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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외계 식생과 새로운 문명은 공상이 아닙니다. 사이언스 픽션이 공상이 아닌 것처럼, 사회주의 역시 마찬가지죠.] 비단 우리나라만 그렇지 않으나, 우리나라는 SF 장르를 꽤나 많이 무시합니다. SF 소설을 유치하다고 모욕하거나, SF 소설이 뜬구름만 잡는다고 괄시하거나, SF 영화는 돈을 잘 버는 블록버스터라거나, 기타 등등. 아마 그 중에서 제일 흔하고 기초적인 오해는 공상 과학이라는 용어일 겁니다.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이, 심지어 지식인들마저 공상 과학 소설이라는 용어를 버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정작 SF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공상 과학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습니다. 김보영, 듀나, 박상준, 홍인기, 고장원, 미러 창작 사이트, 알트 SF, 조이 SF…. 이런 작가들이나 비평가들이나 동호회들은 공상 ..
머피의 법칙은 상황이 계속 악화되는 현상을 가리킵니다. 한국 사람들은 이런 현상을 엎친 데 덮쳤다고 표현하죠. 갑자기 날씨가 흐려지고, 차가운 바람이 불고, 비가 후두둑 쏟아지고, 옷이 모두 젖고, 도로는 막히고, 아까운 하루가 그렇게 흘러간다면…. 가을 소풍을 바란 사람은 머피의 법칙이나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생각하겠죠. 그런 사람들은 재수가 없다거나 운이 나빴다고 말할 겁니다. 맞아요. 우리는 이런 현상을 그저 우연으로 돌리곤 합니다. 사실 우연이 맞죠. 먹구름들은 가을 소풍을 바라는 사람에게 아무 관심이 없습니다. 먹구름들은 그저 자연적인 현상이죠. 하지만 만약 이것들이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누군가가 꾸민 음모라면? 우리를 곤경에 빠뜨리기 위해 누군가가 치밀하고 거대한 음모를 꾸몄다면? 특정한 사..
[어쩌면 생물학자는 이런 드넓고 기이한 자연 생태계와 기이한 바다 괴수를 좋아할지 모르겠어요.] 흔히 제프 밴더미어는 뉴 위어드 작가로 불립니다. 따라서 밴더미어가 쓴 은 뉴 위어드 소설이겠죠. 뉴 위어드는 일련의 우주적 공포 소설들을 계승하고, 하워드 러브크래프트는 우주적 공포 소설들을 쓴 대표적인 작가입니다. 하지만 은 러브크래프트 같은 작가들이 쓴 환상 소설들과 다소 다릅니다. 뉴 위어드 작가들은 기존 작가들에게서 머물지 않고 좀 더 넓은 범주를 향해 나갑니다. 어떤 작가는 도시에 집중하고, 어떤 작가는 역사에 집중하고, 어떤 작가는 경제 구조에 집중하죠. 에서 제프 밴더미어는 생태와 환경을 이야기합니다. 작가는 생물학자를 소설 주인공으로 설정했고, 자연 환경이 끊임없이 인류 문명을 집어삼킨다고 묘..
수많은 SF 소설들은 좀비를 이야기합니다. 원래 좀비는 판타지에 등장하는 초자연적인 요소이나, SF 작가들은 여러 설정들을 이용해 좀비를 상상 과학으로 바꿨습니다. 뭐, 드래곤이 사이언스 픽션에 등장할 수 있다면, 좀비가 등장하지 못할 이유는 없겠죠. 좀비가 매력적인 이유는 좀비들이 사방팔방에서 무수히 출몰하기 때문일 겁니다. 종종 SF 소설들은 좀비를 전염병에 비유합니다. 아니, 검마 판타지 역시 좀비들을 비롯한 언데드들을 전염병에 비유하죠. 전염병 아포칼립스 소설들 속에서 전염병은 엄청나게 퍼지고 아무도 그걸 막지 못합니다. 같은 고전적인 소설부터 최근 블록버스터 게임에 이르기까지, 전염병은 인류가 막지 못하는 폭주 기관차입니다. 좀비들은 사방에서 쉬지 않고 튀어나오고, 덕분에 인류는 엄청난 위기에 ..
소설 은 을 이어가는 속편입니다. 을 쓴 허버트 웰즈가 이 소설을 뭐라고 평가할지 모르겠으나, 스티븐 백스터는 시간 여행자를 다시 시간 장치에 앉혔습니다. 에서 시간 여행자는 황폐한 미래만을 둘러봤을 뿐이나, 에서 시간 여행자는 다양한 세계들을 방문합니다. 그리고 결국 과거를 넘어 과거로 돌아가죠. 어떻게 이 우주가 탄생했는지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현재를 알고 싶다면, 과거를 돌아봐야 합니다. 과거를 외면한다면, 어떻게 현재가 탄생했는지 알지 못할 겁니다. 뭔가를 탐구하고 싶다면, 근본과 기원을 밝혀야 합니다. 뭔가를 탐구하고 싶다면, 기나긴 역사를 거스르고 밑바닥까지 뚫고 들어갈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기원이나 시초 등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 기원이나 시초를 알지 못한다면, 왜 현재 세상이 이..
