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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돌고래의 특별함과 인간적인 관점 본문

SF & 판타지/개조 생명체들

돌고래의 특별함과 인간적인 관점

OneTiger 2017. 5. 6. 20:00

[이런 상상도가 나오는 이유는 돌고래가 특별하기보다 우리가 인간, 포유류이기 때문일지 모릅니다.]



<물고기 인간>, <해저 목장>, <스타타이드 라이징>,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 등의 소설을 읽으면, 독자는 자연히 돌고래에게 호감을 보일 겁니다. 이런 소설들은 돌고래를 아주 똑똑하고 친근한 동물로 묘사합니다. 적어도 이런 소설들은 돌고래가 인간의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듯합니다. 돌고래를 개조하고 훈련시킨다는 설정은 사이언스 픽션에서 그리 낯선 소재가 아닙니다. 육지에 개가 있다면, 바다에 돌고래가 있습니다. 가끔 과학 잡지들도 강화복이나 잠수복을 입은 돌고래와 미래의 해저 목장이나 해저 도시를 소개하곤 합니다.


비디오 게임들도 이를 차용하곤 합니다. 아마 <적색 경보 2>의 돌고래 유닛은 <스타타이드 라이징>이나 저런 과학 잡지의 영향을 받았을 듯합니다. <압주>의 활기찬 돌고래들이나 범고래들도 마찬가지겠죠. 그렇다면 정말 인류는 저런 개조 돌고래나 신종 돌고래를 만들 수 있을까요. 돌고래들이 인간처럼 똑똑해지거나 강화복을 입을까요. 글쎄요, 누가 알겠습니까. 저는 생체 개조 기술이 발달하면, (인류가 지금까지 수많은 작물과 가축을 개량한 것처럼) 유전자 조작 동물을 만들 거라고 생각합니다. 기술적 특이점처럼 생체학적 특이점이 다가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건 저의 상상일 뿐입니다. 어쩌면 개조 돌고래나 신종 돌고래는 그저 SF 소설 속의 설정으로만 남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개조 돌고래가 등장하지 않는다고 해도 인류는 여전히 이 동물들에게 우호적인 눈길을 보낼 겁니다. 사실 이런 SF 창작물을 제외해도 돌고래는 우호적이고 친근한 동물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물론 어떤 과학자들은 돌고래가 그리 영리하지 않고, 더군다나 바다의 수호 천사가 아니라고 분명히 말합니다. 이런 과학자들은 돌고래의 영리함이 과장되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돌고래를 좋아한다고 비판합니다.


게다가 돌고래는 특유의 귀여운 모습 때문에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기 좋습니다. 따지고 보면, 우리는 포유류에게 끌리곤 합니다. 우리 자신이 포유류이기 때문에 당연히 포유류나 (공룡을 제외한) 조류에게 끌립니다. 이 세상에는 파충류나 양서류나 어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고, 무적추동물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아마 에드워드 윌슨은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개미 연구자 중 하나일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역시 인간은 포유류에게 끌리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해양 포유류도 결국 포유류입니다.



해양 포유류 중에서 돌고래는 가장 미끈하고 귀엽게 생겼습니다. 고래는 귀엽다고 하기 어렵습니다. 그보다 고래는 거대함과 여유로움과 신비의 대명사입니다. 바다 코끼리나 코끼리 물범은 아주 사납거나 흉측하게 보입니다. 그 거대한 몸집과 어마어마한 힘과 길다란 이빨과 부풀린 코…. 솔직히 별로 친근하지 않습니다. 바다표범이나 물개는 훨씬 낫습니다. 아니, 새끼 바다표범은 귀여움의 대명사이고, 바다표범 인형들은 수많은 사랑을 받습니다. 하지만 바다표범은 그리 우아한 동물이 아닙니다. 바다의 바다표범은 그야말로 날렵하고 유연하지만, 육지의 바다표범은 꼴사납게 꿈틀거립니다.


해달 역시 귀여움의 표상입니다. 해달은 무슨 짓을 해도 귀엽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그저 물 위에 둥둥 떠있을 뿐이고, 뭔가 활기차지 않습니다. 반면, 돌고래는 귀여움, 활기참, 여유로움, 날렵함 등을 골고루 갖췄습니다. 그래서 저는 사람들이 다른 해양 포유류보다 돌고래를 더 좋아한다고 생각합니다. 현대만 아니라 고대에도 돌고래는 사람들에게 많은 인기를 끌었죠. 어쩌면 우리는 인간의 모습들을 돌고래 안에서 찾는지 모릅니다. 과학자들이 솔라리스 행성을 인간적인 바다로 바라보는 것처럼.



이건 모두 인간적인 관점입니다. 지극히 인간적인 관점입니다. 돌고래가 인기를 끈다고 해도 그건 돌고래가 다른 동물들보다 특별하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저 인간이 돌고래를 귀엽고 똑똑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돌고래들도 SF 소설 속에서 특별하게 나올 뿐입니다. 따지고 보면, <물고기 인간>과 <해저 목장>과 <스타타이드 라이징>과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도 어떤 편견의 결과물일지 모릅니다. SF 소설은 인간적인 관점을 벗어나자고 제일 강력하게 외치는 문학이지만, 어쩌면 그건 그리 쉽지 않을지 모릅니다. 결국 SF 소설가도 인간이죠. 그렇다고 해서 SF 소설들이 의미가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쉽지 않은 길임에도 그 길을 가기 때문에 SF 소설이 의미가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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