Q>가 개봉했을 때, 관객들은 호평과 비판을 연이어 쏟아냈습니다. 어떤 관객은 <에반게리온> 신극장판이 정상 궤도로 돌아왔다고 호평했고, 어떤 관객은 이 애니메이션이 오직 떡밥만 던진다고 비판했죠. 사실 <에반게리온 Q>에는 명확한 설명이 없고, 대부분 내용들은 떡밥과 떡밥과 또 다른 떡밥으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이 애니메이션은 재해석할 여지들을 무궁무진하게 품었어요. 이런 재해석을 좋아하는 관객은 재미있다고 미소를 지을 수 있을 겁니다. 반면, 명확한 내용을 바라는 관객에게 <에반게리온 Q>는 그저 떡밥 덩어리에 불과하겠죠.
이런 연출들 이외에 <에반게리온 Q>가 드러내는 또 다른 특징은 AAA 분더입니다. AAA 분더는 거대 공중 전함입니다. 이 공중 전함은 빌레 소속이고, 함장은 카츠라기 미사토입니다. 미사토 함장과 빌레 승무원들은 AAA 분더를 타고, 인조 사도들을 해치우거나 인류가 멸망하는 포스 임팩트를 막죠. 거대 공중 전함으로서 AAA 분더는 그야말로 엄청난 위용을 자랑합니다. 에반게리온을 수납하기 때문에 분더는 적어도 2km짜리 길이를 자랑하는 것 같습니다. 2km짜리 공중 전함…. 이건 정말 압도적인 크기로군요.
게다가 AAA 분더는 비단 자신의 선체만 아니라 주변에 있는 다른 함선들 역시 띄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분더는 공중 함대를 구성할 수 있고, 다양한 항공 모함들, 순양 전함들, 구축함들, 잠수함들을 끌고 돌아다닙니다. 분더가 공중 부양 기술을 발휘하기 때문에 다양한 항공 모함들, 순양 전함들, 구축함들, 잠수함들 역시 공중 함대에 참가할 수 있죠. (하지만 창공에서 잠수함은 어뢰를 발사하지 못하겠죠.) 공중 함대를 이끌고 지평선을 향해 날아가는 AAA 분더는 정말 장관입니다. 문제는 그 동안 <에반게리온> 시리즈가 공중 전함을 보여준 적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에반게리온> 시리즈는 도시를 부수고 우주로 날아가고 행성을 없애고 온갖 난리법석을 부렸습니다.
하지만 이 시리즈는 공중 전함을 보여준 적이 없습니다. <에반게리온 Q>는 공중 전함 분더를 내놨고, 어떤 관객들은 분더가 <에반게리온> 시리즈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관객들은 아무리 AAA 분더가 멋지다고 해도 그 자체로서 공중 전함이 <에반게리온>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게다가 AAA 분더가 기동했기 때문에 에반게리온들이 활약할 여지는 줄어들었습니다. 분더가 어느 정도 상영 시간을 잡아먹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에반게리온들은 많이 나오지 못했죠. 더군다나 인상적인 초반 기동 장면과 달리, 후반부 전투에서 분더는 별로 활약하지 못했습니다.
후반부 전투에서 에반게리온 마크 9가 AAA 분더를 공격할 때, 분더는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습니다. 등장인물들은 '희망의 함선', '신을 죽이는 힘' 운운했으나, 그런 평가와 달리, AAA 분더는 일방적으로 마크 9에게 두들겨 맞아요. 사실 AAA 분더가 정말 대단하게 활약했다면, 에반게리온들에게는 할 일이 없었을 겁니다. 어쨌든 이 애니메이션은 <AAA 분더>가 아니라 <에반게리온 Q>이고, 에반게리온들은 중요하게 활약해야 합니다. 그래서 분더는 주역이 되지 못하고 어설프게 활약해야 했겠죠. 재미있는 사실은 에바 초호기나 0호기나 2호기처럼 분더 역시 에반게리온일지 모른다는 사실입니다. AAA 분더의 동력원은 에바 초호기입니다.
게다가 원래 동력원은 에반게리온 마크 9였고, 함수 머리 역시 에반게리온 마크 9와 비슷하죠. 공중으로 부양할 때, 분더는 (에반게리온의 헤일로와 다르나) 헤일로를 띄웠습니다. 게다가 분더 역시 목소리를 낼 수 있고, 사도가 날개를 공격했을 때, 분더는 피를 흘렸어요. 에반게리온처럼 분더는 AT 필드를 전개할 수 있죠. 그래서 관객들은 분더가 '공중 전함처럼 생긴 에반게리온'일지 모른다고 추정합니다. 이런 추정이 옳을지 아무도 확신하지 못합니다. <에반게리온 Q>가 떡밥 덩어리이기 때문에 확실한 근거는 없어요.
하지만 만약 AAA 분더가 공중 전함 에반게리온이라면, 분더는 생체 함선이 될 수 있습니다. 만약 분더가 우주로 날아갈 수 있다면, 분더는 생체 우주선이 되겠죠. 에바 초호기가 우주로 날아갈 수 있기 때문에 어쩌면 분더 역시 그럴 수 있을지 모릅니다. 분더가 생체 공중 함선이라고 해도, 어떤 부분들이 생체인지 그건 정확하지 않습니다. 에반게리온은 아주 거대한 인간형 생명체입니다. 보호구들(제어구들)을 입었기 때문에 에바는 로봇처럼 보이나, 사실 에바는 인간형 생명체죠. 에바처럼 분더 내부에는 거대한 인간형 생명체가 있을지 모릅니다.
아니면 내부에는 어떤 거대한 살덩이들이 있을지 모르고, 그 살덩이들이 공중 부양 기술을 발휘하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피를 뿜는지 모릅니다. 게다가 형상 그 자체 역시 일반적인 기계 함선보다 생명체와 비슷해요. 새에게 첫째 날개 깃털들이 있는 것처럼, 분더의 날개 역시 그런 형상입니다. 기수와 동체, 꼬리는 길다란 장경룡이나 고래나 바다뱀 골격과 비슷하고요. 우주 전함 야마토나 화이트 베이스 같은 공중 전함과 분더는 분명히 다릅니다. 분더는 훨씬 유기적이고 생명체에 가깝죠. 생체 함선을 강조하기 위해 안노와 제작진은 이렇게 디자인했을지 모릅니다.
이것들은 모두 그저 추측에 불과합니다. <에반게리온 Q>가 제대로 자료를 내놓지 않기 때문에, 마지막 극장판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이게 언제 나올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AAA 분더가 무엇인지 확신하기는 어렵습니다. 사실 AAA 분더가 생체 함선이라고 해도, 얼마나 많이 그런 특성을 보여줄지 미지수고요. 저는 <에반게리온 Q>가 여러 가능성들을 제시했기 때문에 속편에서 AAA 분더가 좀 더 생체 함선 같은 모습들을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육중한 공중 전함이 커다란 살덩이를 드러낸다거나 먹이(S2 기관이 먹이가 될 수 있을까요?)를 먹는다면, 그런 모습은 꽤나 이질적일 겁니다. 기계 같은 생체. 그걸 볼 때, 관객들은 기계와 생체를 다시 고민할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