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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소설 를 일종의 환상 문학으로 간주할 수 있을까요. 소설 속에서 주인공은 어느 이상한 세계(미래)를 여행합니다. 이건 만큼 비일상적인 요소이고, 당연히 는 환상 문학에 속할 겁니다. 이 책은 판타지 소설이나 SF 소설보다 사상/철학 서적에 가까우나, 그렇다고 해도 비평가들은 이 소설이 드러내는 환상 문학적인 면모를 간과하지 못하겠죠. (게다가 처럼 정말 SF 소설이라고 강렬하게 주장하는 소설도 있고요.) 윌리엄 모리스는 여러 환상 소설들을 썼고, 저는 이것들이 후대에 영국 판타지 작가들에게 영향을 미쳤다고 들었습니다. 환상 소설들을 쓰는 작가답게 윌리엄 모리스는 에서 '이상한 왕국'을 이야기합니다. 소설 속에서 등장인물들은 왜 사람들이 환상 문학을 추구하는지 묻습니다. 우리는 현실 속에서 살아가고 현실과..
[기이하고 울창한 자연과 적막한 폐허와 위험한 동물들. SF 창작가들은 계속 이런 설정을 사랑하겠죠.] 소설 은 아르카디와 보리스 스트루가츠키 형제가 썼습니다. 장르를 규정하기가 좀 애매하군요. 아마 우주적 공포로 부르면 좋을까요. 하지만 일반적인 우주적 공포와 달리 이 소설에서 공포나 광기보다 비극이나 암울함이 두드러집니다. 하워드 러브크래프트 같은 작가는 비슷한 소재를 이용해 공포와 광기를 강조하겠으나, 처럼 스트루가츠키 형제는 (종종 유머나 개그를 곁들이지만) 공포보다 무력함이나 비극성을 드러냅니다.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어느 날, 외계인들이 지구에 방문합니다. 그들은 금방 떠나고, 그들이 머물렀던 자리는 '존'이라고 불립니다. 이 구역 안에서 굉장히 기이한 현상들이 벌어집니다. 만약 누군가가 여기..
[나뭇잎 돛처럼, '야생'을 걷는 자들에게 야생은 숲입니다. 하지만 숲은 야생의 전부가 아니겠죠.] 윌리엄 모리스가 쓴 소설 는 우리나라에서 로 번역되었습니다. 아마 어떤 독자는 어니스트 칼렌바흐가 쓴 소설 와 헛갈릴지 모릅니다. 게다가 많은 창작물들이나 철학 서적들은 '에코토피아'라는 용어를 즐겨 사용하죠. 생태적인 낙원을 강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현상들을 고려한다면, 칼렌바흐가 정말 멋진 용어를 대중화한 것 같습니다.) 를 번역한 박홍규 교수는 이 소설이 19세기에서 드물게 생태 철학을 강조하는 유토피아 로망스이기 때문에 일부러 저렇게 번역했다고 밝혔습니다. 확실히 19세기 이전에 흔히 알려진 유토피아 소설들은 생태 철학을 그리 강조하지 않았습니다. 자연 환경을 우선적으로 내세우지 않았죠...
생태주의와 동물 권리 운동과 채식은 아주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생태주의 사상은 인간만 아니라 다른 동물들이 살아가는 삶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당연히 생태주의는 동물 권리 운동으로 직결됩니다. 동물 권리 지지자가 무조건 생태주의자라는 뜻은 아니지만, 이 둘은 떼지 못하는 관계를 맺습니다. 그리고 생태주의자와 동물 권리 지지자들은 자신들의 철학을 실천하기 위해 채식을 권유합니다. 완전한 채식이 제일 좋겠으나, 육식을 점차 줄이는 것 역시 나쁘지 않습니다. 식량 산업계에서 육식은 공장식 축산으로 이어지고 동물 복지를 무시합니다. 더불어 대규모 목장은 숲을 없애거나 온실 가스를 배출하기 때문에 환경 오염을 일으킵니다. 양식업 역시 동물 복지를 무시하거나 온실 가스를 배출하거나 해양 생태계를 교란할 수 있죠. ..
[게임 는 근사한 탐험이나, 여기에는 외계 생태계를 바라보는 세계관이 부족해요.] 와 와 는 모두 똑같은 SF 창작물입니다. 인류가 우주로 나가고, 다른 생명체들과 마주치고, 서로 싸우거나 교류하는 이야기입니다. 세부적인 내용이나 주제는 전혀 다르지만, 세 창작물들 모두 전형적인 사이언스 픽션들이죠. 사실 세부적인 내용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매체일 겁니다. 각각 매체가 다릅니다. 는 소설이고, 는 영화이고, 는 비디오 게임이죠. 그리고 매체가 다르면, 해당 창작물의 특성 역시 달라지곤 합니다. 저 세 창작물들은 모두 똑같은 사이언스 픽션이지만, 과학적 상상력을 이용하는 방법은 서로 다릅니다. 저는 SF 소설과 SF 영화와 SF 비디오 게임이 모두 장점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중에서 소설이 제일 사이언스 ..
