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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공룡들이 사라졌기 때문에 공룡들을 찾아가는 이야기는 아득하고 신비롭고 재미있습니다.] 오래 전부터 SF 작가들은 공룡들을 이야기했습니다. 사이언티픽 로망스가 기지개를 한창 폈을 때, 이미 아서 코난 도일이 를 썼죠. 이 소설은 초기 SF 작품으로 자주 언급되고, 덕분에 SF 소설이 초기부터 공룡을 이야기했음을 보여줍니다. SF 작가들에게 공룡은 여러 모로 매력적인 소재일 겁니다. 일단 공룡은 거대합니다. 뭐, 수많은 공룡들은 닭보다 크지 않았다고 하나, 분명히 집채만한 동물들이 존재했습니다. 알로사우루스는 몇 톤짜리 육식동물이었고, 브라키오사우루스는 아주 거대한 초식동물이었죠. 이른바 현대 문명인은 그런 동물을 볼 수 없습니다. 사람들은 바다에서 고래나 고래상어를 볼 수 있으나, 브라키오사우루스를 육지..
"오직 현실만이 그 광경이 얼마나 놀랍고 웅장한지 알려줄 수 있다." 1832년 찰스 다윈은 브라질에 도착했습니다. 그 유명한 비글 탐험선은 다윈을 열대 밀림으로 태워줬죠. 찰스 다윈은 열대 밀림을 처음 방문했을 때, 굉장한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다윈 같은 유럽인은 그 엄청난 생물 다양성과 복잡성을 전혀 상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열대 우림은 지구상에서 3% 비중을 차지하나, 우리가 알거나 아직 알지 못하는 동식물들 중 50% 정도가 열대 우림에 산다고 들었습니다. 1년 내내 햇빛은 계속 내리쬐고 비는 주기적으로 쏟아집니다. 게다가 거대한 나무들은 다채로운 수직적 공간을 조성합니다. 이런 장소는 지구상에 달리 없어요. 덕분에 열대 우림에서 온갖 생물들은 신나게 성장할 수 있었고, 그 어느 장소보다 훨씬..
[나뭇잎 돛처럼, '야생'을 걷는 자들에게 야생은 숲입니다. 하지만 숲은 야생의 전부가 아니겠죠.] 윌리엄 모리스가 쓴 소설 는 우리나라에서 로 번역되었습니다. 아마 어떤 독자는 어니스트 칼렌바흐가 쓴 소설 와 헛갈릴지 모릅니다. 게다가 많은 창작물들이나 철학 서적들은 '에코토피아'라는 용어를 즐겨 사용하죠. 생태적인 낙원을 강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현상들을 고려한다면, 칼렌바흐가 정말 멋진 용어를 대중화한 것 같습니다.) 를 번역한 박홍규 교수는 이 소설이 19세기에서 드물게 생태 철학을 강조하는 유토피아 로망스이기 때문에 일부러 저렇게 번역했다고 밝혔습니다. 확실히 19세기 이전에 흔히 알려진 유토피아 소설들은 생태 철학을 그리 강조하지 않았습니다. 자연 환경을 우선적으로 내세우지 않았죠...
[게임 는 묻습니다. 도시는 생태계가 될 수 있는가? 문명과 자연이 적대적일까요?] 데이빗 하비는 에서 환경 오염과 사회학을 논의합니다. 이 책은 데이빗 하비의 여러 논제를 담았고, 그 중에 환경 사회학도 들어있어요. 저는 이 책을 읽었을 때, 크게 두 가지 문제가 인상적이라고 느꼈습니다. "자연의 가치는 어디에 있는가?"라는 물음과 "문명과 자연을 구분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입니다. 우선 첫째 물음부터 살펴볼까요. 많은 사람들은 자연 환경이 소중하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왜 자연 환경이 소중할까요? 이는 대답하기에 어렵지 않은 문제입니다. 자연 환경이 오염된다면, 인간들도 제대로 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숲이 사라진다면, 홍수가 마을을 덮칠 겁니다. 쓰레기를 강물에 버린다면, 우리는 썩은 물을 마셔야..
[게임 예고편의 한 장면. 이런 '기술적 자연'은 광활한 생물 다양성을 제시합니다.] 예전에 생태계 비디오 게임과 자연 환경의 관계를 이야기한 적이 있었습니다. 몇몇 비디오 게임은 자연 생태계의 정수나 근본을 묘사하고, 플레이어는 그런 게임을 통해 생태적인 감수성을 맛보곤 합니다. 는 아주 대표적인 사례일 겁니다. 게임 속에서 플레이어는 얕은 해안과 깊고 어두운 해저와 하늘거리는 바닷말들과 화려한 산호초와 원시적인 해양 파충류와 조우합니다. 사방에서 온갖 생명들이 돌아다니고, 주인공 잠수부는 그런 충만한 생명력 속에서 헤엄칩니다. 이 게임은 뚜렷한 줄거리나 규칙이 없음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호평을 받았습니다. 그만큼 사람들이 해양 생태를 간접적으로 체험했고 생태적 감수성을 키웠기 때문일 겁니다. 비단 만 ..
