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지구를 망친다. 정말…?
잡지 <한겨례 21>에는 '고래가 그랬어'라는 코너가 있습니다. 아이들이 여러 주제로 토론하는 코너입니다. 당연히 아이들의 토론이기 때문에 뭔가 깊이 있는 이야기는 안 나옵니다. 그래도 아이들이 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알 수 있죠. 이 아이들이 '인구 증가'라는 주제로 토론했는데, 주제가 주제인 만큼 환경 오염 이야기도 나오더군요. 인구가 증가하면 그건 환경 오염으로 이어지겠고, 아이들도 그 점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아이들은 아주 전형적인 논리를 반복합니다. '인류가 지구를 망친다'는 논리입니다. 어떤 아이는 "내가 지구라면 인간들을 모두 없애고 싶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흠, 모든 인간들이라…. 하지만 실제 현실은 저 아이의 이야기와 딴판이죠. 인간들은 서로 다릅니다. 똑같은 호모 사피엔스라고 해도 이 사회에는 엄청난 계급 격차가 있습니다. 그 계급 격차는 생물적인 동일성조차 뛰어 넘습니다. 석유 회사의 재벌 사장과 시골의 가난뱅이 농부는 똑같은 인간이고 똑같은 호모 사피엔스입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영향력은 다릅니다. 엄청나게 다릅니다.
가난뱅이 농부는 아무리 애써도 석유 회사의 사장처럼 될 수 없을 겁니다. 가난뱅이 농부는 재벌 사장처럼 막대한 돈을 투자할 수 없고, 거대한 공장을 굴릴 수 없고, 수많은 기계를 돌릴 수 없습니다. 농부가 사장처럼 환경을 오염시키고 싶어도 한계가 있겠죠. 손바닥만한 땅으로 먹고 사는 농부가 무슨 수로 재벌 사장처럼 환경을 오염시키겠어요. 하지만 '고래가 그랬어'의 아이들은 이런 사실을 전혀 언급하지 않습니다. 음…. 안타깝게도 과학자들이나 과학 선생님들도 이런 사실을 언급하지 않아요. 다들 인류가 나쁘다고 탓하죠. 어른들도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아이들이 그렇게 하겠어요. 어쨌든 아이들도 현실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어렸을 적부터 사회주의 교육을 받아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계급이 엄연히 존재하고 계급 격차가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려줘야죠. 그런 걸 알려주지 않는다면, '모든 인류가 환경을 오염시킨다'고 현실을 왜곡할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아이들이 사실을 똑바로 알지 못한다면, 어른들이 그걸 가르쳐야죠.
<붉은 별>이나 <빼앗긴 자들>을 보면, 사회주의 교육을 받는 아이들이 등장합니다. 아마 현실에서도 우리는 아이들을 이렇게 가르쳐야 할 겁니다. 아이들도 계급이 뭔지 알아야 합니다. 뭐, 어차피 요즘에는 급식이나 명품 가방이나 아파트 때문에 아이들도 자연히 계급 의식을 느낀다고 들었습니다. 웃기지도 않은 상황이로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