소설 은 파올로 바치갈루피가 쓴 디스토피아입니다. 아니, 포스트 아포칼립스라고 할까요. 무지막지한 질병이 전세계를 휩쓸었고, 그래서 소설 속의 세계는 대재앙을 겪었습니다. 이 질병은 수많은 작물과 가축을 죽였고, 인류는 새로운 작물과 가축을 만들어야 했어요. 유전자 조작 기술 덕분에 인류는 질병에 맞설 수 있는 종자를 만들었으나, 상황은 그리 호전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여전히 인류는 질병을 추방하지 못했고, 게다가 다국적 식량 기업들은 이게 노다지가 된다고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다국적 식량 기업들은 유전자 해커를 고용하고, 다른 작물이나 가축의 유전자를 해킹합니다. 그리고 자신들의 종자에 저작권을 걸었죠. 따라서 사람들이 (병에 걸리지 않는) 건강한 음식을 먹고 싶다면, 식량 기업들이 조작한 작물과 ..
[게임 의 한 장면. 이런 증기 함선은 마법보다 색다른 분위기를 풍길 수 있겠죠.] 여기 검마 판타지 소설 속에 일련의 모험가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어느 어촌에 들렸고, 이상한 사교를 발견했습니다. 사교는 주민들을 홀리고 산 제물을 바치는 중이었죠. 사실 거대하고 교활한 크라켄이 어촌에 정신적 영향을 미치는 중이었고, 사교는 그런 크라켄을 섬기는 중이었습니다. 모험가 일행은 사교도들을 처치했으나, 아직 부족합니다. 여전히 거대한 악은 저 심연에서 꿈틀거리고, 모험가 일행은 그 악을 처치해야 합니다. 따라서 그들은 깊고 깊은 바닷속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어떻게? 만약 이 모험가 일행이 해적 무리를 습격하기 원한다면, 범선을 타고 대해를 돌아다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해적과 크라켄은 다르죠. 모험가 일행은 ..
[영화 의 한 장면. 이런 SF는 엄격할 것 같으나, 결국 이것 역시 상상의 영역입니다.] 어쩐지 하드 SF 소설들은 굉장히 엄중할 것 같은 느낌을 풍깁니다. 흔히 사람들은 스페이스 오페라가 우주 활극에 지나지 않는다고 조롱하지만, 반대로 하드 사이언스 픽션에는 칭찬을 아끼지 않죠. 분명히 하드 SF 소설들은 사이언스 픽션이 빛내는 정수를 담았습니다. 만약 독자가 가장 순수한 사이언스 픽션을 만나고 싶다면, 하드 SF 소설이 해답일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하드 SF 소설에 환상적인 요소가 아예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하드 SF 소설은 엄중한 고증을 자랑하는 것만큼 수많은 환상적인 요소들에 기댑니다. 스페이스 오페라만큼 신화와 전설이 점유하는 영역까지 날아가지 않으나, 종종 하드 사이언스 픽션은 진..
예전에 어떤 과학 잡지에서 '미래의 경찰견'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 경찰견은 일종의 강화복을 입었고, 그 강화복에 기계팔이 달렸습니다. 덕분에 경찰견은 그 기계팔을 이용해 물건을 다룰 수 있었죠. 심지어 그 기계팔은 권총을 쏠 수 있었습니다. 지금 시각에서 그런 상상력은 꽤나 괴악합니다. 사실 그 잡지는 1980년대에 나왔고 게다가 어린이 과학 잡지였습니다. 따라서 그런 괴악한 상상력이 날개를 펼칠 수 있었죠. 과거에는, 그러니까 1960~80년대에는 과학 잡지들이 온갖 상상력을 펼쳤고, 과학자들도 엉뚱한 청사진을 설계하곤 했습니다. 우리는 21세기에 살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농담으로 삼을 수 있으나, 그 당시 사람들은 나름대로 진지했을 겁니다. 그리고 그 당시 사람들의 (해괴한) 상상력은 오늘날의 S..
, , , , , , , , , , 기타 등등…. SF 소설에서 포스트 아포칼립스는 예전부터 확고한 영역을 구축했습니다. 이 분야는 수많은 명작들을 내놨고, 다양한 하위 장르를 흩뿌렸고, 현실을 향해 쓰거나 비관적인 경고를 내뱉었어요. 종종 포스트 아포칼립스는 다른 장르들과 합칩니다. 은 인류 멸망을 노래하지만, 동시에 시간 여행의 가능성을 점칩니다. 은 괴수물이지만, 동시에 사람들이 앞을 못 보는 재앙 문학입니다. 는 좀비 소설에 크나큰 영향을 미쳤죠. (원래 이 소설은 좀비가 아니라 흡혈귀를 이야기하죠.) 하지만 이런 소설들은 모두 인류 문명이 붕괴했다는 공통적인 소재를 이용합니다. 그래서 포스트 아포칼립스는 그 존재만으로도 파격적이고 전복적입니다. 이 장르는 현재 지구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누리는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