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성 평등 (206)
SF 생태주의
"마르크스주의는 1990년대에 멸망했으나, 페미니즘은 아직 살아있고 승리를 거뒀다. 따라서 페미니즘은 마르크스주의보다 위대하다." 어떤 페미니스트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여러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치더군요. 우선 마르크스주의가 1990년대에 정말 멸망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마르크스주의의 근본적인 목적은 자본주의 착취를 무너뜨리는 겁니다. 사회주의 철학 중에서 특히 마르크스주의는 자본주의 비판에 특화했습니다. 그래서 카를 마르크스의 최고 대작은 이고, 마르크스나 엥겔스는 항상 어떻게 자본주의가 작동하는지 연구했습니다. 여전히 수많은 좌파들은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그들 모두가 마르스크스주의자는 아니지만 마르크스나 엥겔스의 (경제학적이든 철학적이든) 학문적 성과를 응용하곤 합니다. 마르크스의..
과 은 존 발리의 단편 소설 모음집입니다. 이런 단편 모음집을 보면, 그 작가의 일관된 특성이나 공통점이 드러납니다. 그러니까 작가가 좋아하는 소재, 자주 사용하는 설정 등이 있다는 뜻입니다. 어떤 작가들은 수많은 소재에 골고루 관심을 보이지만, 어떤 작가들은 특정한 소재를 계속 변주합니다. 존 발리는 후자 같습니다. 적어도 과 에 실린 단편 소설들은 비슷한 소재들을 다양하게 변주합니다. 그런 소재들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개인적으로 바이오펑크가 눈에 뜨이더군요. 정확히 말하면, 신체 개조라고 해야 하겠죠. 단편 소설들 속에서 신체 개조는 여러 양상으로 나타납니다. 유전자 조작 수준이 있는가 하면, 그냥 겉모습을 변장하는 수준이 있습니다. 얼굴에 플라스틱 가면을 쓰고, 이 가면이 녹고, 얼굴에 들러붙고,..
조안나 러스는 뉴웨이브 운동의 대표 주자 중 한 사람입니다. 아울러 전투적이고 급진적인 페미니즘 소설가라고 합니다. 저는 페미니즘 운동을 잘 모르기 때문에 전투적인 페미니즘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우리나라 남자들은 전투적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를 듣고 메갈리아를 떠올릴지 모르겠습니다. 메갈리아…. 지금은 많이 조용하지만, 한때 사회와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단어입니다. 저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별로 돌아다니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의 의견을 별로 듣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예전에 어떤 SF 동호회에서 메갈리아 토론이 한창 뜨겁게 터진 것을 봤습니다. SF 소설 이야기는 별로 올라오지 않지만, 메갈리아 토론에는 많은 사람들이 참가하더군요. 아무리 SF 동호회라고 해도 SF 소설보다 메갈리아에 관심이 많은..
옥타비아 버틀러의 은 갑갑한 소설입니다. 네, 아주 갑갑하죠. 배경은 19세기 미국 남부 농장이고, 당연히 노예들의 참혹하고 끔찍한 삶이 과감없이 드러납니다. 아, 물론 이 세상에 노예가 나오는 창작물은 많고 많습니다. 은 그런 수많은 소설들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아마 이것보다 훨씬 슬프고 처절한 소설이나 드라마가 넘쳐날 겁니다. 문제는 그런 작품들과 달리 은 시간 여행물, 더 정확히 말하자면 타임 슬립입니다. 주인공은 사실 19세기 사람이 아니라 20세기 사람입니다. 1960년대의 흑인 여자입니다. 아직 인종 차별이 극심하게 남아있으나, 그렇다고 해서 흑인이 (공식적으로) 노예처럼 취급을 받지 않았죠. 적어도 (공식적으로) 모든 사람은 평등하고 피부색은 차별 대상이 아닙니다. 당연히 주인공은 이런 개..
소설 에는 꽤나 희한한 우주 비행사가 나옵니다. 이 우주 비행사는 남자인데, 세상의 모든 여자들과 섹스하겠다는 일념을 품었습니다. 이 남자는 주위 사람들에게 아예 대놓고 자신이 수많은 여자들과 섹스할 거라고 다짐합니다. 섹스할 기회가 생기면, 그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겠다고 말합니다. 세상의 모든 'X지'가 전부 자기 것이라고 말하기까지 합니다. (소설에 저런 단어가 몇 번씩 직접적으로 나옵니다. 솔직히 좀 놀랐습니다.) 어떤 독자들은 이 섹스광이 소설 속의 별난 캐릭터에 불과하다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다르게 생각합니다. 저 우주 비행사는 좀 과장된 캐릭터지만, 그래도 '평범한 남자들'의 심리를 반영했습니다. 강간이나 성 희롱은 사이코패스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사실 보통 남자들도 기회만 된..
은 단편 소설 모음집입니다. 제목처럼 성 평등에 관련된 작품들만 모였습니다. 모두 15개 소설이 있는데, 영어 판본에는 좀 더 많은 소설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아작 출판사는 그 중에서 좀 더 SF에 가까운 작품들만 골랐고, 이미 번역 출판된 소설을 뺐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나왔는데…. 개인적으로 좀 아쉬운 구석이 많더군요. 저는 뭔가 SF 소설을 읽고 싶었거든요. 전형적인 SF 소설이요. 그런데 이 모음집의 소설들은 대부분 풍자 소설에 가깝습니다. SF 설정을 살짝 가미했지만, 대부분 풍자 성격이 짙습니다. 애초에 작가들이 성 평등을 부각하기 원했기 때문에 그 점에만 치중한 것 같습니다. 논리적으로 설정을 짜고 그 설정에 의거해 사건을 전개하지 않습니다. 대신 그 자리를 풍자와 해학, 상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