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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사이언스 픽션은 종족이 아니라 변화하는 전복적인 세계를 이야기합니다. (이미지 출처)] "일반인들이 SF에 대해 떠올리는 선입견과 달리, SF는 꽤 오래 전에 외계인이나 안드로이드, 미확인 생물체, 돌연변이, 인공 지능 같은 비인간 캐릭터에 대한 열광을 잃었습니다. 현대의 SF가 비인간 캐릭터를 이용한다면, 그것은 오브제로 취급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우리 속에 잠재되어 있는 다른 우리를 자극해서 일깨우는 오브제는 우리 자신을 재조립하게 하는 거울과는 조금 다릅니다." 위 문구는 이영도 타자가 쓴 이라는 비평문에서 나옵니다. 에서 이영도 타자는 SF 장르가 비인간적인 존재들을 향한 열광을 잃었다고 이야기합니다. 왜냐하면 인류가 더 이상 그런 존재를 만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19세기와 달리, 20세기..
[게임 의 한 장면. 이런 게임은 대항해 시대의 우주 판본입니다.] 나오미 노빅이 쓴 소설 에는 데이빗 웨버가 호평하는 추전사가 붙었습니다. 데이빗 웨버는 가 데뷔 소설임에도 나오미 노빅이 흥미롭고 매력적이고 정갈한 이야기를 썼다고 칭찬했어요. 분명히 는 재미있는 소설입니다. 나폴레옹 전쟁과 드래곤 편대들은 독특하고 웅장한 풍경들을 선사해요. 하지만 그저 이런 이야기나 풍경 때문에 데이빗 웨버가 를 호평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데이빗 웨버는 을 비롯한 시리즈를 썼습니다. 시리즈는 우주 함장 아너 해링턴이 함선을 이끌고 전투를 치르는 스페이스 오페라이고 밀리터리 SF 소설입니다. 동시에 시리즈는 전열함들에게 찬사를 바치는 소설이에요. 데이빗 웨버는 같은 전열 함대가 로망이라고 생각하는 작가이고, 그런 로..
Strange Horizons이라는 사변 소설 잡지에서 엘리너 아나슨은 Hwarhath 시리즈와 기후 변화를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엘리너 아나슨은 친척들에게 자신이 기후 변화와 맞서는 미래 인류를 그린 SF 소설을 쓴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소설 속에서 미래 인류는 바다에 철분들을 뿌리고, 거대 궤도 우산을 띄우고, 자연 생태계를 대규모로 보존합니다. 하지만 친척들은 그런 소설이 현실적이지 않다고 지적했고, 인류가 기후 변화에 대처하지 못한다고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어요. 그때 엘리너 아나슨은 사람들이 너무 쉽게 포기하고 절망한다고 느꼈습니다. 기후 변화가 아주 심각한 대재난이 될 수 있음에도, 친척들은 그걸 적극적으로 막고 싶어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그저 절망하고 대안이 없다고 말할 뿐이었습니다. 마치..
[게임 의 한 장면. 분명히 이런 외계 식생은 진부한 상상력입니다. 하지만….] 프랑크 쉐칭이 쓴 은 바다와 인류 문명, 환경 오염, 미지와의 조우를 다룬 소설입니다. 갑자기 바다에서 기이한 사건들이 터지고, 그것들은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이나 위험한 상황으로 몰아갑니다. 마침내 그런 사건들은 인류 전체를 위협하기에 이르러요. 사건들 뒤에 무엇이 있는지 연구하기 위해 수많은 과학자들은 서로 머리를 맞대고, 진실에 조금씩 다가갑니다. 그러는 동안 과학자들은 이런 사건들이 우연적인 사고가 아니라 계획적인 공격이라는 확신을 느끼죠. 과학자들은 인류에게서 시선을 돌리고 다른 존재들을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들 이 지구에 우리 인류만 아니라 다른 지성이 존재할지 모른다고 생각해요. 아마 그런 시각을 대변하는..
[이런 장면은 비경 탐험 소설들과 비슷하나, 는 소설이 아니라 영상 중심적인 매체죠.] 제프 밴더미어가 쓴 은 SF 소설일까요. 흠, 어쩌면 사람들은 서로 다른 의견들을 내놓을지 모릅니다. 사실 이 소설에 치밀한 상상 과학은 없습니다. 그런 것을 찾고 싶어도 절대 찾지 못할 겁니다. 아예 작가가 그걸 집어넣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은 뻔한 사이언스 판타지 소설들과 다릅니다. 이 소설은 외계인 같은 요소들을 함부로 언급하지 않습니다. 소설 속에서 탐사대는 X 구역에 들어가고 이리저리 떠돌아다닐 뿐입니다. 그들은 뭔가를 논의하나,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합니다. 그들이 무엇을 논의하든, 결론은 허공으로 소멸할 뿐입니다. 탐사대는 수많은 현상들을 목격하나, 논리적인 설명을 전혀 붙이지 못합니다. 탐사대는..
