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인류세라는 착각

생물 다양성 보존과 좌파의 필요성

OneTiger 2017. 3. 30. 20:00

위베르 리브스는 프랑스의 천문학자이며 환경 운동가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위베르씨 내일의 지구를 말해주세요>라는 책이 나왔죠. 책 자체는 가볍고 짧고 읽기 쉽습니다. 하지만 읽기 쉽다고 해서 여기에 담긴 내용이 소홀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양한 분야를 설명하고, 일반적인 환경 운동에서 벗어나는 내용들까지 이야기합니다. 외계 생물학 이야기는 언제 봐도 흥미롭군요. 하지만 이런 환경 운동가들이 언제나 그렇듯 아쉬운 점이 없지 않습니다. 위베르 리브스는 이 책에서 정당 활동에 참여하지 말라고 말합니다. 정당에 참가하면, 당파 싸움 때문에 제대로 운동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당파 싸움은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적대 정당들은 귀를 막을 테고, 결국 환경 운동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럴 수 있습니다. 정당 활동은 진흙탕 싸움과 소모적인 당파 싸움으로 이어지기 쉽죠. 게다가 정당 내부의 파벌 싸움과 서열 다툼을 고려하면, 도대체 왜 이 놈의 정당에 가입해야 하나 의문이 들 겁니다. 정당이 아니라 무슨 웬수처럼 보입니다.


문제는 작금의 생물 다양성 감소가 사회의 정치 활동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아니, 오히려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인류의 정치 및 경제 활동이 아니라면, 생물 다양성은 지금처럼 감소하지 않을 겁니다. 동물들이 사라지고 숲이 없어지고 산호가 하얗게 변하고 미세 먼지가 날아다니는 이유는 다른 무엇 때문이 아닙니다. 기업들이 무조건 개발과 발전에만 목을 매기 때문이죠. 거대 기업들은 유전자 조작 식물을 만들고, 대량의 온실 가스를 내뿜고, 함부로 석유나 타르 샌드를 채취하고, 숲을 밀어내고, 원주민들의 터전을 침범합니다. 사실 각 개인의 환경 오염도 대기업의 수탈에서 비롯합니다. 자본주의 구조는 대량 소비를 유도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환경이 오염되기 마련입니다. 사람들이 그러면 안 된다고 외치지만, 그런 외침은 거대 기업들을 저지하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의 대표인 기업은 칼자루를 쥐기 때문입니다. 대기업이 칼자루를 쥐었고, 일반 인민들은 그런 무기가 없습니다. 불매 운동? 자본주의 특유의 경쟁과 확장 때문에 불매 운동은 임시 방편일 뿐이죠. 따라서 그걸 저지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뿐입니다. 자본주의 경제 구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작금의 환경 오염이나 생물 다양성 위기를 막지 못합니다.


경제 구조를 바꾸고 싶다면, 불매 운동이나 자선 모금으로 부족합니다. 그것들은 작은 성과를 거둘지 몰라도 거대 기업들의 폭주를 막지 못해요. 그러므로 적극적으로 정당 활동을 펼치고 정치에 개입해야 합니다. 좌파 정당들이 파격적인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밀어줘야죠. 우리나라로 따진다면, 노동당이나 녹색당이 활약할 수 있도록 밀어줘야 할 겁니다. 진흙탕 싸움이 싫다고요? 누군들 그걸 좋아하겠습니까. 누군들 진흙탕에서 지저분하게 구르고 싶겠어요. 하지만 생물 다양성을 보존하고 싶다면 경제와 사회 구조를 바꿔야 하고, 경제와 사회 구조를 바꾸고 싶다면 정치에 개입하는 게 가장 최선의 방법이잖아요. 인민들이 사회를 뒤집기 원한다면, 정치에 개입하지 않을 수 없겠죠. 그저 환경 운동만으로 생물 다양성이 살아난다는 생각은…. 좀 순진하지 않나 싶습니다. 대기업들이 그렇게 만만한 존재가 아니니까요. 대기업은 우리의 모든 삶을 지배하니까요. 대기업들이 세계 전체를 움켜쥐었는데, 불매 운동을 좀 벌인다고 뭐가 크게 바뀌겠어요. 그런 소소한 승리도 가치가 있으나, 결국 전체 판도를 바꾸지 못하죠. 그리고 환경 운동에 정말 필요한 것은 전체 판도를 바꾸는 겁니다. 이미 과학자들이 숱하게 지구의 전반적인 기후 변화와 대규모의 생물 다양성 감소를 경고하지 않았습니까. 위베르 리브스의 가르침은 따스하고 소중하지만, 본질을 좀 엇나간 것 같습니다.