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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라스 메크의 표정과 섀도우 호크의 포커 페이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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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라스 메크의 표정과 섀도우 호크의 포커 페이스

OneTiger 2019. 1. 14. 18:38

미니어쳐 게임 <배틀테크>는 보행 병기 배틀메크들을 보여줍니다. 이 게임에는 여러 병기들이 있으나, 다른 병기들보다 보행 병기 배틀메크들은 훨씬 중요할 겁니다. 보행 병기들이 주력으로 나오지 않는다면, <배틀테크>는 자신의 고유한 장점을 잃겠죠. <배틀테크>를 플레이할 때, 게임 플레이어들은 다른 무엇보다 보행 병기들을 움직이기 원할 겁니다. <멕워리어> 같은 비디오 게임에서 이런 장점은 훨씬 커집니다. <멕워리어>에서 게임 플레이어는 1인칭으로 보행 병기들을 조종합니다.


배틀메크가 쿵쿵거리며 걸을 때마다, 게임 플레이어는 보행 병기 조종석에 자신이 앉았다고 느낄 수 있겠죠. 역사적인 전쟁과 현대 전쟁을 다루는 <배틀필드>나 <월드 오브 탱크> 같은 비디오 게임들은 절대 이런 감성을 선사하지 못할 겁니다. 아틀라스나 벌쳐 같은 보행 병기들이 쿵쿵거리며 걷는 장면은 전차들이 달리는 장면과 다릅니다. 보행 병기로서 아틀라스와 벌쳐에게는 두 다리가 있습니다. 전차들보다 아틀라스와 벌쳐는 훨씬 역동적입니다. 전차들은 역동적이지 않습니다. 그것들은 그저 두 무한궤도를 굴릴 뿐입니다. 전차들이 포탑을 돌린다고 해도, 쿵쿵거리는 두 다리보다 회전 포탑은 역동적이지 않습니다.



역동적인 보행은 시각적입니다. 벌쳐가 두 다리를 쿵쿵거리며 움직일 때, 전차가 달리는 장면보다 그건 훨씬 시각적입니다. 그래서 게임 플레이어는 전차보다 벌쳐를 주목할 겁니다. <배틀메크>를 플레이할 때, 게임 플레이어는 이런 시각적인 즐거움을 원할 겁니다. 어쩌면 누군가는 벌쳐보다 전차가 훨씬 효율적이라고 반박할지 모릅니다. 아무리 벌쳐가 역동적인 쾌감을 만족시킨다고 해도, 벌쳐는 다소 비효율적일지 모릅니다. 2족 보행은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2족 보행을 위해 벌쳐는 아주 뛰어난 공학 기술과 많은 에너지를 요구할 겁니다. 전차보다 벌쳐의 체고는 훨씬 높고, 따라서 벌쳐는 좋은 표적이 될지 모릅니다. 구태여 <공상 과학 대전>을 읽지 않는다고 해도, 사람들은 상식적으로 보행 병기가 이상하다고 느낄 수 있겠죠.


현실에 아직 보행 병기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보행 병기가 정말 효율적일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합니다. 만약 24세기에서 인류 문명이 계속 전쟁을 벌인다면, 24세기 군대는 보행 전차들을 이용할지 모릅니다. 그때 24세기 군사 전문가들은 무엇이 훨씬 효율적인지 판가름할 수 있겠죠. 어쩌면 일반 (무한궤도) 전차와 보행 전차에게는 각자 장단점이 있고, 24세기 군대는 일반 전차와 보행 전차를 함께 운용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보행 전차보다 일반 전차가 훨씬 효율적이라고 해도, 게임 플레이어들은 <배틀테크>를 포기하고 싶어하지 않을 겁니다. 여기에 시각적인 즐거움이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아틀라스 같은 배틀메크는 인간 형태입니다. 아틀라스는 주먹으로 상대 배틀메크를 두들겨팰 수 있습니다. 아틀라스가 주먹으로 상대를 두들겨패지 않는다고 해도, 아틀라스가 쿵쿵거리며 걷는 장면은 체격 좋은 형님이 으스대는 장면과 비슷합니다. 따라서 사람들이 항우나 헤라클레스를 숭배하는 것처럼, 벌쳐보다 아틀라스는 훨씬 시각적인 쾌감을 더할 수 있을 겁니다. 심지어 아틀라스에게는 표정이 있습니다. 아틀라스에게는 두 눈과 코와 입이 있습니다. 아틀라스는 험악한 표정을 상대에게 들이댈 수 있습니다. 아틀라스가 험악한 표정을 불쑥 들이댄다면, 상대 배틀메크 조종사는 겁에 질릴 겁니다.


