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고사우루스가 풍기는 매력
[스테고사우루스는 정말 독특하게 생겼습니다. 언제 이런 거대 육상 동물이 다시 나타날지….]
소설 <공룡과 춤을>은 이름 그대로 공룡 소설입니다. 원래 제목은 '한 시대의 멸종'이죠. 하지만 공룡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출판사가 저렇게 번역한 듯합니다. 제목이 멸종을 가리키는 것처럼 이 소설은 왜 공룡들이 멸종했는지 탐구합니다. 작가는 다양한 멸종 이론들을 비교하고, 아주 파격적인 과학적 상상력을 펼쳐요. 당연히 소설은 백악기를 배경으로 삼습니다. 왜 공룡이 멸종했는지 탐구하는 소설이 트라이아이스기나 쥐라기를 배경으로 삼는다면, 뭔가 좀 아귀가 맞지 않겠죠.
덕분에 이 소설은 백악기 공룡들을 묘사합니다. 티라노사우루스는 물론이고, 트리세라톱스나 파키케팔로사우루스나 각종 오리 주둥이 공룡들이나…. 아마 쥐라기 공룡을 좋아하는 독자는 약간 아쉬움을 느꼈을지 모르겠습니다. 알로사우루스나 스테고사우루스나 디플로도쿠스를 좋아하는 독자는 아쉽다고 느끼겠죠. 이 책에는 그런 공룡들이 등장하지 않아요. 저도 그런 아쉬움을 약간 느꼈습니다. 개인적으로 스테고사우루스를 좋아하기 때문에 이 공룡이 나오는 소설들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공룡과 춤을>은 백악기 공룡들만 이야기하고, 스테고사우루스는 이미 오래 전에 멸종했죠.
그렇다고 해도 스테고사우르스는 공룡 SF 창작물에서 단골 손님입니다. 이미 19세기 <잃어버린 세계>에서 스테고사우루스가 등장하죠. 비록 분량은 많지 않으나, 이 소설에서 스테고사우루스는 뚜렷한 인상을 남깁니다. 사실 스테고사우루스는 워낙 독특하게 생겼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 공룡을 좋아합니다. 적어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해도 스테고가 얼마나 유명한지 모른 척하지 못하죠. 공룡들은 홀로세 동물들이 모방하지 못하는 여러 특징들을 선보입니다. 아마 스테고사우루스와 비슷한 현생 동물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어떤 육상 네발 동물이 스테고처럼 골판들을 세울까요. 어떤 네발 동물이 스테고처럼 꼬리 가시들을 휘두를까요. 등껍질이 단단한 거북은 스테고사우루스와 비슷하게 보이나, 거북은 꼬리 가시 같은 무기가 없습니다. 골판들이 많기 때문에 스테고사우루스는 상당히 방어적으로 보이나, 켄트로사우루스 같은 공룡은 골판들만큼 길다란 가시들을 갖추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공룡 팬들은 스테고사우루스보다 켄트로사우루스를 더 좋아합니다. 비록 스테고사우루스가 훨씬 더 유명하나, 켄트로사우루스가 훨씬 공격적으로 보이죠.
스테고사우루스든, 켄트로사우루스든, 우리는 이런 동물들을 구경하지 못합니다. 현생 동물들 중에는 저런 신체적 특징을 자랑하는 동물이 없습니다. 어쩌면 척추 동물이 아니라 무척추 동물들 중에서 비슷한 후보가 있을지 모르겠군요. 특히 애벌레들은 뾰족한 가시들로 자신을 보호합니다. 그런 애벌레들을 자주 볼 수 있죠. 하지만 척추 동물들 중에서, 특히 육상의 네발 동물들 중에서 스테고사우루스 같은 동물은 드물 겁니다. 아니, 아예 없습니다. 누군가는 아무르 호랑이나 불곰에게서 티라노사우루스를 느낄지 모릅니다. 누군가는 멧돼지나 코뿔소에게서 트리세라톱스를 느낄지 모릅니다.
하지만 스테고사우루스 같은 동물은 없습니다. 그래서 오스니얼 마쉬는 스테고사우루스를 복원하기 위해 그토록 애를 먹었을 겁니다. 골판들과 꼬리 가시들을 복원하기 위해 마쉬는 몇 번이나 오류를 저질렀습니다. 어쩌면 마쉬 본인도 스테고에게 정나미가 떨어졌을지 모릅니다. 뭐 이리 복잡한 공룡이 있느냐고 화가 낫겠죠. 복원할 때마다 오류가 생겼기 때문이죠. 골판을 잘못 배열하고, 꼬리 가시들을 잘못 배열하고, 새로운 화석이 나타날 때마다 오류를 수정하고…. 마쉬가 명성만 추구하는 학자였다는 사실을 감안해도 스테고는 만만치 않은 공룡입니다.
이토록 특이하기 때문에 스테고사우루스는 많은 인기를 끕니다. 그래서 스테고사우루스가 등장하는 SF 창작물들을 살펴봐도 재미있을 겁니다. 초기 <잃어버린 세계>나 <킹콩>부터 최신 비디오 게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습들을 살필 수 있겠죠. 아마 저런 SF 창작물들에서 벗어나면, 훨씬 다양한 스테고사우루스들과 만날 수 있을 겁니다. <공룡 시대>나 <판타지아>에 나오는 스테고사우루스라거나…. (솔직히 이 애니메이션들 속에서 스테고사우루스는 너무 멍청하고 둔하게 나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아마 앞으로도 스테고는 쉽게 인기를 잃지 않을 것 같습니다. 물론 세월이 흐르고 고생물학계는 더욱 다양한 공룡들을 발굴하거나 새로운 이론들을 추가합니다. 심지어 어떤 학자는 스피노사우루스가 네 발로 걷거나 평생을 물 속에서 보냈다고 주장합니다. 스테고사우루스 역시 그 놈의 골판들 덕분에 논란이 끊이지 않습니다. 예전에 어떤 학자는 스테고사우루스가 골판을 움직일 수 있다고 주장했으나, 그 가설은 사장되었죠. 어쨌든 세월이 흐른다고 해도 스테고사우루스는 공룡 SF 창작물들 속에서 인기를 놓치지 않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