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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질척거리고 꿈틀거리는 생체 우주선 렉스. 솔직히 이건 별로 유쾌한 우주선이 아니죠.] (내용 누설 덕분에) 이름을 밝히지 못할 어느 시간 여행 소설에는 화성인들이 등장합니다. 이 이름을 밝히지 못할 소설에 등장하는 화성인들은 좀 특이합니다. SF 소설 속에서 수많은 외계인들은 최첨단 기술 문명을 자랑합니다. 외계인들이 각종 최첨단 무기들로 인류를 공격하는 장면은 하품이 나올 정도로 상투적입니다. 고전적인 부터 같은 비디오 게임까지 대부분 그렇죠. 하지만 이 특이한 화성인들은 최첨단 기계 문명을 자랑하지 않습니다. 이 화성인들은 분명히 최첨단 문명을 자랑하나, 기계 공학은 그 문명을 떠받치지 않아요. 대신 그들은 생물 공학을 이용하죠. 아예 기계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대신 수많은 동물들을 이용합니다. ..
"오직 현실만이 그 광경이 얼마나 놀랍고 웅장한지 알려줄 수 있다." 1832년 찰스 다윈은 브라질에 도착했습니다. 그 유명한 비글 탐험선은 다윈을 열대 밀림으로 태워줬죠. 찰스 다윈은 열대 밀림을 처음 방문했을 때, 굉장한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다윈 같은 유럽인은 그 엄청난 생물 다양성과 복잡성을 전혀 상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열대 우림은 지구상에서 3% 비중을 차지하나, 우리가 알거나 아직 알지 못하는 동식물들 중 50% 정도가 열대 우림에 산다고 들었습니다. 1년 내내 햇빛은 계속 내리쬐고 비는 주기적으로 쏟아집니다. 게다가 거대한 나무들은 다채로운 수직적 공간을 조성합니다. 이런 장소는 지구상에 달리 없어요. 덕분에 열대 우림에서 온갖 생물들은 신나게 성장할 수 있었고, 그 어느 장소보다 훨씬..
[이런 비경 탐험 이야기는 문명이 비경을 침략한다는 내용으로 쉽게 흘러갈 수 있습니다.] 구글 이미지에서 '로스트 월드 (Lost Worlds)'를 검색했습니다. 여러 사진들과 그림들이 주르륵 뜹니다. 고대 유적, 해저 도시, 울창한 밀림, 깊고 깊은 동굴, 각종 야생 동물들이나 공룡들, 또 다른 문명…. '로스트 월드'는 이런 것들을 대변합니다. 말 그대로 비경이죠. 현대 문명을 벗어나는, 또 다른 세계들. 그 세계는 고대 아틀란티스일지 모르고, 공룡들이 우글거리는 열대 밀림일지 모릅니다. 저는 소재에 따라 이런 사진들과 그림들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소재에 따라 비경이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는 뜻입니다. 하나는 문명적인 비경이고, 다른 하나는 자연적인 비경입니다. 고대 아..
[게임 의 한 장면. 스페이스 오페라의 우주선처럼, 스팀펑크는 비행선을 내세울 수 있겠죠.] 스페이스 오페라라는 말을 들었을 때, 사람들은 무슨 장면을 떠올릴까요. 은하 제국의 황제? 광선총으로 무장한 어마어마한 병사들? 기이한 외계 괴수? 개인적으로 우주 활극이라는 별명처럼 우주선이 먼저 머릿속에 떠오릅니다. 크고 작은 다양한 우주선들. 아주 거대한 우주 항모부터 작고 빠른 개인용 우주선까지. 스페이스 오페라에는 수많은 행성들이 존재하고, 이 우주선들은 그런 행성들 사이를 누빕니다. 우주선들은 (아주 작은 개인용 우주선 역시) 웜홀을 통과하거나 초공간을 도약할 수 있고, 그래서 머나먼 행성에 쉽게 도달할 수 있죠. 종종 이런 우주선은 주인공들 못지않은 존재감을 뽐냅니다. 사실 주인공들은 우주선에서 지낼..
종종 SF 소설들은 과학 만능주의를 경고하곤 합니다. 과학 만능주의자들은 과학이 모든 것을 바꿀 수 있고 모든 것의 기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이런 과학 만능주의는 비단 SF 소설 속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현실에서 과학 만능주의자들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어요. 게다가 이렇게 편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지식인이라는 이름으로 대중들에게 호소력을 발휘합니다. 통섭을 주장하는 최재천 같은 학자가 그런 부류에 속할 겁니다. 최재천은 자연 생태계를 연구하고 환경 보호를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환경 보호론자입니다. 그래서 오늘날처럼 환경 오염이 심각한 시대에 정말 필요한 지식인일지 모릅니다. 문제는 최재천 같은 학자가 인문학이나 사회 과학을 등한시하고 자연 과학에만 비중을 둔다는 점입니다. 우리 인류는 문..