[이 게임은 러브크래프트 소설 분위기를 잘 살렸으나, 탐사와 고고학보다 전투에 치중합니다.] 하워드 러브크래프트는 유명한 장르 소설가입니다. 아니, 이 양반을 그저 유명하다고 부른다면, 그건 너무 빈약한 표현일 겁니다. 아마 하워드 러브크래프트가 없었다면, 현대 장르 창작물들은 절반쯤 살을 빼야 했을 겁니다. 그만큼 러브크래프트는 수많은 장르 소설들, 영화들, 게임들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러브크래프트 역시 로드 던세이니나 아서 매켄 등 다른 작가들에게서 영향을 받았으나, 우주적 공포라는 장르를 원숙하게 다듬었고, 다양한 이야기 형식들을 고안했죠. 듀나님이 말한 것처럼, 사실 완성도를 따진다면, 아서 매켄이 러브크래프트보다 나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러브크래프트가 우주적 공포라는 장르를 창시하지 않았다고 해..
[이런 바다 괴수들과 싸울 때, 어떻게 사람들의 관념들이 바뀔까요? SF 게임들은 그걸 자세히 말하지 않아요.] 게임 에는 여러 괴수들이 등장합니다. 게임 속에서 인류는 외계 행성을 찾아가고, 새로운 문명을 일구기 원해요. 하지만 이미 토착 생명체들은 이 행성에서 장대한 생태계를 구성했어요. 공성벌레나 크라켄은 행성 생태계에서 정점을 찍는 거대 야수들입니다. 크라켄은 언뜻 섬처럼 보이나, 사실 어마어마한 촉수 괴수입니다. 뭐, 바다 괴수와 촉수 괴수는 서로 떨어지지 못하는 사이죠. 고전적인 크라켄 설화와 이나 같은 주류 소설들 역시 바다 괴수가 촉수 괴수라는 특징을 강조했고, 는 그런 관념을 그대로 써먹었을 겁니다. 특히, 영어권에서 가장 유명한 SF 해저 괴수들 중 하나는 크툴루일 테고, 크툴루는 문어..
[게임 의 한 장면. 19세기 유럽에 이런 비행선들은 없었으나, 그래서 사이언스 픽션은 재미있어요.] 13세기 중세 유럽에는 로봇 공학이 없었습니다. 그 당시 기술자들은 로봇이라는 개념을 몰랐어요. 따라서 만약 보행 병기가 중세 유럽 도시를 걷는다면, 그건 꽤나 이상한 장면일 겁니다. 스팀펑크를 도입하는 몇몇 검마 판타지는 그런 장면을 연출하지만, 어쨌든 그건 일반적인 풍경이 아닐 겁니다. 장검, 사슬 갑옷, 활과 쇠뇌, 마차, 수레. 이런 것들은 13세기 유럽과 어울릴 수 있겠으나, 보행 병기는 절대 아닐 겁니다. 그렇다고 해도 여러 창작가들은 중세 검마 판타지에 로봇이나 보행 전차를 집어넣고, 어떻게든 스팀펑크와 검마 판타지를 조합하려고 애씁니다. 덕분에 이런 검마 판타지에서 해괴한 장면들을 구경할 ..
[게임 의 한 장면. 포스트 아포칼립스와 폐허 탐험은 좋은 궁합입니다.] 소설 는 핵 전쟁 아포칼립스입니다. 특이하게 이 소설에서 북반구와 남반구의 상황은 서로 정반대입니다. 북반구의 강대국들이 전쟁을 벌인 까닭에 방사능 낙진이 북반구를 휩쓸었어요. 결과적으로 남반구는 안전하고, 북반구 인구가 절명했음에도 남반구 사람들은 평화롭게 지냅니다. 하지만 그 평화는 오래 가지 못합니다. 방사능 낙진이 남쪽으로 밀려오기 때문이죠. 그래서 남반구에 대피 중인 어떤 사람들은 북반구를 조사하기 위해 잠수함을 타고 출발합니다. 그 잠수함은 죽음과도 같은 고요한 세계를 떠돌고 문명의 붕괴를 확인하죠. 아마 잠수함 승무원들은 자신들이 낯선 세계를 탐험하는 중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릅니다. 사실 그 승무원들은 친숙한 고향땅을 지..
[게임 의 한 장면. 스페이스 오페라의 우주선처럼, 스팀펑크는 비행선을 내세울 수 있겠죠.] 스페이스 오페라라는 말을 들었을 때, 사람들은 무슨 장면을 떠올릴까요. 은하 제국의 황제? 광선총으로 무장한 어마어마한 병사들? 기이한 외계 괴수? 개인적으로 우주 활극이라는 별명처럼 우주선이 먼저 머릿속에 떠오릅니다. 크고 작은 다양한 우주선들. 아주 거대한 우주 항모부터 작고 빠른 개인용 우주선까지. 스페이스 오페라에는 수많은 행성들이 존재하고, 이 우주선들은 그런 행성들 사이를 누빕니다. 우주선들은 (아주 작은 개인용 우주선 역시) 웜홀을 통과하거나 초공간을 도약할 수 있고, 그래서 머나먼 행성에 쉽게 도달할 수 있죠. 종종 이런 우주선은 주인공들 못지않은 존재감을 뽐냅니다. 사실 주인공들은 우주선에서 지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