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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화성 이주 프로젝트>가 말하지 않는 것들 본문

SF & 판타지/비경 탐험

<화성 이주 프로젝트>가 말하지 않는 것들

OneTiger 2018. 5. 24. 19:16

[게임 <서바이빙 마스>의 한 장면. 우리가 정말 화성 개척 도시를 준비할 수 있을까요.]



오래 전부터 화성은 SF 작가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끄는 소재였습니다. 가장 가까운 행성이기 때문에 천문학자들은 화성에 지대한 관심을 쏟았고, SF 작가들 역시 화성에 열정적으로 주목했습니다. 만약 인류가 우주에 진출한다면, 첫째 목적지는 달과 화성이 될지 모릅니다. 금성 역시 중요한 목적지가 될 수 있겠으나, 너무 뜨겁기 때문에 SF 작가들은 금방 시선을 돌렸어요. 이는 금성을 이야기하는 SF 소설들이 아예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한때 SF 작가들은 금성에 생명체가 산다고 여겼고, 심지어 SF 소설에 친숙하지 않은 우리나라 작가들조차 금성 이야기를 썼습니다. 한낙원이 쓴 <금성 탐험대> 같은 소설은 그런 사례입니다. 하지만 천문학이 발달할수록 금성은 부적합한 행성이 되었습니다. SF 작가들은 달과 화성으로 시선을 돌렸고, 외계 행성들 중 화성은 가장 주목을 받는 행성이 되었습니다. 영화나 게임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2000년에는 화성 영화들(<레드 플래닛>, <미션 투 마스>, <화성의 유령>)이 연이어 나왔죠. <테라포밍 마스> 같은 게임 역시 상당한 인기를 끌고요. 너무 많이 주목을 받았기 때문에 화성은 진부한 소재가 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앤디 위어는 <마션>을 썼고, 역시 상당한 인기를 끌었습니다. 저는 화성이 지겨운 소재라고 생각하나, 이는 그저 개인적인 감상에 불과한 것 같습니다. 아마 어떤 작가가 화성 이야기를 쓰고, 또 다시 커다란 인기를 끌지 모릅니다. 저는 SF 소설들, 영화들, 게임들이 화성을 놓아주고, 다른 외계 행성들로 시선을 돌렸으면 좋겠습니다. 누가 아나요. 유로파의 바다에 거대 괴수가 살지 모르죠. 하지만 아무도 이런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 같군요. 무엇보다 가까운 미래에 인류는 화성으로 이주하고 개척지를 건설할지 모릅니다.


외계 개척지는 더 이상 SF 소설이 아닐지 모릅니다. 천문학자들과 우주 사업자들과 정치인들은 이런 가능성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그래서 화성 개척지를 이야기하는 책들 역시 많습니다. 서점에는 화성을 개척하는 책들이 수두룩하고, 몇몇 책을 훑어본다면, 독자는 다양한 정보들을 접할 수 있을 겁니다. <TED 화성 이주 프로젝트> 같은 책은 그런 종류들 중 하나입니다. TED라는 간판을 걸었기 때문에 <화성 이주 프로젝트>는 허무맹랑한 책이 아닐 겁니다. 이 책은 꽤나 짧고, 자세한 이야기들은 나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인류가 화성에 진출하고 생존하고 개척할 수 있는지 <화성 이주 프로젝트>는 현실적으로 짚습니다.



개인적으로 우주 생태계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화성 이주 프로젝트>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식량과 농사, 작물 이야기였습니다. 유감스럽게도 화성 농장은 그렇게 만만한 작업이 아닌 것 같습니다. 화성 개척자들이 농장을 짓고, 100% 자급자족할 수 있을까요? <화성 이주 프로젝트>는 그게 불가능하다고 말합니다. 화성에서 몇몇 작물은 잘 자랄 수 있겠으나, 그런 작물들은 충분한 영양분을 공급하지 못할 겁니다. 개척자들이 바이오돔을 짓는다고 해도, 바이오돔은 (작물들이 자랄 수 있는) 넓은 부지를 확보하지 못합니다. 화성을 지구화(테라포밍)하기 전까지, 개척자들은 100% 자급자족하지 못합니다.


아마 지구는 대부분 식량을 화성 개척자들에게 공급해야 할 겁니다. 화성 개척자들이 식량을 대략 10% 자급자족한다면, <화성 이주 프로젝트>는 그게 대단한 성공일 거라고 예측합니다. 이건 꽤나 안타깝군요. 여러 SF 소설들은, 심지어 하드 SF 소설들조차 외계 행성에서 인류가 생명의 씨앗을 심을 수 있을 거라고 전망합니다. 생명의 씨앗은 죽은 행성을 활기찬 녹색 행성으로 살릴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화성 이주 프로젝트>는 현실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을 거라고 경고합니다. SF 소설은 그저 소설에 불과할지 모르죠.



하지만 SF 소설은 <화성 이주 프로젝트> 같은 책들이 간과하는 부분을 지적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SF 소설이 맡은 진짜 소임은 그것일지 모르죠. <화성 이주 프로젝트> 같은 과학 서적들이 존재한다면, 왜 우리가 SF 소설을 읽어야 할까요? 왜 우리가 과학 서적들이 아니라 SF 소설을 읽어야 할까요? SF 소설은 미래 사회와 거기에 사는 사람들을 보여주고, 그 사람들이 무엇을 느끼고 생각하는지 이야기합니다. SF 소설은 어떻게 앞으로 우리 인류가 살아야 하는지 이야기합니다. 그건 천문학자나 우주 사업자가 말하지 못하는 부분입니다.


아니, 어쩌면 <화성 이주 프로젝트> 같은 과학 서적보다 SF 소설들은 훨씬 중요할지 모릅니다. <화성 이주 프로젝트>는 기후 변화와 환경 오염과 자원 고갈 때문에 인류가 반드시 화성으로 이주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왜 기후 변화가 몰려오고, 여러 자원들이 고갈되고, 자연 환경이 파괴되나요? 왜? 무엇 때문에? 대답은 자본주의입니다. 대답은 대의 제도와 가부장 제도입니다. 이미 지구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굶어죽습니다. 먹고 살기 위해 빈민들은 대기업들에게 매달리고 노예가 되어야 합니다. 먹고 살기 위해 한 인간은 다른 인간에게 매달려야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인류가 화성에 진출한다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화성 이주 프로젝트>가 말하는 인류가 누구입니까? 제3세계의 가난한 농민이 평화롭고 안전하게 화성에 이주하고 정착할 수 있을까요? 우주 사업은 자본주의 강대국들이 주도하는 중입니다. 자본주의 강대국들이 제3세계 농민에게 기회를 줄 것 같습니까? <화성 이주 프로젝트>가 이런 상황을 비판할까요? 이 책이 자본주의가 자연 환경을 파괴하고 빈민들을 착취한다고 말할까요? 인류가 생산 수단을 공유하는 상황을 <화성 이주 프로젝트>가 꿈꿀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SF 소설이 이런 과학 서적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SF 소설은 오직 기술적인 분야에만 치중하지 않고, 어떻게 우리가 살아야 하는지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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