듀나, 김보영, 배명훈, 이재창, 김창규, 장강명…. 우리나라에서 활동하는 대표적인 SF 작가들입니다. 아마 우리나라 SF 독자들은 저 사람들이 쓴 소설들을 한 번쯤 읽었겠죠. 하지만 중국이나 일본 사람들은 우리나라에 저런 SF 작가들이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를 겁니다. 가끔 표도기님이나 고장원님 같은 분들이 일본이나 중국에 한국 SF 소설들을 소개하시지만, 그건 정말 드문 경우입니다. 당연히 북한 사람들도 우리나라 SF 작가들을 잘 모를 겁니다. 우리 역시 북한 사람들이 SF 소설을 쓰거나 읽는지 알지 못합니다. 저는 예전부터 여러 SF 동호회를 돌아다녔으나, 그 중에 (박상준님이나 홍인기님 같은 고수들마저) 북한 SF 소설을 이야기하는 모습을 별로 본 적이 없습니다. 아니, 전혀 없는 듯하군요. 아마 ..
[생태 사회주의자들이 이런 친환경(?) 마을을 좋아할까요? 이게 정말 친환경 도시일까요?] 예전에 저는 에 나오는 생태 사회주의자들이 실반 엘프처럼 보인다고 농담한 적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들의 겉모습이나 건축, 일상 등이 실반 엘프와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서사 판타지와 검마 판타지에 등장하는 여러 우드 엘프들이나 실반 엘프들이 윌리엄 모리스에게서 영향을 받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어쩌면 윌리엄 모리스는 우드 엘프들과 실반 엘프들에게 간접적인 영향을 끼쳤을지 모르나,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 겁니다. 그보다 존 로널드 톨킨이 만든 난도르는 더 많은 영향을 끼쳤겠죠. (톨킨 역시 윌리엄 모리스가 쓴 환상 로망스를 좋아했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저 생태 사회주의자들이 실반 엘프들과..
차이나 미에빌이 최근에 쓴 책은 입니다. 이죠. 러시아 10월 혁명을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차이나 미에빌이 새로운 책을 쓴다고 들었기 때문에 저는 으레 기괴한 판타지 소설이나 스팀펑크 소설이 나올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차이나 미에빌은 상당히 좌파적인 작가이고, 그런 관점에서 러시아 혁명을 그냥 지나치지 못했을 겁니다. 은 그런 역사책인 듯하군요. 이 책을 보는 순간, 저는 존 몰리뉴가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존 몰리뉴는 사회주의 철학을 논하는 마르크스주의 전문가입니다. 이 좌파 논객은 을 읽고, 자본주의의 모순을 잘 드러내는 디스토피아라고 칭찬했어요. 아마 차이나 미에빌이 좌파적이기 때문에 존 몰리뉴가 그 스팀펑크 소설을 칭찬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하지만 존 몰리뉴가 좌파 논객임을 감안해도 은 (..
우리는 자본주의 체계 속에서 살아가는 중입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를 의식하지 못합니다. 아니, 많은 사람들은 자본주의에서 살아간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합니다. 사람들은 자본주의가 유일무이한 경제 구조라고 생각하고, 그것 이외에 다른 방법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우물 속에 사는 개구리가 하늘이 작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사람들은 자본주의 체계 속에서 살기 때문에 자본주의가 유일무이한 경제 구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사회 구조를 의심하지 않고, 무조건 개인들에게 책임을 돌립니다. 사회 구조가 자연 환경을 오염시키고 야생 동물들을 멸종시켜도 사람들은 그저 개인들만 탓하죠. 자신들이 그런 구조에 이바지한다는 사실을 전혀 생각하지 못해요. 사람들이 잘못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한 개인이 ..
예전에 알트 SF 잡지가 을 추천한 적이 있습니다. 알트 SF는 2015년에 한국에 나온 최고의 SF 소설을 꼽았고, 이 1위에 등극했죠. 앤디 위어가 쓴 이 소설은 왜 사람들이 사이언스 픽션에 열광하는지 아주 담백하면서 깔끔하고 깊게 보여줍니다. 앤디 위어는 우주 탐사 대원이 외계 행성에서 혼자 고립되었다는 상황을 설정합니다. 아주 긴박하고 앞이 캄캄해지는 위기입니다. 이 탐사 대원은 도저히 생존하지 못할 것처럼 보입니다. 어떻게 인간이 외계 행성에서 혼자 살아남을 수 있겠어요. 하지만 그 순간, 믿지 못할 마법이 펼쳐집니다. 이건 정말 마법처럼 보입니다. 탐사 대원은 몇몇 장비들을 이용해 주거지를 만들고, 식량을 생산하기 위해 실험적인 식물들과 응가를 조합하고, 순환 장치를 고치고, 주변을 탐험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