하지만 아틀라스 배틀메크에게 이런 표정이 정말 필수적일까요? 아틀라스 배틀메크에게 두 눈과 코와 입이 필요할까요? 팀버 울프나 벌쳐나 우지엘에게는 두 눈과 코와 입이 없습니다. 사실 팀버 울프과 벌쳐와 우지엘에게는 '얼굴'이 없습니다. 아틀라스의 '표정'은 그저 미학적인 즐거움에 불과할지 모릅니다. 아틀라스의 표정에는 기능적인 공학이 없을지 모릅니다. 그렇다고 해도 게임 플레이어들은 아틀라스가 험악한 표정을 들이대기 바랄 겁니다. 등빨 좋은 형님이 밋밋한 얼굴을 보여준다면, 게임 플레이어들은 시각적인 즐거움을 느끼지 못할 겁니다. 사람들은 마동석 같은 배우가 험악한 표정을 짓기 원합니다.



아틀라스와 달리, 어떤 인간 형태 배틀메크들에게는 표정이 없습니다. 아틀라스처럼, 섀도우 호크는 인간 형태 메크입니다. 팀버 울프와 벌쳐와 우지엘보다 섀도우 호크는 훨씬 인간 형태에 가깝습니다. 섀도우 호크에게는 얼굴이 있죠. 하지만 얼굴이 있다고 해도, 섀도우 호크는 표정을 짓지 못합니다. 섀도우 호크가 표정을 짓는다면, 어떤 사람들은 그게 어색하다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왜 아틀라스는 표정을 짓고, 섀도우 호크는 그렇지 않을까요? 우리는 인간입니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입니다. 사회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인간들은 다양한 의사 소통 방법들을 이용합니다. 표정은 대표적인 의사 소통 방법입니다.


구태여 입으로 소리내어 말하지 않는다고 해도, 누군가가 어떤 표정을 지을 때, 그건 의사를 표시할 수 있습니다. 어떤 처자가 어떤 총각에게 살포시 눈웃음을 짓는다면, 그게 무엇을 뜻하는지 다들 알아차릴 수 있을 겁니다. 심지어 인류학자들은 의사 소통을 위해 인간의 두 눈동자에서 흰자위가 크다고 이야기합니다. 다른 포유동물들의 두 눈동자보다 인간의 두 눈동자에서 흰자위는 훨씬 큽니다. 고릴라나 침팬지나 보노보 같은 영장류보다 인간의 두 눈동자에서 흰자위는 훨씬 큽니다. 흰자위가 크기 때문에, 인간이 눈동자를 굴릴 때, 다른 인간은 그 인간이 어디를 바라보는지 알 수 있습니다.



흔히 사람들은 사회적인 관계를 무시하고 개인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자유주의 시대에서 사회적인 관계는 자취를 감추고 개인은 득세합니다. 하지만 정말 개인이 중요했다면, 우리 인간은 풍부한 표정들을 짓지 않았을지 모릅니다. 누군가에게 보여줄 이유가 없다면, 왜 인간이 구태여 풍부한 표정들을 짓겠습니까. 살랑거리는 눈웃음을 비롯해 풍부한 표정들은 사회적인 관계가 중요하다는 반증일지 모릅니다. 그래서 인간을 바라볼 때, 우리는 표정을 보기 원할 겁니다. 아틀라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아틀라스는 인간이 아니나, 인간과 비슷합니다.


