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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쉘터 2>와 야생 스라소니의 생태와 드루이드 본문

생태/문화·기술로서 자연

<쉘터 2>와 야생 스라소니의 생태와 드루이드

OneTiger 2018. 2. 18. 19:17

[게임 플레이어는 엄마 스라소니가 되고 아기들과 함께 광활한 자연 생태계를 누빌 수 있습니다.]

 

 

비디오 게임 <쉘터 2>에서 플레이어는 스라소니가 될 수 있습니다. 게임 플레이어는 스라소니가 되고, 광활한 초원과 숲 속과 산맥과 툰드라를 활보할 수 있죠. <쉘터 2>는 1994년에 등장한 <울프> 같은 생태 시뮬레이션을 잇는 게임입니다. <울프>는 인간과 늑대의 얼굴을 절반씩 겹친 그림을 표지 그림으로 내세웠습니다. 그리고 게임 플레이어(인간)가 늑대가 될 수 있다고 홍보했어요. <울프>는 정말 그런 느낌, 게임 플레이어가 한 마리의 야생 늑대가 된 것 같은 느낌을 풍깁니다.

 

1994년 게임이기 때문에 21세기 시각에서 <울프>는 조잡하고 단순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여러 사람들은 <울프>가 훌륭한 게임이라고 호평하고, 정말 한 마리의 늑대가 된 것 같다고 이야기해요. 마치 <쉘터 2>가 야생 스라소니가 된 것 같은 느낌을 풍기는 것처럼. 이 게임을 플레이했을 때, 저는 뭔가가 좀 궁금했습니다. 왜 게임 플레이어들이 스라소니가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을까요. 그런 게임 플레이어들은 어떻게 진짜 스라니소니가 살아가는지 알까요. 게임 플레이어들은 늑대나 스라소니의 진짜 삶을 알까요. 아니면 자신들이 그저 안다고 착각할 뿐일까요.

 

 

저는 자연 다큐멘터리를 즐겨 봅니다. <쉘터 2>를 플레이했을 때, 스라소니가 되고 토끼를 갈지자로 쫓아갔을 때, 여러 책들이나 동영상들에서 봤던 장면들이 뇌리를 스치더군요. 자연 다큐멘터리를 자주 봤기 때문에 <쉘터 2>에서 저는 제 자신이 스라소니가 되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자연 다큐멘터리에서 봤던 장면들을 게임 플레이에 대입했죠. 다른 게임 플레이어들은 어떨까요? <울프>나 <쉘터 2>를 재미있게 플레이한 사람들이 모두 자연 다큐멘터리를 즐겨 볼까요. 왜 <울프>나 <쉘터 2>를 플레이한 사람들은 자신들이 늑대나 스라소니가 되었다고 생각할까요.

 

만약 그 사람들이 자연 다큐멘터리에 친숙하지 않다면, 어떻게 그들은 <울프>나 <쉘터 2>가 늑대나 스라소니의 삶을 재현했다고 생각했을까요. 혹시 그저 그들은 <쉘터 2>가 스라소니의 생태를 재현했다고 착각하지 않았을까요. <쉘터 2>는 광대한 대자연을 그립니다. 별다른 생태 지식이나 생태 철학이 없는 사람 역시 그런 풍경을 즐길 수 있습니다. 그런 풍경에 감동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게임이 스라소니의 진짜 생태를 재현했을 거라고 착각했을지 모르죠. 그저 착각일 뿐인지 모르죠.

 

 

물론 <쉘터 2>를 즐기기 위해 구태여 생태 지식을 갖출 필요는 없습니다. <쉘터 2>는 아름다운 자연 풍경과 서정적인 음악과 신나는 질주와 귀여운 아기 스라소니들을 즐길 수 있는 게임입니다. 과학 지식 없이 하드 SF 소설을 즐길 수 있는 것처럼 <쉘터 2>를 즐기기 위해 자연 다큐멘터리를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궁금하더군요. 게임 플레이어들이 <쉘터 2>와 진짜 스라소니의 생태를 비교할 수 있을까요. 시뮬레이션 게임과 진짜 야생을 비교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사람들이 <쉘터 2>에서 재미를 느낄까요. 아니면 그저 아름다운 자연 풍경 덕분에 <쉘터 2>가 야생을 구현했다고 착각할까요.

