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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마이클 크라이튼은 바람직하지 않은 SF 작가로 불리곤 합니다. 마이클 크라이튼은 분명히 유명한 SF 작가이나, 어떤 사람들은 크라이튼이 SF 작가가 아니라고 말하죠. 우선 마이클 크라이튼은 상상 과학보다 스릴러에 흥미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크라이튼이 쓴 유명한 SF 소설들은 대부분 스릴이나 액션을 강조합니다. , , , , , , , (악명이 높은) 등등. 이런 소설들은 스릴이나 액션을 부각하죠. 크라이튼은 나 나 같은 차분하고 정적인 소설을 쓰지 못할 것 같아요. 페이지들이 휙휙 넘어가는 필력은 확실히 발군이나, 과학자들이 차분하게 토의하는 내용은 어쩐지 크라이튼과 어울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쓸 수 있는 필력이 있다고 해도 일부러 안 쓰는 듯해요. 게다가 누군가는 크라이튼이 SF 특유의 전복을 보..
[게임 의 한 장면. 이렇게 멋진 외계 식생과 개척 도시가 사이언스 픽션이 아닐까요?] 예전에 alt.SF는 어느 SF 그림책을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어떻게 게임이 사이언스 픽션이 되는가?"라고 물었습니다. 게임은 사이언스 픽션이 되지 못한다는 뜻이죠. alt.SF는 영화나 게임을 멀리 하고 소설들에 주력하는 웹진이었습니다. 저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저는 '과학 소설'이라는 명칭이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과학 소설. 고장원님 같은 일부 SF 고수들이나 SF 독자들이 사용하는 명칭입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과학 영화나 과학 게임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마치 소설만 사이언스 픽션에 특화한 것처럼 이야기하죠. 개인적으로 과학 소설이라는 명칭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나, 일단 그 점을 넘어가겠습니다. ..
[이런 삽화가 있다면, 독자들은 생체 고래 비행선의 모습과 크기를 훨씬 쉽게 가늠할 수 있겠죠.] 스콧 웨스터펠드는 어느 강연에서 소설 삽화에 관해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왜 자신이 같은 소설에서 삽화를 집어넣었는지, 왜 키스 톰슨 같은 삽화가를 섭외했는지 이야기했죠. 저는 그 강연을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웨스터펠드가 무슨 말을 했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대충 저런 이야기였다고 생각합니다. 웨스터펠드가 강연에서 무슨 이야기를 했든 , , 의 삽화는 정말 웅장하고 기괴하고 멋집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그림은 베헤모스와 SMS 괴벤의 싸움 장면입니다. 소설 속에서 베헤모스는 자연적인 괴수가 아니라 인류의 생체 병기입니다. 도대체 어떻게 인류가 그토록 거대한 바다 동물을 만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하..
SF 소설은 비일상적인 소재들을 주로 이야기합니다. 최첨단 우주선, 인공지능과 로봇, 생체 괴수 병기 등이 주된 소재입니다. 하지만 SF 소설의 표지 그림은 이런 소재를 항상 반영하지 못합니다.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미국이나 유럽 시장의 표지 그림을 둘러보면, 소설 내용이랑 별반 상관이 없는 것들도 많습니다. 아마 표지 그림을 그리는 삽화가들도 여러 모로 고민이 많을 겁니다. 어떤 하드 SF 소설이 최첨단 우주선을 이야기한다면, 그 소설의 표지를 그리는 삽화가는 그 우주선이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고민해야 합니다. 작가의 묘사와 달리 엉뚱한 그림을 그리면 곤란하겠죠. 하지만 삽화가는 소설 설정을 자세히 탐구할 시간이 없을 테니까 설정을 표지 그림에 그대로 반영하기 힘들 겁니다. 저는 출판계의 상황을 잘 모르지..
SF 단편 소설들은 강렬합니다. 가끔 단편 소설의 충격이 장편 소설의 장대함을 뛰어넘을 때가 있습니다. 와 과 는 멋진 소설이지만, 은 그런 소설들을 뛰어넘는 충격이 있습니다. 과 과 은 감동적이지만, 때때로 이야말로 정말 뒷통수를 때리는 감동이 아닌가 싶습니다. 와 와 는 좋은 책이지만, 은 정말…. 왜 필립 딕이 천재 작가인지 알 수 있는 작품이죠. 아시모프와 필립 딕은 단편에 강한 작가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단편 소설의 자체적인 특성을 과소 평가할 수 없을 겁니다. 개인적으로 기나긴 여정을 좋아하고, 그래서 단편 소설보다 장편 소설을 선호합니다. 하지만 각종 단편 소설들은 느닷없이 고정 관념을 깨뜨리거나 오함마로 머리를 두드리거나 차가운 고드름으로 뇌를 긁는 듯한 반전을 선사합니다. 그런 반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