그래서 (인간과 비슷한) 아틀라스를 바라볼 때, 우리는 표정을 보기 원하겠죠. 풋풋하고 싱그러운 처자와 달리, 아틀라스는 등빨 좋은 형님이고, 그래서 우리는 아틀라스가 살포시 눈웃음을 지을 거라고 기대하지 않을 겁니다. 마동석 배우처럼 아틀라스는 험악한 표정을 지어야 합니다. "너, 자꾸 까불면 아구창을 날려버리겠어!" 구태여 말하지 않는다고 해도, 아틀라스는 오직 표정만으로 이런 의사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합니다. 반면, 섀도우 호크는 다릅니다. 섀도우 호크에게는 표정이 없습니다. 섀도우 호크는 상대 배틀메크 조종사에게 살포시 눈웃음을 짓거나 험악한 표정을 들이대지 못합니다. 왜 그럴까요?



어쩌면 게임 <헤일로> 시리즈에 나오는 마스터 치프는 해답을 줄 수 있을지 모릅니다. <헤일로> 시리즈에서 마스터 치프는 얼굴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설사 <헤일로> 시리즈 소설에서 마스터 치프가 얼굴을 드러낸다고 해도, 마스터 치프의 얼굴은 글자들입니다. 이건 시각적이지 않습니다. 소설 속에서 등장인물은 (시각적이지 않게) 글자들로서 존재할 수 있습니다. 비디오 게임을 플레이할 때, 게임 플레이어는 마스터 치프의 표정을 확인하지 못합니다. 게임 플레이어는 오직 마스터 치프의 묠니르 강화복 헬멧만 볼 수 있을 뿐입니다. 마스터 치프와 동행하는 인공 지능 코나타는 풍부한 표정들을 드러내나, 마스터 치프는 오직 노란 바이저만 보여줍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마스터 치프가 로봇이라고 오해합니다. 인공 지능 코나타는 표정들을 드러내나, 오히려 인간 마스터 치프는 표정을 감춥니다. 게임 <데드 스페이스> 시리즈에 나오는 비슷한 우주 깡패(?) 아이작 클라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마스터 치프와 달리, 아이작 클라크는 표정들을 직접 보여줍니다. 하지만 아이작 클라크 역시 다양한 우주복 헬멧들로 표정을 가립니다. 어쩌면 게임 <메트로이드> 시리즈에 나오는 사무스 아란은 마스터 치프와 아이작 클라크의 선배일지 모릅니다. 사무스 아란이 얼굴을 가리기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사무스 아란이 로봇이라고 오해하거나 여자라는 사실을 알지 못합니다.



우리가 얼굴을 가린 마스터 치프를 바라볼 때, 우리가 무엇을 느낄 수 있을까요? 여러 감성들 중에서 하나는 포커 페이스일 겁니다. 사무스 아란과 마스터 치프와 아이작 클라크는 전사입니다. 그들은 적과 격렬하게 싸웁니다. 특히, 마스터 치프는 골수 군바리입니다. 골수 군바리에게 풍부한 표정들은 어울리지 않을 겁니다. 전사는 적을 없애야 합니다. 전사는 적과 의사 소통해서는 안 됩니다. 전사는 동정 어린 시선으로 적을 쳐다보거나 울먹거리거나 따스한 미소를 보내서는 안 됩니다. 전사는 무조건 적을 없애야 합니다. 마스터 치프는 쿨하고 시크하고 무심하게 적들을 해치워야 합니다. 따라서 마스터 치프는 표정들을 드러내서는 안 됩니다. 마스터 치프는 표정을 감추어야 합니다.


'포커 페이스'라는 용어처럼, 적을 이기기 위해 사람들은 표정을 감추기 원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포커 페이스를 거꾸로 이용하고 표정으로 블러핑을 시도합니다.) 마스터 치프를 바라볼 때, 우리는 이런 포커 페이스를 느낄 수 있습니다. 섀도우 호크 역시 마찬가지일지 모릅니다. 섀도우 호크는 투구를 쓴 전사를 나타내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섀도우 호크는 표정을 드러내지 않는지 모릅니다. 아틀라스와 섀도우 호크가 똑같이 인간 형태라고 해도, 아틀라스는 등빨 좋은 형님이고, 섀도우 호크는 투구를 쓴 전사거나 포커 페이스의 전사입니다. 그래서 아틀라스에게는 뚜렷한 표정이 있고, 섀도우 호크에게는 표정이 없을지 모릅니다. <배틀테크> 제작자들이 이것을 의도했을까요? 그건 확실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게임 제작자들이 그걸 의도하지 않았다고 해도, 이런 이유는 아예 없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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