소설 은 아카리스 행성을 둘러싼 음모와 전쟁을 이야기합니다. 특이하게도 이 소설에서 행성의 자연 생태계는 커다란 비중을 차지합니다. 아라키스는 사막 행성이고, 따라서 생존하기가 매우 힘들어요. 하지만 수많은 귀족 가문들이 이 행성을 주목하는 이유는 여기에서 멜란지 스파이스를 생산하기 때문입니다. 멜란지 스파이스는 수명을 연장하거나 예지력을 부여하기 때문에 상당히 귀한 물건입니다. 그래서 황제나 힘이 있는 가문은 멜란지를 함부로 매매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행성을 관리하죠. 이 멜란지라는 물질은 모래벌레에게서 비롯합니다. 좀 거칠게 요약한다면, 모래벌레의 배설물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까 황제나 귀족 가문들이 동물의 배설물에 연연한다는 뜻이죠. 뭐, 현실에서도 향유고래의 토사물은 아주 비싼 향수로 팔리죠. ..
[사실 국내에서 와 시리즈는 제대로 개봉한 적이 없죠. 여기는 괴수 불모지….] 듀나는 어떤 논평 시리즈에서 을 이야기할 때, 모래벌레가 인상적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듀나는 아트레이드 가문과 하코넨 가문의 암투보다 모래벌레와 행성 생태계가 훨씬 인상적이라고 말했죠. 거대한 괴수와 그 괴수를 둘러싼 장대한 생태계. 하지만 이외에 듀나는 다른 소설을 이야기하지 않더군요. 저는 그 논평 시리즈를 모두 읽었으나, 듀나가 거대 괴수나 행성 생태계를 이야기하는 소설은 이외에 없었습니다. 사실 듀나가 이야기하고 싶어도 딱히 이야기할 소설이 없었을 것 같습니다. 거대 괴수가 등장하고, 그 괴수를 둘러싼 행성 생태계를 서사적으로 펼치는, 그런 소설은 우리나라에서 드물기 때문입니다. 아마 한국 작가들과 번역된 외국 작가들을..
[게임 의 한 장면. 이렇게 멋진 외계 식생과 개척 도시가 사이언스 픽션이 아닐까요?] 예전에 alt.SF는 어느 SF 그림책을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어떻게 게임이 사이언스 픽션이 되는가?"라고 물었습니다. 게임은 사이언스 픽션이 되지 못한다는 뜻이죠. alt.SF는 영화나 게임을 멀리 하고 소설들에 주력하는 웹진이었습니다. 저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저는 '과학 소설'이라는 명칭이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과학 소설. 고장원님 같은 일부 SF 고수들이나 SF 독자들이 사용하는 명칭입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과학 영화나 과학 게임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마치 소설만 사이언스 픽션에 특화한 것처럼 이야기하죠. 개인적으로 과학 소설이라는 명칭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나, 일단 그 점을 넘어가겠습니다. ..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많은 사람들이 '진보'라는 단어를 입에 담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진보라는 뜻이죠. 아마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나 많을 듯합니다. 수구 세력들은 문재인이 공산주의자라고 욕하나, 뭐, 언제 수구 세력들이 논리적으로 떠든 적이 있나요. 수구 세력들이 뭐라고 떠들든, 거기에 신경을 쓰면 시간 낭비에 불과하겠죠. 하지만 보다 논리적인 사람들 역시 문재인 정부나 민주당을 진보적이라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흠, 진보는 무슨 뜻일까요. 정말 민주당을 진보적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솔직히 저는 다른 분야들처럼 진보와 보수를 명확히 가르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진보와 보수는 상대적인 개념입니다. 만약 어떤 나라에서 사회주의자들이 활개를 친다면, 민주당은 보수적으로 보일 겁니다. 하지만 우..
[게임 의 한 장면. 19세기 유럽에 이런 비행선들은 없었으나, 그래서 사이언스 픽션은 재미있어요.] 13세기 중세 유럽에는 로봇 공학이 없었습니다. 그 당시 기술자들은 로봇이라는 개념을 몰랐어요. 따라서 만약 보행 병기가 중세 유럽 도시를 걷는다면, 그건 꽤나 이상한 장면일 겁니다. 스팀펑크를 도입하는 몇몇 검마 판타지는 그런 장면을 연출하지만, 어쨌든 그건 일반적인 풍경이 아닐 겁니다. 장검, 사슬 갑옷, 활과 쇠뇌, 마차, 수레. 이런 것들은 13세기 유럽과 어울릴 수 있겠으나, 보행 병기는 절대 아닐 겁니다. 그렇다고 해도 여러 창작가들은 중세 검마 판타지에 로봇이나 보행 전차를 집어넣고, 어떻게든 스팀펑크와 검마 판타지를 조합하려고 애씁니다. 덕분에 이런 검마 판타지에서 해괴한 장면들을 구경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