 

다른 생태 시뮬레이션 게임은 어떨까요. 1996년 <심파크>나 2016년 <타이토 에콜로지>는 야생 동물이 되는 게임이 아닙니다. 그보다 자연 생태계 관리에 초점을 맞췄죠. 게임 플레이어는 전지적인 삼림 감시원이 되고, 자연 생태계를 조절하고 관리해야 합니다. <심파크>나 <타이토 에콜로지>는 게임 플레이어에게 틈틈이 생태 지식들을 알려줍니다. 이모가 어린 조카에게 생태 지식을 가르칠 수 있는 교육 소프트웨어입니다.

 

 

<타이토 에콜로지>를 플레이했을 때, 저는 정말 자연 생태계를 관리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생태학자들이 이야기하는 핵심적인 내용을 게임이 담았기 때문입니다. 비록 <타이토 에콜로지>는 (아이에게 가르칠 수 있는) 가볍고 단순한 게임이고, 생태계 규칙 역시 간단합니다. 하지만 이런 게임에서 사람들은 풍성한 생명력이나 위대한 자연을 느낄 수 있을지 모릅니다. 음, 어쩌면 우리가 풍성한 생명력이라는 선입견을 게임에 대입하는지 모르죠. 생태 지식들을 읽었기 때문에 게임 플레이어들은 자신들이 자연 생태계를 조절한다고 착각하는지 모르죠.

 

사실 <울프>나 <심파크>, <쉘터 2>나 <타이토 에콜로지> 같은 게임은 진짜 시뮬레이션이 아닙니다. 그저 모험이나 경영 게임에 불과하죠. 모험이나 경영 게임에 생태 시뮬레이션이라는 포장지를 뒤집어씌웠을 뿐입니다. <쉘터 2>나 <타이토 에콜로지>는 피상적인 자연관을 재현했고, 게임 플레이어들은 그저 피상적인 자연을 체험하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런 포장지는 굉장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겁니다. 그런 포장지 덕분에 게임 플레이어들은 진짜 자연 생태계를 마주한다고 착각할지 모릅니다.

 

 

<발더스 게이트>나 <아이스윈드 데일>, <네버윈터 나이츠> 같은 검마 판타지 게임은 드루이드를 구현했습니다. <던전스 앤 드래곤스>의 드루이드는 야생을 대변하는 등장인물이고, 야생 동물로 변할 수 있어요. <네버윈터 나이츠>에서 드루이드는 표범이나 불곰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게임 플레이어들이 진짜 야생 표범이나 불곰이 되었다고 느낄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을 겁니다. 포장지가 없기 때문이죠. <네버윈터 나이츠>에서 표범이 되는 것과 <쉘터 2>에서 스라소니가 되는 것은 서로 다릅니다. 양쪽 모두 자연 생태계를 제대로 구현하지 않았으나, 적어도 <쉘터 2>는 피상적인 포장지를 씌웠습니다. 적어도 게임 플레이어는 <쉘터 2>를 진짜 자연 생태계와 대조할 수 있어요. (반면, 표범 드루이드는 그저 판타지 설정에 불과하죠.)

 

이처럼 포장지가 포장지에 불과하다고 해도 포장지가 미치는 영향력은 상당히 클지 모릅니다. 음, 사무엘 콜리지가 말한 명언부터 사이버펑크 소설들까지 떠오르군요. 그게 아니라고 해도 포장지를 조심하라는 속담은 꽤나 고전적이고요. 어쩌면 <네버윈터 나이츠>를 플레이하든, <쉘터 2>를 플레이하든, 게임 플레이어들은 진짜 표범이나 진짜 스라소니의 생태에 관심조차 없을지 모르죠.

 

 

<쉘터 2>가 빈약한 게임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저는 <쉘터 2>가 상당히 장엄하고 감동적인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이걸 인생 게임으로 손꼽아도 나쁜 선택이 아닐 겁니다. 그래서 저는 좀 더 깊이 들어가고 싶습니다. <쉘터 2> 같은 게임에서 그치지 않고, 더 깊이 들어가고 싶어요. 진짜 자연 생태계와 그걸 바라보는 시각과 그런 것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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