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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레비아탄과 크라켄의 분위기 차이 본문

SF & 판타지/크고 작은 괴수들

레비아탄과 크라켄의 분위기 차이

OneTiger 2017. 8. 7. 20:00

[흔히 사이언스 픽션과 판타지에서 크라켄은 촉수 바다 괴수에 가깝습니다.]



어떤 뉴 위어드 소설에서 바다 괴수를 레비아탄 운운하는 걸 봤습니다. 장르 창작물들은 뭔가 거대한 대상을 가리킬 때 레비아탄에 자주 비유하고, 그래서 장르 창작물에는 이런저런 레비아탄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공중 전함도 레비아탄이 될 수 있고, 아주 거대한 초중전차도 레비아탄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 뉴 위어드 소설에서 바다 괴수를 레비아탄이라고 부른 것처럼 원래 레비아탄은 바다 괴수를 뜻하죠. 덕분에 장르 창작물에서 레비아탄은 크라켄과 함께 바다 괴수의 양대 산맥입니다.


레비아탄과 크라켄 중 뭐가 더 유명한지 모르겠습니다. 유명한 장르 창작물들을 모두 조사한다면, 레비아탄과 크라켄 중 뭐가 더 많이 등장하는지 알 수 있겠죠. 하지만 저는 그런 능력이 없고, 과연 누가 그런 조사를 시도했을지 의문입니다. 어쩌면 레비아탄과 크라켄의 비중은 비슷할지 모릅니다. 둘 다 유명하기 때문에 어느 한쪽의 인지도가 다른 한쪽을 압도하지 않겠죠. 그래도 개인적으로 크라켄이 레비아탄보다 더 유명하지 않나 싶습니다. 크라켄은 비교적 뚜렷한 형태가 있으나, 레비아탄은 그렇지 않기 때문입니다. 크라켄은 구체적이지만, 레비아탄은 추상적이죠.



현대 대중 문화에서 크라켄은 바다의 촉수 괴수입니다. 문어 혹은 오징어처럼 생겼죠. 두족류는 촉수가 달린 바다 동물로 유명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크라켄은 아주 크고 흉칙하고 기이하게 생긴 문어나 오징어입니다. 간혹 좀 더 다르게 생긴 크라켄들이 있으나, 이들 역시 흐느적거리는 촉수를 달았습니다. 인간이나 물고기, 그 외에 괴상망칙하게 생긴 크라켄들도 모두 촉수로 선박을 휘어감습니다. 따라서 크라켄을 디자인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아주 크고 거대한 오징어에게 장식물을 몇 개 붙이면, 어엿한 크라켄이 완성됩니다. 반면, 레비아탄은 다릅니다.


레비아탄은 뭔가 크고 육중한 바다 괴수지만, 그 생김새는 전형적이지 않습니다. 레비아탄은 거대한 바다뱀일지 모릅니다. 혹은 드래곤일지 모릅니다. 혹은 물고기나 기타 다른 게 될지 모릅니다. 일반적으로 바다뱀이나 물고기, 고래 등으로 등장하지만, 크라켄과 달리 특정한 형태가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사람은 시각적인 동물이고, 크라켄이 시각적으로 훨씬 전형적입니다. 그래서 크라켄이 레비아탄보다 더 유명하지 않나 추측합니다. 뭐, 딱히 근거는 없습니다.



간단한 실험을 위해 구글 이미지에서 크라켄을 검색했습니다. 다양한 바다 괴수들이 튀어나오는군요. 가끔 전형적인 문어나 오징어 크라켄도 보입니다. 하지만 크라켄들이 하나같이 문어나 오징어는 아닙니다. 그래도 모든 크라켄들은 거의 예외없이 촉수를 달았고, 그 촉수는 문어나 오징어의 촉수와 흡사합니다. 제가 알기로 전설 속의 크라켄은 원래 거대 오징어가 아니었습니다. 왜 크라켄이 거대 오징어가 되었는지 궁금하군요. 어쨌든 이처럼 크라켄은 상당히 전형적인 바다 괴수입니다.


그 다음에 레비아탄을 검색했습니다. 흠, 예상대로 귀스타프 도레의 삽화가 제일 먼저 뜹니다. 도레는 레비아탄을 길다란 바다 드래곤처럼 묘사했죠. 그렇다면 이런 뱀 같은 드래곤이 레비아탄의 이미지를 독차지했을까요. 분명히 길다란 바다뱀 같은 괴수들이 많습니다. 이런 길다란 바다뱀이 레비아탄의 이미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닙니다. 기괴한 물고기나 고래, 심지어 갑각류나 상어도 보이는군요. (게다가 우주선도 있습니다.) 이처럼 레비아탄의 이미지는 어느 하나로 고정되지 않았습니다. 창작가마다 다르게 묘사하죠.



구글 이미지에서 검색했다고 해도 이게 크라켄과 레비아탄의 이미지를 완전히 반영한다고 장담하지 못할 겁니다. 하지만 대중 문화에서 각 괴수들이 어떤 모습으로 나오는지 대략 파악할 수 있죠. 만약 창작가가 크라켄을 등장시키고 싶다면, 그냥 기괴한 오징어를 내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창작가가 레비아탄을 등장시키고 싶다면, 바다뱀이나 물고기나 고래나 그 밖의 다른 것들 중에서 하나를 골라야 합니다.


크라켄은 뭔가 전형적이라는 느낌을 풍기지만, 레비아탄은 추상적이고 열린 형태입니다. 따라서 두 괴수는 창작물의 분위기를 바꿀지 모릅니다. 괴수에 따라 창작물의 분위기 또한 달라질지 모릅니다. 어떤 SF 소설이 바다 괴수를 묘사한다고 해도, 만약 그 괴수가 크라켄이라면, 소설의 분위기 역시 전형적으로 보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 괴수가 레비아탄이라면, 소설의 분위기는 보다 추상적일지 모르죠. 어떻게 본다면, 참 재미있는 현상입니다. 바다 괴수의 양대 산맥이 서로 대조되기 때문이죠. 한쪽은 뚜렷하고, 다른 한쪽은 모호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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