[제목은 티-렉스이나, 그림은 트리세라톱스…. 얼마나 뿔용 역시 아름답나요. 공룡은 살육 기계가 아니죠.] 소설 은 의 개정판입니다. 예전에 말한 적이 있는 것처럼 두 판본은 모두 티라노사우루스를 표지 그림으로 삼았습니다. 의 표지 그림은 수많은 티라노사우루스 골격들입니다. 흐음, 솔직히 표지 그림이 좀 괴악하지 않나 싶기도…. 은 '멸종'이라는 타이포그라피와 티라노사우루스를 합쳤습니다. 꽤나 근사한 표지 그림이라고 생각합니다. 의 영문판 역시 티라노사우루스를 이용했죠. 거대한 수각류가 타임 머신을 바라보거나 물가를 돌아다니거나…. 물론 다른 공룡들이 등장하는 표지 그림이 없지 않으나, 티라노사우루스 그림이 제일 유명한 듯합니다. 사실 이상한 현상은 아닐 겁니다. 이 폭군룡은 예전부터 공룡 팬들과 일반인..
[생물 다양성은 육식동물들이 투쟁하는 개념이 아닙니다. 게다가 우리에게는 고유한 문화가 있어요.] 영화 를 보면, 남자 주인공이 벨로시랩터를 길들입니다. 군대 관계자는 벨로시랩터들을 생체 병기로 사용하기 원하죠. 남자 주인공은 거기에 동의하지 않으나, 그 군대 관계자는 벨로시랩터가 훌륭한 병기라고 말합니다. 그 사람은 자연계의 동물들은 경쟁하고 죽이는 것밖에 모르고 자연계가 투쟁의 장소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벨로시랩터 역시 자연이 마련해준 병기가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남자 주인공은 딱히 반박하지 못해요. 솔직히 이런 사상은 그리 낯설거나 드물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자연계를 잔혹한 전장이라고 생각하고 모든 생물들이 생존을 위해 싸우고 죽인다고 생각합니다. 이빨과 발톱, 피에 젖은 송곳니 따위는 자..
제프 밴더미어의 는 서던 리치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입니다. , 에 이은 세 번째 소설이고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하는 소설이죠. 에서 12차 탐사대는 X 구역이라는 원시적이고 기이한 야생을 떠돌아 다닙니다. 은 누가 탐사대를 조직했고 왜 탐사대를 그 기이한 야생 지역으로 보냈는지 설명합니다. 물론 아무리 이 열심히 설명한다고 해도 모든 의문이 풀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의문은 더욱 높이 쌓입니다. 는 대미를 장식하기 위해 그 모든 것들을 망라해야 합니다. 그래서 새로운 뭔가를 제시하는 대신 전작의 여러 인물들을 불러옵니다. 에서 주인공은 생물학자였습니다. 에서 주인공은 신임 국장이었습니다. 반면, 에서 특정한 주인공은 눈에 뜨이지 않습니다. 이전 소설들의 여러 인물들이 번갈아 등장하고,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
소설 은 서던 리치 시리즈의 두 번째 책입니다. 이야기는 전작에서 이어지고, 여전히 X 구역의 비밀을 다루죠. 전작 에서 12차 탐사대는 X 구역의 적막한 자연 환경을 떠돌았습니다. 이 소설의 장점은 기이하고 고요하고 인적이 없는 분위기와 거대하고 낯선 자연 속에서 나 자신이 아닌 뭔가 다른 것이 된 듯한 느낌일 겁니다. 그래서 주인공 생물학자는 바위투성이 해안가에서, 사람들이 없는 뒷골목에서, X 구역의 공허한 자연 속에서 뭔지 모를 친밀감을 느꼈을 겁니다. 복잡하고 산만하고 빽빽하고 시끄러운 현대 문명인에게 저런 해안가와 뒷골목과 자연은 꽤나 낯선 공간으로 다가오고, 은 그런 느낌을 시종일관 유지합니다. 물론 그것만이 전부가 아닙니다. 무지와 무지를 이어가는 여정 또한 매력적입니다. 이 소설은 명확한..
SF 소설들은 비일상적인 요소를 다루곤 합니다. 당연히 이런 현상들에는 어떤 원인이 있을 겁니다. 만약 죽은 사람들이 다시 살아나거나 갑자기 돌연변이 괴물들이 인류를 습격하거나 식물들이 수정으로 변한다면, 거기에 뭔가 분명한 이유가 있겠죠. 수많은 SF 소설들은 (상상 과학이라는 이름답게) 그런 이유를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밝히기 위해 애씁니다. 왜 죽은 사람들이 살아났는지, 왜 돌연변이 괴물들이 탄생했는지, 왜 식물들이 수정으로 변하는지…. 하지만 모든 SF 소설들이 그런 해명에 충실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어떤 소설들은 논리와 합리를 최대한 강조하지만, 어떤 소설들은 중요한 부분에서 구렁이가 담을 넘어가듯 은근슬쩍 넘어갑니다. 이런 소설들은 설정을 자세히 밝히지 않고, 그저 전문 용어 몇 가지를 나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